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님

저작권 도용도 절도 다

by 능선오름

법 좀 지켜요


‘저작권’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게 대부분 출간책자의 맨 뒷페이지에 나열된 출판사와 출판일.. 등등 말미에 꼭 붙어 있는 단어라 익숙한 편이다.

또 많은 영상 콘텐츠, 영화 같은 경우에도 수시로 등장하는 단어이니 익숙하지만,

어디까지가 저작권 침해인지는 사실 좀 모호한 부분이 없지 않다.


“ 저작권법 제140조(고소)

이 장의 죄에 대한 공소는 고소가 있어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영리를 목적으로 또는 상습적으로 제136조 제1항 제1호, 제136조 제2항 제3호 및 제4호(제124조 제1항 제3호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처벌하지 못한다)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라고 법률에 나와 있으니,

인터넷상 개인적으로 올린 수많은 블로그, 밴드, 카페, SNS 등에 수시로 등장하는 스크린 캡처 이미지 혹은 공공연히 포털에서 검색되는 이미지들을 사용했을 때, 분명 법적으로는 문제가 있지만 그 게시물이 화제가 될 정도로 알려지지 않으면 글쎄? '친고죄'가 섞여서 처벌 여부가 조금 애매하다.


과거 석사논문을 쓸 때 정식과목으로 '논문 작성 및 연구기법'이라는 과목을 수강했어서 논문상에 타인의 논문에서 참조를 할 때 반드시 인용표기법에 의해 출처를 명시해야 한다는 정도는 배웠다.

그래서 당시 중요 인용논문을 참조할 때는 논문 사이트에 나온 지도교수님과 학위학생의 이메일로 연락을 하여 따로 허락을 구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내 논문이 그다지 대단한 게 아니어서 그냥 인용표시만 제대로 했어도 굳이 그런 원저자 허락까지는 필요 없었을지 모르지만,

천성이 고지식하여 그리 했었고 오히려 상대방 저자도 뜻하지 않은 '허락 요구?'에 반가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배운 습관 때문인지 별로 인기도 없고 개인 사설이 많은 내 개인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도 가급적 사진의 출처를 표기하고, 네이버 지식인 같은 곳에서 얻은 정보에도 반드시 출처를 표기하는 편이다.

몇 년 전에 창작글밴드에서 잠시 활동한 적이 있었는데,

밴드인원은 많지 않았어도 꽤 치열하게 글을 쓰시는 분들이 많았어서 덩달아 열심히 1일 1 글을 실천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사실 업무적인 글쓰기 외에는 생전 처음으로 창작 소설, 창작 시 같은 것들을 마구잡이로 써 올리던 때라,

이제와 돌아보면 많이 창피하고 맞춤법이나 작법 같은 것도 맞지 않는 그런 잡스런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단 아침에 출근해서,

별생각 없이 커피타임을 하면서 간밤에 떠올랐던 글을 내키는 대로 A4 용지 두 장 분량을 바로 써서 올려버리곤 했었으니 거창한 탈고, 퇴고 이런 것 없었던 상태다.

그저 아침에 출근해서 머리 온도를 슬슬 올리는 습관 같은 것이었기 때문에,

쓰고 나서 주인공 이름도 잘 기억을 못 할 정도였으니 그나마 곱게 봐주신 밴드 회원분들이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게 지내다 가끔 밴드톡이 오가는 경우도 있었는데, 어떤 분이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내가 글밴드에 올리는 글 중 일부가, 그대로 복제되어 어떤 밴드 구성원의 개인 블로그에 퍼간 사람 자신의 글처럼 게재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내가 출간작가도 아닐뿐더러, 내 나름대로 매우 성의 없이? 작성된 글을 굳이 누가 퍼 나르기를 한다는 것이 오히려 은근 기분이 좋아지는 건 또 뭔가.

내가 별 반응을 안 보이니 톡을 보내준 회원이 어떤 블로그 경로를 다시 보내줘서 가보긴 했다.

내 글이 맞긴 맞는데, 그 블로그도 그다지 구독자도 없고 그냥 개인일기장 같은 것이라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그렇긴 한데.

남이 끄적거린 글을 굳이 퍼다가 자신의 온라인 공간에 자신의 글이라고 올리는 건 뭔가 싶긴 했다.

1. 어차피 내 블로그는 인기 블로그가 아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 다른 곳에서 맘에 드는 글이 있으면 그냥 퍼다가 놓는다.

2. 어차피 인기 블로거가 아니어서 퍼다가 놓은 글을 누군가. 굳이. 찾아와서. 알아낼 일은 없을 거다.

