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공', 중국 '성공'
한국과 중국, 같은 말 다른 뜻
한국 ‘성공’ : 목적하는 바를 이루는 것
중국 ‘성공(成功)’ ： 수량화가 가능한 가치를 가치는 일을 실현하는 것
한국 사전에서 ‘성공’은 목적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다. 중국 사전에서는 성공을 구체적으로 계량화할 수 있는 성과를 얻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중국 사전에서 ‘성공’이란 수량화가 가능한 가치를 가치는 일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한다(达到或实现某种价值尺度的事情或事件). 그러니까 내가 어떤 일을 이루었는데, 그 결과물이 금전로 수량화할 수 있는 경우에만 성공했다는 할 수 있는 것이다.
성공계단
중국 남동해안에는 샤먼시라는 항구 도시가 있다. 샤먼시 동쪽 바다 건너에 타이완이 있다.
중국 명나라 시기 ‘정성공’은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교체되는 시기, 명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운 장군이다. 정성공은 대륙에서 명나라가 멸망하자, 근거지를 타이완으로 옮기고 최후까지 명나라 부흥을 위해 힘썼다.
그 후 역사가들은 정성공 장군이 마지막까지 국가를 위해 싸운 충신으로 기록했다. 그래서 지금도 중국에서 정성공 장군은 마지막까지 국가에 충성한 유명한 역사적 인물로 남아있다. 자신의 이름 정성공(郑成功) 글자처럼 성공(成功)한 삶을 살았다.
샤먼시 해안 언덕 높은 곳에 정성공 장군이 동쪽 타이완을 바라보고 서 있는 동상이 있다. 동상이 있는 언덕 정상에 가자면 15분 정도 언덕길을 올라야 한다. 언덕 정상에 ‘민족 영웅 정성공 장군’이라는 표지판에 있고 바로 그 옆에 정성공(郑成功) 장군의 이름처럼 성공(成功)한 인물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성공에 이르는 계단’ 조형물을 만들었다.
인생에서 어떤 일을 이루면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지를 알려 주는 조형물로, 성공 내용을 단계별로 계단 모양을 만들어 성공에 이르는 순서를 정해 놓았다. 중국인이 생각하는 성공하는 인생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중에서 어떤 성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성공 계단 맨 아래 순서부터 애정, 재물, 과거 급제, 건강,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모두 이루는 것이다.
맨 아래 순서부터 살펴보자. 부부가 서로 애정을 가지고 한평생을 순탄하게 살아가는 것이 성공에서 가장 아래 단계이고 그다음이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는 것이다. 사랑보다는 돈이 더 좋다는 의미다.
그다음 돈이 많은 부자보다는 과거에 급제하여 관리(공무원)가 되는 것이다. 관리(공무원)가 되면 자연스럽게 돈이 저절로 들어와서 부자가 될 수 있고 여기에 더해 권력까지 있으니 단순히 돈만 많은 부자보다는 낫다는 의미다.
이 모든 것보다 더 큰 성공은 건강이다. 건강이 나쁘면 일찍 죽으니 당연히 건강이 최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다 가지는 것이 인생에서 최고 성공하는 것이라고 마무리한다.
도교 사원 복수녹(福壽祿)
중국 쓰촨성 청두시 청양사 도교 사원에도 사람이 빌 수 있는 소원을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벽에 써 놓은 조형물이 있다.
중국인은 매사에 현실적이다. 중국인은 하늘에 신이 있고, 사람이 죽어서 귀신이 된 후 생전에 착한 일을 많이 하면 극락이나 천당에 가고 나쁜 일을 많이 하면 지옥에 간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사람이 죽으면 극락이나 천당에 간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중국인은 죽으면 자신의 삶이 끝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죽지 않는 게 제일 좋다. 이런 틈새시장을 파고든 게 중국 도교다. 중국 도교에 나오는 신선들은 1,000년 이상을 산 사람이다. 그러니까 도를 닦아서 신선이 되면 죽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이다.
도교 사원에서 생활하며 종교 활동을 하는 사람을 도사라고 한다. 도교 사원에 있는 도사는 당연히 신선이 되는 것을 목표로 도를 닦는다. 하지만 이따금 도교 사원을 찾는 보통 사람은 도를 닦아 신선이 되기 어렵다.
