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로 울고 웃는 나의 삶

- 평생 미국 달러 통장을 만들어야 하나?

by Before the dawn

예전 '화폐 전쟁'이란 소설이 있었다. 소설이지만, 사실에 많이 근거해서 쓴 소설이다. 총 3권으로 이루어진 화폐 전쟁은 역사적으로 '화폐'를 위해 각 국가들이 총성 없는 전쟁을 다뤘다.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내 삶 역시 달러를 빼놓고 살 수는 없었다. 평생을 외국에 왔다 갔다 하고 애들 유학 보내느라, '환율'은 우리 가족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변수였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미국에 간 것은 비가 무지하게 내렸던 1984년 여름이었다. 정말 대한민국이 무너져라 비가 내렸는데, 그때는 어려서 잘 몰랐지만 기상 관측 이래 역대급 태풍 '홀리'가 지나간 여름이었다. 아무튼 온 가족이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가는데, 그 당시 환율은 1달러당 800원 초반대였다. 물론 그 당시 대한민국 1인당 GDP가 4000불 정도 수준이었으니, 800원도 만만치 않은 환율이지만, 지금 기준으로 보면 그야말로 달러가 껌값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의 첫 미국 생황에서의 환율은 크게 기억에 존재하지 않을 만큼 별 문제가 없었다. 두 번째 미국으로 내가 어학연수를 갔을 때는 1995년, 이 때는 1984년도보다 싼 700원 중후반이었다. 1995년 대한민국 1인당 GDP가 1만 2천 불 수준이니 10년 전보다 소득은 3배가 늘었는데, 오히려 달러는 싼 편이었다. 이 때도 참 '미국 물가는 정말 싸다'하면서 살았던 기억이 난다.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달러 대비 환율'은 내가 미국으로 대학원을 떠난 1997년이다. 1997년은 기억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소위 'IMF'라고 해서 대한민국이 IMF (국제통화기금)에 돈을 빌려야 될 정도로 한국 경제는 초토화되었던 해이다. 내가 12월 26일 떠났는데, 그때 기억이 맞다면 달러 대비 원화가 약 1800원대로 치솟았다. 어머니가 천만 원을 환전해 주셨는데, 내 손에 쥐어진 달러는 고각 6000불이 채 안되었다. 불과 3년 전에 비해면 1만 2천 불이어야 할 달러가 반토막이 난 것이다. 물론 내가 벌어서 쓰는 돈이 아니다 보니, 놀라긴 했지만 미국 도착 후 새해가 되다 보니 1달러가 2천 원을 넘었다. 그때 형네 가족들하고 일식집에 점심 먹으러 갔다 김초밥 1개가 3불 정도였는데, 한국돈으로 환산해 보니 약 6000원인 것이었다. 그때처럼 점심 한 끼 먹으면서 씁쓸했던 기억이 또 있나 싶었다.

output.png [1984~2026 달러 대비 원화 환율 그래프- ChatGPT]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키우던 중 2008년 독일로 주재원을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마치 1997년 데자뷔처럼 유럽 그리스발 세계 경제 위기가 도래했다. 달러, 유로 대비 원화는 속절없이 무너져갔고, 결국 내가 떠난 2008년 12월에는 1유로가 1800원대까지 치솟았다. 달러는 1500원을 훌쩍 넘었었다. 독일에 가서 차를 두 대 샀는데, 한대는 1만 7천 유로, 다른 한대는 1만 8백 유로에 샀다. 예전 환율이었으면 정말 얼마 안 하는 돈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거의 4~50%를 더 주고 사다 보니 너무나도 돈이 아까웠다. 한식당에 가서 짜장면 한 그릇 사 먹는데 그 당시 짜장면 1그릇이 15유로 정도였으니, 거의 3만 원을 넘게 주고 먹게 되는 거였다. 소주 한 병이 17유로였으니 소주 1병을 4만 원 주고 사 먹는, 정말 웃픈 현실이었다. 다행히 한국의 경우 급속도로 경제가 안정을 되찾으며 1700원, 1600원, 1500원으로 빠르게 원화는 절상되었는데, 1500원도 여전히 예전 1200원대에 비하면 엄청 비싸서 독일에서 10여 년을 살면서 정말 비싸게 살았던 기억이 난다.

2018년 한국에 돌아와서 그럭저럭 살고 있는데, 아이 둘이 모두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워낙 어려서부터 한국말을 잘 못해 도저히 한국에서 대학을 가는 것은 엄두도 못 냈고, 결국 미국으로 대학을 가게 되었는데, 희한하게 또 달러가 엄청 강해져서 1100원 하던 달러가 1300원을 넘어갔다. 그러던 달러가 2026년 현재 1460원을 넘어가 마치 2008년 경제 위기 시대로 돌아간 상태다. 영국으로 유학 보낸 친구는 2천 원을 넘나드는 파운드를 경험하고 있고, 유로화 역시 1700원을 훌쩍 넘은 상태다.

인생은 '줄 서기를 잘해야 한다'라는 말처럼 '운'이 매우 크게 작용할 때가 있다. 멀쩡하던 환율이 우리 가족이 외국에 나가기만 하면 (1980~90년대 빼면) 미친 듯이 오르고 원래 내야 할 돈의 30% 이상을 더 내는 상황이 되었다.

ChatGPT Image 2026년 1월 12일 오후 10_03_53.png [달러에 울고 웃는 한국민들, ChatGPT Image]

매우 절망적인 것은 예전에는 원화가 급락하면 1~2년 사이에 빠르게 회복하고 4~5년 정도 안정되는 사이클이었는데, 2020년 들어와서는 1300~1500원대 박스권에 갇혀서 원화 가치가 매우 떨어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률과 1인당 GDP는 최근 5년과 떨어지거나 제자리에 머물러있다. 심지어 이제 1인당 GDP는 대만에게도 추월당한 상황이다. 달러 기준 대비 대한민국의 최저 임금은 5년째 7달러대로 제자리에 머물러있다. 아무리 최저임금을 올려도 원화 가치가 하락하니 국제 기준으로 보면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최저 임금은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있는 것이다.

얼마 전 정부와 한국은행 총재가 달러 대비 원화 하락의 원인으로 서학개미들을 지목했는데, 미국 유학 비용도 상당할 것이다. 2025년 기준 미국에 유학 중인 한국 학생들이 4만 3천 명이 넘는다고 하고 어떤 통계는 5만 명이 넘는다고도 한다. 사실 유학생 부모나 서학 개미들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교육시키는 것보다 미국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한국 주식 시장보다 미국 주식 시장이 수익률이 높을 것이다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니 이들은 높은 달러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달러를 사서 반출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 경제의 취약성이다. 1%대에 갇혀있는 경제 성장이 회복되지 않는 한, 서학개미들은 더더욱 미국 증시로 몰릴 것이고, 공교육이 몰락한 한국 교육에 실망한 학부모들은 자식들을 미국이나 해외로 보낼 것이다. 그러나 어짜하랴, 한국 경제는 20년 전 체질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대로인 것을. 물론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등 뛰어난 기업들도 있으나 90% 이상의 기업들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내수 시장은 축소되고, 집값은 폭등하고, 가계 부채는 늘고, 사교육비는 늘어나고, 도무지 나라 경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빛줄기는 보이질 않는다. 정말 정부와 국회의원들, 그리고 기업인들은 처절하게 반성하고 중장기 로드맵을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될 것이다.

ChatGPT Image 2026년 1월 12일 오후 10_19_12.png [저성장으로 고통받는 한국민들- ChatGPT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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