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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dongkim Sep 23. 2022

한국 '대장부', 중국 '남자한'

한국과 중국, 같은 말 다른 뜻

한국 ‘대장부’ : 건장하고 씩씩한 사내라는 의미로 ‘사내대장부’라고도 한다


중국 ‘남자한(男子汉)’ : 용감하고 정의로운 남자 


중국 처세술 책  <증광현문> 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대장부를 찾고, 다른 사람이 도움을 요청할 때는 반드시 상대방이 어려움에 빠졌을 경우에만 도와주어야 한다(求人须求大丈夫,济人须济急时无)는 글귀가 있다. 중국에서는 어떤 사람을 대장부라고 할까?


한국 사전에서는 대장부를 건장하고 씩씩한 사내라는 의미로 ‘사내대장부’라고도 한다고 정의한다. 중국 사전에서는 대장부를 신체가 건강할 뿐 아니라 패기와 기개가 있어 어려움에 빠진 이웃을 잘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한다.


‘대장부’라는 단어는 맹자가 처음 사용했다. 공자는 도덕 인(仁)을 만들고, 맹자는 공자의 인(仁)을 실제로 행하기 위해서는 의(義)가 필요한데, 인(仁)을 의(義)롭게 행하는 사람을 ‘대장부’라고 했다. 


시대마다 세상을 올바르게 사는 사람을 호칭하는 용어가 달랐다. 공자는 ‘군자’라 했고 맹자는 ‘대장부’라고 했고 순자는 ‘성인’이라고 했다.


그래서 중국에서 ‘대장부’는 도덕책에 나오는 단어로 보통 사람들은 평소에 잘 사용하기 어려워하는 단어다. 왜냐하면, 대장부는 주위에 있는 사람 누구라도 어려움에 빠지면 모두 도와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대신 중국인은 남자답다고 말할 때 ‘남자한(男子汉. 한나라 남자)’ 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중국에서 ‘남자한’이라는 용어는 ‘용감하고 정의로운 남자’라는 의미로 한국 사내대장부와 비슷하다. ‘남자한(男子汉)’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2,000년 전 한나라 시대 남자라는 뜻이다. 중국인이 왜 전형적인 중국 남자 모습을 ‘남자한(男子汉)’이라고 하는지 알아보자.


중국에게 한(漢)이란


중국인은 현재의 중국과 중국인의 모습이 한나라 시대에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들을 ‘한족’이라 칭하고, 글자를 ‘한자’, 시를 ‘한시’, 학문을 ‘한학’ 중국 남자를‘남자한(男子汉)’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현재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생활 모습이 2,000년 전 한나라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중국인은 ‘한나라 시대 문화는 한 줄기 강물처럼 지금도 중국 대륙에 흐르고 있다(漢是一條河)’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2015년 중국 중앙텔레비전방송국(CCTV)에서 ‘우리는 한나라에서 왔다(我從漢朝來)’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프로그램 제목을 의역하면 ‘현재 중국에 살고 있는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 양식은 모두 이천여 년 전 한나라 시대에서 비롯되었다’는 의미다.


이 프로그램은 중국인의 생활 방식을 알아보는 ‘가족이란’, ‘조상이란’, ‘중국 남성의 삶’, ‘중국 여성의 삶’이란 주제로 4편, 그리고 중국인의 세계관과 중국인이 후손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가치관을 알아보는 ‘중국에서 신선이란’, ‘중국에서 어린이 교육 모습’이란 주제로 2편, 총 6편으로 제작해 방송했다.


프로그램 제목대로 현대 중국인이 살아가는 생활 모습과 2천 년 전 한나라 시대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 방식을 비교해 보면서, 외부적으로 보이는 생활 모습은 다를지 몰라도 그 내면에 흐르는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 양식은 2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내용이다. 


중국 국가 공영 방송국 중앙텔레비전방송국(CCTV)에서 왜 이런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중국 국민에게 보여주려고 했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 중국인이 어떻게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또 중국인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야 바람직한지 그 근원을 2천 년 전 한나라 시대에서 찾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프로그램 ‘중국 남성의 삶’ 편에서, 한나라 시대 남자(男子汉)는 ‘젊어서는 협객으로, 중년에는 공무원(봉급생활자)으로, 늙어서는 신선으로 살았다(少年遊俠,中年遊宦,老年遊仙).’고 소개한다. 그러니까 이 프로그램에서 중국의 전형적인 남자 모습 ‘남자한(男子汉. 한나라 시대 남자)’이 한나라 시대 ‘협객’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소개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대 중국 젊은이들의 생활 모습 속에서, 2,000년 전 한나라 시대 젊은이들이 협객으로 살아간 모습을 찾아.보는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구체적으로 현대 중국 남자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온라인(컴퓨터, 핸드폰) 게임 줄거리에서 과거 협객들의 역사 기록을 확인하고, 게임 캐릭터가 입은 옷에서도 한나라 시대 협객의 의복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그러니까 협객은 현대 중국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전형적인 모습이니, 중국인은 중국 역사 기록에 나오는 협객의 생활 방식을 본받아 세상을 살라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야 중년과 노년이 되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편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한나라에서 왔다(我從漢朝來)’다큐멘트리 프로그램 ‘중국 남성의 삶’ 편에서 협객을 설명하며, 자객 ‘형가’를 소개한다. ‘형가’는 2,300년 전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가 중국 대륙을 통일하기 바로 직전, 진나라 왕 정(후에 진시황제가 된다)을 암살하려 했던 자객이다. 중국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왜 자객 ‘형가’를 중국의 대표적인 협객 모습으로 그렸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자. 


