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루덴스
형이 데려온 고양이들과 함께 살게 되면서, 조심해야 될 것들을 알아봤다. 무엇을 먹으면 안 되고 어떤 행동을 경계하는지.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존재와 함께 지내게 되는 것은 무척 조심스럽고 떨리는 일이었다.
블로그에서 SNS로, 또는 구글과 네이버로 흘러 다니면서 고양이에 관한 역사나 지식을 알아볼 수 있었다. 때로는 신비한 낭설까지도. 그러다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어떤 꽃은 고양이에게 독이 된다는 것이었다.
가령 백합이 가지고 있는 소량의 독성은 고양이의 신장에 해가 된다는 것이다. 백합을 먹거나 (어떤 고양이는 꽃을 먹기도 한다.) 꽃가루를 발에 묻힌 채로 그루밍을 하다 보면, 고양이는 의도치 않게 백합의 독성을 섭취하게 된다. 때문에 고양이를 키우는 집에 꽃을 선물했다가,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단다.
백합이 고양이에게 독이 된다니, 어떤 아름다움이 누군가에게 해가 된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주변에 흔히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때때로 섣부른 위로가 상대에게 잘못 닿을 때가 있고, 사랑으로 한 일이 상처가 되기도 한다. (데이트 폭력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어렸을 적, 친구 사이. 서로가 완전하지도 완숙하지도 않은 상태로 싸웠던 일들이 기억난다. 서로의 상처나 예민함을 예감하지만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다툼 들.
또는 가족 간의 엇갈림도 있겠다. 가장 오랫동안 가깝게 알아온 존재라는 것이, 가장 큰 오해가 될 때도 있다. 아마 어찌 됐든 대부분의 미움은 애정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전혀 알지 못했던 지식처럼, 우리가 살아가면서 모르는 채로 지나고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을까. 친한 친구의 가정사나, 부모님의 오래된 상처 같은 것들. 종종 문득, 내가 아직 모르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때에는 늘 이제니 시인의 시집 제목이 떠오른다.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이 시는 이렇게 끝이 난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꽃을 숨기고 있는 사람이다.
이제 우리는 영영 아프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영영 슬프게 되었다.
이제니,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우리가 영영 우리를 모르지 않게 되었으면 한다. 아프거나 슬픈 일이 적어도, 적어질 순 있도록.
나는 이제 고양이에게 꽃을 선물할 때,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었다. 몰랐던 사실을 애정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에. 사람의 일에도 그런 노력이 가능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도 우리를 모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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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호모루덴스
소개: 낭만이 밥을 먹여주진 않지만, 밥을 맛있게는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