Hot pot과 火锅
두바이에서 근무하던 시절, 제 룸메이트는 중국 쓰촨 성에서 온 친구였습니다. 덥고 건조한 공기를 가르며 함께 걸어간 차이나 마트 안은, 마치 또 다른 작은 중국 같았어요. 붉은 포장지와 진한 향신료 냄새가 가득한 그곳에서 제 친구 트루디는 Hot pot을 소개해주었습니다. 고기, 야채, 두부… “이건 꼭 넣어야 해! 이거 넣으면 맛있어." 하며 하나하나 설명해 주던 표정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근무가 없는 날은 인스턴트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미드 Lost(로스트) 시리즈를 정주행 하곤 했어요.
그날도 저와 트루디는 미드를 같이 보며 라면을 끓여 먹었습니다. 그런데 제 친구는 라면에 소시지, 청경채, 버섯 등을 풍성하게 넣어 끓여 먹는 게 아니겠어요? 한국인의 눈으로 본 그 음식은 라면이 아니라 잡탕찌개 같았습니다. 저는 속으로 '저렇게 먹으면 라면의 특유의 칼칼한 맛이 없어지지 않나?' 의아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인 동료들의 초대 자리에서, 드디어 Hot pot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테이블 한가운데에서 보글보글 끓던 붉은 국물, 고추기름이 번들거리며 올라와 있는 모습에 잠시 겁이 났지만, 마늘과 간장으로 만든 소스에 살짝 찍어 먹으니, 묘하게 감칠맛이 느껴졌습니다.
그때서야 알게 되었어요. 왜 트루디가 라면에 온갖 것을 다 넣어서 끓여 먹는지. 내 친구에겐 hot pot문화가 익숙했던 거예요.
그날 대략 열 명 정도 모인 우리는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같은 냄비에서 음식을 건져 먹었습니다. 언어와 국적은 달랐지만,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으로부터 7년 전, 주재원으로 발령받은 남편 따라, 우리는 중국 난징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너무나 반가운 음식을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火锅(훠궈). 현지인들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 음식. 훠궈를 먹는데 두바이에서의 기억이 고스란히 떠올랐습니다.
난징의 어떤 식당들은 메뉴에 그림이 없었고, 한자로만 빼곡히 적혀 있어 재료를 짐작하기조차 어려웠습니다. 낯선 글자 앞에서 망설이다가 겨우 주문해 나온 火锅, 이제는 제가 그들 안으로 들어간 이방인임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중국에서의 생활은 두바이보다 더 외로웠어요. 두바이에서는 영어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었지만, 중국은 달랐습니다. 중국어가 아니면 의사소통이 아예 불가능했으니까요. 언어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제 세계의 크기를 규정한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으로 깊이 느꼈습니다.
Hot pot이라고 소개받던 음식이 火锅라는 이름으로 다시 다가왔을 때, 저는 깨달았어요. 이름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세계가 달라진 것이라는 걸요.
두바이와 난징, 두 낯선 도시에서 배운 것은 결국 하나였습니다.
내가 가진 언어가 곧 내가 살아가는 세계의 넓이와 깊이를 정한다는 것.
그리고 그 언어 안에서, 음식처럼 따뜻한 기억들이 나의 세상을 조금 더 넓혀준다는 것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