<사기> 자객열전   


약 2천 년 전 한나라 시대 사마천이 중국 최고 역사 기록물 <사기>를 섰다. <사기>는 총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에 ‘본기’는 황제를 중심으로 한 역사 기록이고, ‘열전’은 의롭게 행동하고 기개가 있어 남에게 억눌리지 않고 기회를 살려서 살아간 사람들의 기록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열전’에 실린 사람들이 반드시 정의롭거나 칭송할 만한 인물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열전’에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정치가, 학자, 문인, 군인, 관리, 기업가뿐만 아니라 협객(유협열전), 자객(자객열전) 같은 사람들의 기록도 있다. 


중국 최고 역사서라고 칭송받는 <사기>를 쓴 사마천이 왜 역사책에 협객과 자객 이야기를 기록했을까? 

아마도 사마천은 그 당시 중국인의 일상생활을 기록하면서 중국인이 ‘협객’이나 ‘자객’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아니면 중국인이 ‘협객’이나 ‘자객’을 단지 특별하고 유별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실제로 중국인이 일상생활에서 그런 사고방식으로 살고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고.

그래서 사마천은 <사기> 열전 70편 중 두 편을 ‘유협(협객)열전’과 ‘자객 열전’으로 할애하여 역사에 전해 내려오는 유협(협객)과 자객의 활동 내용을 기록하여 남겼다. 


중국 역사학자들은 사마천이 중국 민간 질서(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의 바탕이 되는 협객의 사고방식을 인정하고, 일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유학적 명분이나 이념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역사 기록으로 남기려고 했다고 한다.


‘협객’이라는 단어는 사마천이 쓴 ‘유협열전’과 ‘자객열전’에서 ‘유협’과 ‘자객’의 뒷글자를 합쳐서 만들었다. 그래서 협객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자객’과 ‘유협’이 어떤 사람인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자객열전’에는 자객 다섯 명이 나온다. 자객 다섯 명 중 4명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 다른 사람을 죽인다. 


그 시대의 통치자(왕, 제후, 관리)가 어떤 사람을 인정해 주면, 인정을 받은 자객은 자신을 알아봐 줘서 고맙다고 그 통치자의 명령에 따라 어떤 사람을 죽인다. 중국 사전에서도 ‘자객’은 사람을 몰래 죽이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자객은 통치자의 입장에서는 편리한 도구일 수도 있다. 자객을 적당히 인정해 주고, 누구를 죽이라고 하면 자객이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 죽여주니 말이다. 통치자가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일종의 정치 행위일 뿐이다.


나머지 한 사람 자객이 ‘형가’다. <사기> ‘자객열전’에서 나머지 네 사람 자객 이야기는 간단히 소개하는 데 그쳤는데, ‘형가’이야기에는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그래서 협객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형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우리는 한나라에서 왔다.’’중국 남자의 삶’ 편에서도 총 50분 방영 분량 중 ‘형가’이야기를 5분 이상 다뤘다.


‘형가’는 2,300년 전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가 중국 대륙을 통일하기 바로 직전, 진나라 왕 정(후에 진시황제가 된다.)을 암살하려고 했던 자객이다. 진시황제를 죽이라고 부탁한 사람은 연나라 태자 ‘단’이다. 당연히 연나라 태자  ‘단’과 진나라 진시황제는 원수지간이다.


그런데 자객 ‘형가’는 진나라 진시황제와도 연나라 태자 ‘단’과도 어떤 인연도 관련도 없다. 연나라 태자 단이 원래 생각했던 자객은 ‘전광’이었다. 그런데 태자 단이 ‘전광’을 만나보니 ‘전광’은 이미 늙어서 자객으로 적당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광’이 태자 단에게 ‘형가’를 소개한다. 형가는 이미 오랫동안 ‘전광’을 선생님으로 모시면서 알고 지내던 사이다. 그러니까 형가와 전광 선생은 오랜 시간 동안 서로 신뢰를 쌓았던 것이다.


그래서 형가는 진나라 진시황제와 원수진 일도 없고, 연나라 태자 단이 먼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단지 전광 선생이 부탁하여 진시황제를 암살하러 떠난다. 형가가 진시황제를 죽이려고 결심한 이유는 단 한 가지 평소 신뢰를 쌓으며 지내던 전광 선생이 부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오랜 시간 동안 서로 신뢰하며 지낸 사이면, 신뢰하는 사람이 부탁하는 일이 나와 전혀 관련이 없어도, 신뢰하는 사람을 위해서 어떤 일이든 한다는 것이다. 


중국인은 꽌시 관계인 자기사람이 어떤 일을 부탁하면, 자신과 전혀 관계가 없어도, 어떤 경우에는 자신에게 피해가 발생해도, 그 일이 정의롭지 못하더라도, 부탁을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나중에 자신도 상대방에게 부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물론 한국인도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의 부탁은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사람은 그 부탁이 도덕과 법률,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면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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