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뜨겁던 여름 이야기
고2였나, 고3이었나… 한여름 일요일, 우리는 학교에 나와 자습을 해야 하던 시절이었다.
에어컨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도 못했던 그 시절.
땡볕에 달궈진 콘크리트 교실에서 우린 더위를 못 이겨 급히 작당을 했다.
“야, 소양강으로 물놀이 가자!”
그렇게 갑작스레 떠난 소양강.
수영 좀 한다는 녀석들은 으쓱거리며 강을 첨벙첨벙 건너더니, 강 건너편에서 지들끼리 낄낄대며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남겨진 우리는 뭐랄까…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
“야! 우리도 같이 놀자니까!”
아무리 불러도 대답은커녕, 콧방귀 하나 안 뀌는 그놈들.
그래서 우리, 아주 조용히… 아니, 은근히 부아가 치민 채로… 녀석들이 벗어 놓은 옷을 몽땅 챙겨 시내 버스를 타고 학교로 돌아왔다.
그 시원한 복수의 짜릿함! 웃음을 참으며 통쾌한 마음으로 학교로 돌아와 공부에 전념(?)했다.
얼마 후 그러니까 한 두시간 흘렀을까?
그 때의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압권이다.
힘들게 어찌어찌하여 학교로 돌아온 그들은…
빤스 한 장 걸치고, 당당하게 학교 교정에 등장!
그 황당하고도 놀라운 귀환에 교정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우리는 순식간에 옷 도둑으로 낙인찍혀 한동안 친구들 눈치를 봐야 했었다.
하지만 뭐, 지금 돌아보면…
그때 그 여름,
그 유쾌한 장난과 도망 다니던 시간들,
지금은 상상도 못 할
모두가 반짝이던 추억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