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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dongkim Sep 23. 2022

한국 '시작이 반', 중국 '90%가 반'

한국과 중국, 같은 말 다른 뜻

한국 ‘시작이 반이다’ :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가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이미 그 일을 반 정도는 한 것과 같다


중국 ‘90%에 이르면 이제 50%를 한 것이다 (行百里者半九十)’ : 백 리 길을 목표로 길을 가는 사람은 구십 리에 도착하면 이제 반 정도 왔구나 라고 생각하라는 것


한국인의 급한 성격과 중국인의 느긋한 성격을 알 수 있는 두 나라의 속담이 있다. 


한국에는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가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이미 그 일을 반 정도는 한 것과 같다는 의미다. 


중국에는 ‘90%에 이르면 이제 50%를 한 것이다 (行百里者半九十)’라는 속담이 있다. 백 리 길을 목표로 길을 가는 사람은 구십 리에 도착하면 이제 반 정도 왔구나 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사업이나 업무 목적으로 중국인을 만나 상담하는 한국인은 중국인의 만만디 성격에 속을 태운다. 특히 출장 기간을 정해서 중국을 방문했을 경우 귀국 일자가 임박해지면 더더욱 마음이 급해진다.


중국에서 중국인을 만나 상담할 경우 중국 측은 대부분의 시간을 상담 주제와 관련이 없는 이야기로 보낸다. 또 식사 자리가 장시간 계속돼서 실제로 사무실에서 협의하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중국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주재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재원이 한국 본사에 상담에 진전이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 또 무슨 일이 있어도 계약을 마무리 짓지 않으면 안 된다고 심리적 압박을 받는 경우, 더 조급해진다.


그래서 한국인과 상담 경험이 있는 중국인은 이런 한국인의 모습을 보고 한국인의 성격을 ‘매사에 급하게 결과물을 얻으려고 한다(急于求成)’는 중국 사자성어로 표현한다.


중국인이 상담할 때 이렇게 시간을 오래 끄는 것은 협상의 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중국에서는 일반화된 상담 과정 중에 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국에 진출한 서구 국가 기업은 중국 법인장의 주재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그러니까 중국 법인장이 조급하게 비즈니스 성과를 내려다가 시간에 쫓겨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고 그 결과 결국 기업에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를 많이 겪었기 때문이다.


또 서구 국가 기업은 중국에 법인장을 보낼 때, 중국을 모르는 사람을 보내기보다는 중국 현지 법인에 근무하는 직원을 승진 발령 내기도 한다. 서구 기업들은 이미 중국 비즈니스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그에 맞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왜 담당자가 자꾸 바뀌느냐?


한국 정부 조직 도청과 시청은 중국 도시와 자매 도시를 맺고 정기적으로 교류한다. 양측에 필요한 일이 생기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상대방 국가를 방문하여 관련 업무 공무원을 만나 협의한다.


중국 정부 조직에서 일하는 중국 공무원은 한국에서는 왜 업무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한국 관련 업무 담당자와 만나 얼굴을 익히고 서로 상대 국가의 업무 내용과 업무 진행 절차를 익히고 나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해보려고 하면 한국 담당 공무원이 바뀐다고 한다.


중국 기업에서 일하는 중국 직원들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한국 담당 파트너와 친해지고 한국 파트너가 중국 상황과 중국 회사의 입장을 알만하면, 한국 담당 직원이 바뀐다고 한다. 그러면 새로 바뀐 한국 직원이 처음부터 다시 똑같은 과정을 반복한다며 한국 회사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국가 기관 공무원이나 기업체 직원이나 대부분 순환 보직제라는 제도에 따라 3년마다 담당 업무를 바꾼다. 이런 제도는 새로운 담당 업무를 맡아 다시 한번 의욕적으로 일해보겠다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업무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점도 있다. 


중국 처세술 책 <증광현문>에는 ‘바다에서는 배를 오랫동안 몰아본 늙은이의 말을 따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거친 풍랑을 헤쳐나가지 못한다(不因渔夫引,怎能见波涛)’는 글귀가 있다. 또 ‘어떤 일이든 좋은 결과를 얻자면, 반드시 일을 시작하기 전에 그 일을 오랫동안 담당한 전문가 세 명에게 물어본 후 일을 시작해야 한다(凡事要好,须问三老)’는 글귀도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국가 정부 기관이나 기업체 직원은 처음 입사할 때 담당한 업무를 퇴사할 때까지 계속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국 공무원 시험제도와 중국 공무원 시험제도를 비교해 보면, 두 나라의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다. 중국에서는 한 가지 업무를 오래 담당하여 그 부분에 경력이 많은 나이 많은 사람만이 그 업무를 잘 아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공무원 시험 제도 소개


중국 공무원 제도에서 직급은 초급, 중급, 고급으로 구분한다. 한국 공무원 제도에서 직급은 9급에서 1급으로 구분한다. 


중국에는 고급 직급을 뽑는 공무원 시험 제도가 없다. 한국에는 9급 공무원, 7급 공무원, 5급 공무원을 뽑는 공무원 시험이 있지만, 중국에는 한국으로 치면 5급, 7급 공무원을 뽑는 시험이 없다. 그래서 중국 공무원은 모두 가장 낮은 직급에서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능력과 주변 사람의 평가에 따라 진급할 수 있다. 


행정, 사법, 외무, 등등 모든 공무원 시험이 이런 기준으로 운영된다. 회계사처럼 기술과 기능을 측정하는 국가시험은 자격증의 차이가 있지만, 이 역시도 가장 낮은 자격증을 딴 후 경력을 쌓은 후에야 그다음 직급의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한국 공무원 시험은 자신의 지식수준에 따라 직급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니까, 자신의 지식수준이 보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초급 9급 시험에 응시하고, 자신의 지식수준이 그런대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7급에 응시하고, 자신의 지식수준이 아주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5급에 응시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인은, 한국은 오직 지식만이 중요한 사회라고 말한다. 한국 공무원 시험에서는 5급에 응시하여, 시험에 합격하면 막 바로 중국 지도자급의 직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에서는 머리만 똑똑하면, 그 사람이 어떤 품성을 가졌는지에 관계없이, 국가 지도자급 직급에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에서는 국가 지도자급 직급이 되려면, 공무원 초급 시험에 합격하여 2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 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품성을 점검받은 후에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국가 지도자급 직위를 한국에서는 단 한 번의 지식 테스트 시험으로 얻을 수 있다며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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