그래서 중국인이 도교 사원을 찾아 향을 피우며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소원은 모두 현실적인 내용이다. 그러니까 중국 보통 사람이 도교 사원을 찾는 목적은 현세에서 이익을 얻는 데 있다.
친절하게도 중국 쓰촨성 청두시 청양사 도교 사원에는 사람이 빌 수 있는 소원을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벽에 써 놓았다. 벽에 있는 글씨는 왼쪽부터 복수녹(福壽祿)이다. 중국인이 복(福)을 빈다고 할 때, 중국인이 생각하는 ‘복’이란 무엇일까?
중국 사전에서 ‘복(福)’은 부유하고 귀하고 오래 살고 과거에 합격하는(富贵寿考) 것이라고 정의한다. 부유하다는 것은 돈이 많다는 것이고, 귀하다는 것을 세력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지배한다는 것이고, 오래 사는 것은 당연하고, 합격한다는 것은 공무원이 되어 돈을 번다는 것이다.
도교 사원 벽에 써놓은 ‘복수녹(福壽祿)’세 글자는 복(福)을 알기 쉽게 다시 한번 설명해 놓은 것이다. 복(福)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수(壽)로 오래 사는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는 현세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중국인에게는 당연히 오래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그다음 글자가 녹(祿)이다. 녹(祿)은 다른 말로 녹봉(祿俸)이다. ‘녹봉’이란 벼슬아치에게 일 년 또는 계절 단위로 나누어 주던 금품을 말한다. 현대어로 바꾸면 공무원 봉급이란 의미다.
그러니까 중국인은 복(福)중에서 오래 사는 것이 가장 먼저이고 그다음이 과거에 합격하여 관리가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중국인은 드러내 놓고 돈을 좋아한다고 한다는데, 왜 도교 사원 벽에 금전에 관한 글자는 없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아보자.
기원전 100년경 사마천은 <사기> ‘화식열전’을 썼다. 이 ‘화식열전’을 중국에서는 ‘상경(商經)’이라고 한다. 상업이라는 글자 뒤에 종교 경전에 쓰는 ‘경’ 자가 붙어 있으니 중국 경제 경영학 개론서로 보면 된다.
사마천은 ‘화식열전’에서 부자가 되는 세 가지 방법을 말한다. 그중 가장 좋은 방법이 '학문으로 과거에 합격해 권력과 지위를 얻는 길'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부자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권력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그다음 두 번째 방법은 ‘권력을 통하지 못하면 학문이나 종교를 통해 또 다른 지위를 얻는 길’이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 방법이 바로 ‘장사를 하는 길’이라고 한다.
현대 상황으로 다시 해석해보면 첫 번째는 국가 관리가 되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회사에 취직하는 방법이고 세 번째가 자영업을 하는 것이다.
옛날 중국인은 왜 과거에 합격해 국가 관리가 되는 것이 돈을 버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을까?
1900년대 초반 이보가(李寶嘉)라는 작가가 <관장현형기(官場現形記)>라는 사회소설을 쓴다. 청나라 말기 사회 현상을 묘사한 이 소설은 중국 청나라 4대 소설로 꼽힌다. 제목에서 관장(官場) 이란 관가를 말하는데 현대어로 풀면 국가 기관이라는 의미다. 현장기는 ‘현장의 모습을 기록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국가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실제 모습을 묘사한 관료사회 부패 폭로 소설이다.
소설은 스승이 제자의 질문에 답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자가 스승에게 ‘공부를 해서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스승은 이에 ‘공부를 열심히 하면 관리 (공무원) 가 될 수 있다’고 답한다. 그러자 제자는 관리가 되면 무엇이 좋은지 다시 묻는다. 그러자 스승은 ‘관리가 되면 돈을 벌 수 있게 되느니라. 의자에 앉아 다른 사람을 오라 가라 할 수 있고 또 말을 안 들으면 감옥에 가둘 수도 있단다. 그러면 저절로 돈을 가지고 온단다’라고 알려준다.
그러면서 ‘공부해서 과거에 급제하지 않는다면 무슨 수로 이런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겠느냐’라고 한다. 과거 시험에 합격해 관리가 되려는 목적이 돈을 벌어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이라는 소리다.
중국인은 오래전부터 어떻게 보면 너무 적나라하게 또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솔직하게 사람이 돈을 좋아한다는 것과 또 그 돈을 버는 방법도 확실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