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하는 사회, 대한민국

- Netflix 흑백요리사 2 최강록 씨가 우리에게 남긴 명언

by Before the dawn

내가 Blockbuster, 미국의 비디오 대여점을 처음 경험한 것은 1995년이었다. 100평 가까이 되는 커다랗고 깔끔한 매장에서 수많은 영화들을 단도 몇 불에 빌릴 수 있었다. 매 주말마다 가족들과 1~2편씩 빌려서 보는데, 문제는 이 테이프를 반납하는 게 지독히 귀찮다는 것이다. 이 insight에서 출발한 것이 지금의 Netflix이고, 비디오/DVD를 물리적으로 빌릴 필요 없이 streaming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다운로드.jpeg [90년대 미국의 대표적 비디오테이프 대여점, Blockbuster]

Netflix의 성공은 실로 엄청나고, 앞으로도 엄청날 거 같다. 내가 특히 Netflix에 놀란 지점은 한국의 제작팀들인데 나라가 돈이 없고, 방송/미디어 분야가 돈이 없다 보니 매번 저예산으로 쥐어짜는 아이디어와 셀레브리티(celebrity)에 의존하는 프로그램들이 넘쳐났는데, 이들이 Netflix에서 수백억을 선불로 받아 마음껏 제작을 하는 환경에 놓이니, 오징어게임, 흑백요리사, 피지컬 100 등 놀라운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냈다. 역시 '돈(예상)'의 힘은 무한하고 우리 미디어 제작팀의 역량을 3배 4배 늘려주는 효과를 보여준다.

netflix.png [제작진을 춤추게 만드는 어마어마한 Netflix의 자본력, ChatGPT image]

내가 요새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흑백요리사 2'이다. 중간중간 힘이 좀 빠지는 전개가 있긴 했지만 (영어 번역도 좀 엉성했음), 백종원/안성재 두 사람의 어울리지 않는 거 같지만 잘 어울리는 명콤비에다가, 요리사 한 명 한 명의 유명세와 뛰어난 요리 실력, 그리고 말솜씨까지 정말 다음 편이 기대되는 프로이다. 물론 제작진의 돈자랑(엄청난 세트와 각종 장비들)과 절묘한 편집, 그리고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까지 제작/출연진 모두가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만든 훌륭한 작품이다. 오늘 그 '흑백요리사 2'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우승은 지난 1편에서 일찍 탈락한 최강록 씨가 했는데, 그가 명언을 오늘 남겼다. 간단히 요약하면, '나는 그저 그런 요리사인데, '찜(braised)' 요리로 요리 대회에서 1등을 한 적이 있는데, 그걸로 나는 본인이 정말 좋아하지도 않는 '찜'요리로 평생을 살아왔다. 나 자신을 위해서는 라면밖에 끓인 적이 없고, 진정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요리는 하지 못한 채 ' 요리를 잘하는 사람으로 '척'하면서 살아왔다'라고 이실직고를 했다. 어찌나 그 말이 공감이 되는지, 나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든 참가자들이 '감동'을 받았다.


'척'하는 인생, 나는 이 말을 듣고 내 인생 전체가 주마등(走馬燈)처럼 지나갔다. 과연 나는 내가 좋아하고 내가 행복해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왔는지, 아니면 남에게 인정받고, 남에게 자랑하고, 남보다 돈 더 벌고, 이렇게 인생의 중심점이 '내(Me)'가 아니라 '남(You)'이 아니었는지 돌이켜봤다. 결론은 '남(You)' 또는 '가족(family)'를 위해 살아왔고, 이제 남은 인생은 '나(Me)'를 중심에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 최강록 셰프의 어록이 꽤 유명해질 거 같긴 한데, 우리 정치인이나 위정자들을 한번 살펴보자. 국회의원이나 공무원은 많은 연봉을 받지 않지만, 내가 나라와 국가, 그리고 사회라는 공동체에 service 하기 위한 자리이다. 물론 많은 수의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받는 고액 연금과(수명이 엄청 늘어나서 연금 받는 돈이 어마어마해짐), 중간에 잘릴 걱정 없이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안정성 등 현실적인 이유 때문일 것이다 (물론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나라가 경제적/부의 양극화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척'하는 사회는 점점 더 심화될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부자들을 더 우러러보고 (어차피 나는 도달하지 못할 부니깐), 부자들은 보통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들을 더 무시할 것이다. 단순히 부(경제력)의 문제만이 아니다. 권력의 양극화도 심해지면 요새 언론을 도배하는 권력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을 업신여기고 마치 자기 부하직원들을 종 부리듯이 '권력 남용' '갑질'을 해대는 것이다. 수천 년 전 아리스토텔레스는 "평등은 비슷한 사람들을 똑같이 대우하는 데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생각해 보자. 그 옛날 지금 사회에 비하면 미개하기 그지없던 그 시절에도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사람들은 똑같이 대우받아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 '있는 척' '센 척' 하면서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부정부패를 저지르면서 살아간다.


사회가 이렇다 보니 젊은 세대들 역시 '가진 척' '있는 척'하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소셜미디어에 넘쳐나는 '수입차' '멋진 여행' 사진들을 통해서 남들에게 '척'을 한다. 진짜 가진 사람이 하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젊은 층도 '척' 하려고 일부러 과소비를 하면서 '척'을 한다. 사실 남이 나를 바라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양극화 심화가 점점 더 '척'하는 사회를 가속화시킨다. 오늘부터라도 '나'에 더 집중하기를 나 스스로에게 다짐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최강록씨의 이 '척'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되기를 바란다.

ChatGPT Image 2026년 1월 15일 오전 08_54_17.png [남보다는 나를 위하길, 샤갈풍의 ChatGPT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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