3. 저 글을 쓴 사람도 온전히 자기 글이 아닐 수도 있고, 어차피 유명작가도 아니니 뭐 어때.

4. 나는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원래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범인은 ‘4번’이 유력하다.

온라인 세상이 워낙 방대하긴 한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아서, 혹은 호기심이 많아서, 혹은 천성적으로 사냥꾼 본능이 강해서.

그 무엇이든 이곳저곳을 찾아가는 사람들은 제법 많다.

언젠가는 어디에 선가는 다 드러난다는 말이다.

2천 년대 초반? 즈음엔 저작물을 잔뜩 올려놓고 공유하는 사이트도 여러 곳 있었다.

그 사이트에 무료로 가입만 하면, 어지간한 저작물들을 거의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었어서 꽤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난 그때 거기에 온갖 저작물들을 올려놓는 업로더 들이 더 신기했었다.

국내 개봉조차 안 한 외국영화에 자막까지 입히는 수고를 들여서 올리기도 하고,

수백 권에 달하는 출간 만화책을 일일이 스캔해서 파일로 만들어 올리기도 하고,

다양한 장르의 음원들을 착실하게? 폴더별로 정리해서 올리기도 하고.

심지어 음란물조차 다양하게? 장르 구별까지 해서 올리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그런 헤비 업로더들에게 사이트에서 특별히 어떤 금전적인 대가를 줬었는지, 아니면 무슨 포인트가 쌓인 건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더 대단했던 건 어떻게 원본을 구한 건지 아니면 일일이 본인이 타이핑을 한 것 인지는 모르지만 출간 서적들을 전부 한글파일로 작성한 것으로 만들어 올리는 사람조차 있었다.

왜 그런 중노동? 을 했는지 원인은 잘 모르겠다만.


현재 진행 중인 인테리어 사업초기에 디자인 회사이다 보니 관련 소프트웨어의 가격들이 꽤 높아서 고충이 있었다.

제작사가 거의 외국 회사이고, 일반적인 사무용 프로그램들도 공식적으로 설치하려면 그 비용이 작지 않았는데, 당시에는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혹은 대기업 계열사조차 거의 대부분 인터넷에 공공연히 떠돌던 프로그램 복제판 (정품 인증까지 가능한)을 쓰고 있는 상황이었었다.

직원들조차 우리처럼 소규모로 시작하는 회사에서 비싼 정품 디스크 구매해서 쓰는 회사 없다고, 그냥 조립 PC 사면서 판매업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요청하면 다 깔아주니 쓸데없이 돈 쓰지 말자는 여론이었다.

그때, 나는 무슨 마음에서였는지 잘 모르지만 호기롭게 한마디 했었던 기억이 난다.

마치, 노량해전에서 격랑의 파도 위 수평선에 새카맣게 몰려드는 왜군을 향해 장군도를 치켜세워 소리 지르던 이순신 장군처럼.


“ 야. 소위 디자인으로 먹고살겠다는 회사에서 왜 남의 저작권을 몰래 써. 쪽팔리지 않겠냐? 짝퉁 소프트웨어로 디자인 만들어서 내놓으면 존심 상하잖아? ”


음.... 그렇게 몇 천만 원의 대가를 치르고 보니 속은 좀... 솔직히 아팠다.

내 주변에서 우리보다 더 규모가 큰 회사들조차, 심지어 대형 발주처조차 정품을 사용하지 않고있는 보안 프로그램까지 다 돈을 들여서 설치하고서는 괜한 오기를 부렸나 싶다.

물론 지금도.

아직도 소규모 회사들은 비인가 복제품들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상당히 규모가 큰 회사들도 수년간 업데이트가 되거나 아예 버전이 높아져서 현재의 PC 사양에는 적당하지 않은 석기시대 소프트웨어를 닦달해 가며 사용하는 회사들도 있고.

특히 디자인 회사들은 하드웨어 사양이 낮고 소프트웨어가 구 버전일 경우에는 디자이너가 모델링을 프로그램에서 돌리면 밤새워야 간신히 시스템이 돌아가는 경우도 없지 않다.


결국은 ‘돈’ 때문인데.

적어도.

그것이 글이건 이미지이건 상품이건, 창작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라면 남의 창작결과를 훔쳐가는 일은 안 하면 좋겠다.

법도 법이지만.

그렇게 하는 사람은 ‘창작’ 이 아니라 ‘절도’를 하는 거라니까!


작가의 이전글얼리어답터 讞利於答攄 외전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