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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dongkim Sep 23. 2022

한국 '장사',  중국 '장사(생의. 生意)'

한국과 중국, 같은 말 다른 뜻

한국 ‘장사’  : 이익을 얻으려고 물건을 사서 파는 것


중국 ‘장사(생이. 生意)’ : 이윤을 얻을 목적으로 하는 생산, 유통, 판매, 무역 활동


중국  셩이(生意) : 글자대로 풀이하면 ‘살아가는 의미’다. 다르게 표현하면 ‘삶이 곧 장사’라는 의미다.



사마천은 ‘돈이란 풍요롭고 아름다운 생활을 누리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기에, 부자가 되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 요구’라고 한다. 그러면서 가난한 사람이 돈을 벌고자 할 때는 농업이 공업만 못하고 공업이 상업만 못하다고 한다. 그리고 상업과 관련된 일을 상품 교환, 상품 생산, 서비스업, 임대업, 네 가지로 구분하는데 그 중 상품 교환에 관한 부분이 곧 장사에 관한 내용이다.


한국어 사전에서 ‘장사’는 이익을 얻으려고 물건을 사서 파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중국에서는 장사를 셩이(生意)라고 하는데, 글자대로 풀이하면 ‘살아가는 의미’다. 다르게 표현하면 ‘삶이 곧 장사’라는 것이다. 중국어 사전에서 셩이는 이윤을 얻을 목적으로 하는 생산, 유통, 판매, 무역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우리나라에서 장사는 판매 활동으로 한정하는 데 비해, 중국에서 ‘셩이’는 상업 활동 전체를 포함한다.


중국인에게 장사는 체질적으로 잘 맞는 것 같다. 중국인은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그 돈을 벌 수 있다면 기꺼이 장사를 한다.


한국 대학은 3월에 새 학기를 시작한다. 반면 중국은 9월에 새 학기를 시작한다. 중국 대학생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대부분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그래서 중국 대학교에서는 졸업 시즌인 6월이 되면 졸업생들이 기숙사에서 사용했던 생활용품을 내다 판다. 대학교 안에 커다란 난전이 벌어지는 것이다.


사용했던 생활용품과 책을 파는 것이기에 가격이 아주 저렴하다. 졸업생 한 명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팔아봐야 한국 돈으로 1만 원도 채 되지 않는다. 중국인은 아무리 작은 물건이라도, 또 아무리 이윤이 박하더라도 팔 수 있는 물건이 있으면 장사를 한다. 


 최근 한국에서 유학하는 중국 대학생들이 많다. 대부분의 중국 유학생도 장사를 한다. 한국에 유학 오기 전 공부하던 자신의 중국 대학교 친구들에게 한국 상품을 국제우편으로 파는 것이다. 한국 유학생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도 모두 이렇게 장사를 한다. 비록 한 달에 몇 개밖에는 팔지 못하겠지만, 중국인에게는 삶이 곧 장사이기에 개의치 않는다.


위에서 대학 졸업생들이 쓰던 물건을 팔려고 난장을 여는 것이나, 외국 유학생들이 친구에게 현지 국가의 물건을 파는 것은 장사를 의미하는 중국어‘셩이(生意)’라는 글자의 풀이대로 삶이 곧 장사이기 때문이다.


사업 때문에 중국인을 상대해본 한국인은 ‘중국인은 핏줄에 피가 아니라 돈이 흐른다’고 하는데 이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새로운 일 년이 시작되는 새해 첫날 사람을 만나면 한국에서는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하지만, 중국에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 ‘돈 많이 버세요(恭喜发财)’라고 인사한다.



공자 후손 장사 모습


공자는 중국 산둥성 지닝시 곡부에서 태어나고 생활했다. 그래서 곡부에는 공자와 관련된 유적지가 많은데 사람들이 자주 가는 장소는 공묘, 공부, 공림 이렇게 세 곳이다. 공묘는 공자의 사상을 기리는 장소이고, 공부는 공자가 생활한 공간이고, 공림은 공자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공부(공자 집안 생활 공간)의 면적이 워낙 넓다 보니, 공자 후손들은 공부 건물 하나씩을 차지하고 공자 브랜드를 사용하여 장사를 한다. 공자의 74대손인 공씨 가문 후손도 역시 공부에 있는 건물에서 본인이 직접 쓴 붓글씨 서예 작품을 판다. 그런데 이 후손이 사용하고 있는 건물이 공부에서 장사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 위치도 좋을 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유명해서인지 상점을 드나드는 사람도 꽤 많다.


상점 안에 본인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있는데 서예 작품이 한국에서 잘 팔린다는 내용도 있다. 본인을 소개하는 안내판에는 중국 건국 50주년 서예전에 참여하여 1등 상인 금상을 받았다는 자랑도 덧붙어 있다. 그런데 서예전에 참여하면서 출품한 서예 작품의 글이 마오쩌둥의 시 <심원춘 설 沁園春 雪 >이다.


<심원춘 설>은 마오쩌둥이 1936년 대장정을 마치고 지었는데, 시의 내용을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분은 중국 산하가 웅장하다는 내용이고, 두 번째 부분은 마오쩌둥이 이런 중국 산하를 보고 감탄하여 역사의 영웅 진시황제를 생각하며 중국을 통일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게 됐다는 내용이다.


공자의 후손이 손수 썼다는 서예 작품을 보면서 한국인인 나는 한국인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두 가지 의문이 생겼다. 


첫째는 마오쩌둥이 진시황제를 생각했다는 시의 내용이다. 중국을 통일하여 혼란스러운 춘추전국시대 700여 년을 끝낸 진시황제가 대단하기는 하지만, 진시황제는 공자의 유교 책을 불사르고 유학자를 죽인 사람이다. 유교의 창시자 공자의 후손이 조상인 공자의 책을 불사르고 유학을 핍박한 진시황제를 찬양하는 마오쩌둥의 시를 서예로 쓴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이 시를 지은 사람이 마오쩌둥이라는 사실이다. 마오쩌둥은 문화혁명을 일으켰고 문화혁명  기간 동안 홍위병에게 ‘모든 악귀를 쓸어 비리다’며 공자의 사상을 기리는 공간인 공묘와 공부 그리고 공림을 파괴하도록 했다.             

                                                                              

 이때 홍위병은 공자를 기리는 비석을 깨버렸을 뿐만 아니라, 공자의 무덤까지 파헤쳤다. 그러니까 공자의 후손이 조상인 공자의 무덤을 파헤치도록 지시한 마오쩌둥의 시를 본인의 서예 작품으로 쓴 것이다.


중국 친구에게 이런 의문을 털어놓았더니 아주 간단하고 명쾌하게 대답해준다. “공자도 죽었고 마오쩌둥도 이미 죽었는데, 무슨 상관이 있냐”고. 장사로 돈이 되는 일이라면 조상을 욕본 사람이라도 같이 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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