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들어가는 대한민국의 부동산

1) 이제는 사라져야 할 전세 제도.

by Before the dawn

이제는 사라져야 할 전세 제도.


앞서도 언급했지만 OECD 국가들뿐 아니라 그 어느 나라에도 전세제도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 거의 유일하게 존재하는 후진국형 부동산 제도이다. 전세 제도를 한마디로 하면 돈 없는 세입자가 집 있고 돈 있는 집주인에게 돈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것이다. 이 한마디만 봐도 얼마나 말이 안되는 제도인가? 세입자가 빌려준 돈을 집 주인이 어디에 쓰는지 알수도 없고, 집주인이 재산이 얼마인지, 빚이 얼마인지, 직장은 있는지 등도 전혀 알 수 없는 ‘깜깜이' 상태에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빌려준다.


전세 제도의 시작은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60년대부터라고 볼 수 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대한민국은 제대로된 ‘금융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고, 어떻게든 집을 구해 살아야했던 국민들은 서로간에 돈을 빌려주면서 ‘사금융(private financing)’에 의존해야했다. 부모님이 미국에서 1972년 귀국했을 때도 마찬가지고 집도 부족하고 돈도 부족해서 친척들에게 돈을 빌려서 조그만 집을 직접 지어서 살았다고 한다. 국가도 가난하고 은행과 같은 제도권 금융도 돈이 없고 부족하니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서 전세 제도가 생겨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인간의 거래인 전세 제도가 지속 가능했었던 이유는 그 동안 대한민국의 부동산 가격이 엄청난 속도로 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내 돈을 ‘떼먹힐'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1997년,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시기에는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이 때 집 값이 2~30% 하락했어도 전세금은 안전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부가 전세자금을 거의 집값만큼이어도 빌려주고 국가가 보증을 서기 시작하면서 매매가 대비 전세가액이 7~80%,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깡통전세' 빌라, 연립들은 130%까지 된 것이다.


언론에서는 ‘빌라' ‘연립' 등은 시세가 없다느니,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보상해주느니 이런 얘기들이 매일 쏟아지는데, 전세 제도라는것이 없었으면 벌어지지도 않을 일이다. 또한 전세 제도가 없었다면 ‘갭투자'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집 값도 지금의 30%는 더 떨어질 여력이 있다. 내 돈을 한푼도 안들이고 2500세대의 집을 사게 할 수 있는 제도라는 것이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얼마전 주진형씨가 언론에 나와서 한 말이 외국인들에게 전세 제도를 설명해주면 모두가 다 ‘황당하다'라는 반응이라는 것이다. 금융이라는 것은 ‘신뢰(credit)’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전세 제도는 그 ‘신뢰’라는 것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지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불과 2년짜리 임대 계약을 맺는데 20년치 월세를 미리 주고 나중에 돌려받는다라는 것이 얼마나 비합리적인가? 물론 이런 측면은 있다. 대한민국의 월세는 선진국가의 대도시에 비하면 매우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결코 저렴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는 월세를 살아도 보증금을 월세의 10~20배 정도 내고 사는 것이다. 예를 들어 8평짜리 원룸에 살면 월세는 50만원인데, 보증금이 대부분 1천만원이다. 즉, 20개월치 월세를 보증금으로 내고 사는 것이다. 독일은 3개월, 그것도 현금이 아닌 은행 보증 (bank gurantee)로 대체가능하고, 미국은 1달밖에 안내는것에 비하면, 한국 월세가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다. 막말로 집주인이 보증금 받은 걸로 도박이나 마약으로 탕진한다고 하면 나중에 이를 어떻게 돌려받겠는가? 보증금에 대한 담보도 없고, 어디에 쓸지 용도조차 세입자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전세 제도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존속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 정부이다. 정부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에 접어들었음에도 전세 제도를 ‘서민 주거 대책'이라는 말로 포장해서 시장에서 지속될 수 있도록 관여를 했다. 즉, 금융권이 기업에서 대출이 없자, 돈 없는 서민들에게 이자를 뽑아먹기 위해 전세 자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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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 대출해주었고, 그걸 또 국가가 나서서 보증을 해주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출을 하게 멍석을 깔아준 것이다. 그 규모가 이제는 200조원 가까이 되었고, 5년전 대비해서 5배 가까이 늘어났다. 생각해보자, 200조원의 3%만 하더라도 은행들은 매년 6조원의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지금처럼 고금리 시대에는 그 두배인 12조원을 벌어들이는 것이다. 전체 전세 시장 규모는 1천조원이 되었고, 1년 이자로 보면 60조원 규모가 되는 것이다. 국가는 서민들을 위한 양질의 ‘공공 임대 주택'이라는 숙제는 안하고 이렇게 서민들을 전세 시장으로 몰아내게 한 것이다. 그야말로 국가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다. 그 결과 4~5평밖에 안되는 원룸을 청년들은 월세 50~100만원씩 주고 서울에서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X세대들은 이제 곧 은퇴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고, MZ 세대들은 X세대가 누리던 초고속 경제 성장의 단맛도 보지 못했다. 최근에는 출산율이 매우 낮다고 하나 여전히 현재의 2~30대 MZ 세대들은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취업도 잘 안되고 연애나 결혼도 못하는 세대가 되버렸다. 비혼이 늘고 저출산이 높아지는 많은 유중 하나가 부동산이라고 한다. 집은 살 엄두도 나지 않고, 전세 자금도 너무 너무 힘겹게 마련이 되니, 그 누가 결혼을 할려고나 할까? 지금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전세 제도라는 사인간의 거래를 제도권 금융으로 끌고 오는 것이다. 즉, 아주 열악한 서민층이 거주하는 2억 이하의 전세는 국가가 보증/보험을 가입하게 해주고 나머지 2억 이상의 전세는 시중 은행들에게 맡겨서 대출에 대한 risk를 은행이 지게 하면 (과거처럼) 전세 제도는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물론 전세 제도가 사라지면 결국 고통 받는 이들은 역시 서민들이 될 것이니, 대대적인 공공임대 주택 설립을 통해 저소득 서민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정말 대한민국 입법부와 행정부에 실망인 것은 ‘정책의 선진화'가 전혀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예전 가난했을 때야 가난하고 배우지 못했으니 ‘몰라서' 후진국이라 하더라도 지금은 입법부나 행정부에 있는 국회의원, 장차관들이 다 배울만큼 배우고 유학도 많이 다녀왔는데, 왜 이런 후진국형 제도를 방치하고 선진 부동산 금융 시스템을 안들여오는지 모르겠다. 모르긴 몰라도 금융권, 정치권, 부동산 업계의 부정 연결 고리가 있어 보인다. 얼마전 신문에 보면 정부의 고위 관료들의 1/3이 강남에 수십억 하는 아파트를 1~2채씩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역시 '전세'라는 희한한 제도를 통해 '갭투기'를 해서 재산을 불려나간다. 특히 전세 자금대출을 거의 무한대로 허용해준 자들에 대해서 국민들은 서슬퍼런 눈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