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 매니아 1

탄생

by 능선오름

울트라 매니아1


5톤 화물차가 달리는 기차에 처박히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진짜 큰 소리는 고막에 닿기 전에 전신으로 와닿는 법이다.

남자는 머리로부터 시작하여 온몸에 와닿는 거대한 울림에 잠시 정신 줄을 놓았다.

아니, 놓을 줄 알았다.

상식으로 길들여진 두뇌는 지금의 상황에서 분명 자신은 정신을 잃어야 마땅했고,

그 이후는 참혹한 잔해들을 타인이 발견하는,

잘해야 어슴푸레하게 주변이 슬쩍 보이다가 누군가가 자신을 들여다보면 가냘픈 신음 정도를 뱉으며 페이드아웃.


그것도 영화에서나 그런 거지 이미 자신이 뭔가를 느낀다는 것 자체가 아리송한 수수께끼다.

그렇지 않은가.

이미 자신은 죽었는데 무슨 의식이 있다는 건가.

그게 사내가 가진 상식이었고 보통 영화 같은 데서 보이는 개인적인 종말의 장면이었다.

그렇게 될 거라 막연히 생각을 했고, 그게 일반적이었다.

헌데 사내는 자신이 정신을 잃지도, 온몸이 산산조각이 나지도 않았다는 걸 곧 깨달았다.

뭐지?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분명 사내는 이십층이 넘는 건물에서 머리를 아래로 하고 뛰어내렸다.

보통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그런 추락의 순간,

주마등처럼 만화경처럼 수많은 인과관계와 살아온 일생 이라든지 사랑하는 연인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든지 하는 걸로 그려지곤 했다.

사내도 아마 그런 경험을 할 거라 막연히 생각했다.

적어도 드라마틱 까지는 아니라도 다들 짧은 순간에 수많은 생각들이 스쳤다고들 하니까.

생존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말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야말로 자신은 볼품없는 똥덩이처럼 허공에 던져졌고, 아니 정확히는 몸을 던졌고,

어어 하는 사이에 보도블록은 찰나에 동공에 들어왔고 끝.

바람소리를 들었다거나 후회감이 밀려왔다거나 찰나가 꽤 길게 느껴졌다거나 하는 증언들이 다 개소리라는 걸 느낀 것도 적어도 떨어져 내리는 그 순간 동안은 아니었다.

그저 볼품없이, 허공에 던져진 똥덩이처럼 떨어진 게 전부였다.

머리로부터 퍼져나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자신의 육신은 보도블록들을 사방에 튕겨가며 절반쯤,

그야말로 문자 그대로 인도에 '꽂혔'다.


주변 어딘가에서 새된 비명소리와 웅성거림,

119에 전화를 해! 등등 소리가 아스라이 들려왔다.

‘난 죽지 않은 건가? 이게 말이 돼?’

스스로도 이 상황이 참으로 어이없다는 걸 깨닫고 남자는 고개를 서서히 들어 돌려 보았다.

충격의 여파가 상당해서 머리가 보도블록에 절반 이상 파묻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눈동자를 굴려보니 자신의 눈가에 온전한 보도블록 옆구리가 보였으니까.

목이 쳐 들렸다.

놀랍게도 통증은 없었다.

사내는 천천히 목을 들었다. 목이 부러진 거 아닌가 하는 마음에.

그러면서도 죽으려고 몸을 던졌던 자신이 지금 목 상태를 염려하는 게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이상 없이 고개를 치켜들고,

두 팔로 주변 바닥을 짚고 천천히 상체를 일으킨 사내는 저도 모르게 킬킬거리고 웃었다.

반쯤 몸을 일으킨 사내가 주변을 둘러보자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세상에! 살아있어! 피도 안나!”

“ 아니, 저게……. 멀쩡할 수 있어? 바닥이 저렇게 깨졌는데?”

“ 119! 119 전화했어?”

" 웃잖아! 이거 혹시 몰카 아니야? "


사람들은 인도 한가운데 가 폭탄을 맞은 것처럼 푹 패인 구덩이에서 사내가 몸을 천천히 일으키는 걸 보면서도 누구 하나 도움을 주려 나서지 않는다.

관심은 있으되, 굳이 관련되고 싶지 않은 방관자들의 생각이 무슨 와이 파이 신호처럼 사내에게 즉각 전달된다.

멀리서 건물 경비원이 허겁지겁 뛰어오는 게 어렴풋이 보인다.

어렴풋한 흐림이 시각에 문제가 생겨서가 아닌,

충돌의 여파로 인한 먼지가 아직 가라앉지 않아서였음을 곧 깨달았다.

그렇다면 투신과 충돌, 그 이후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았다는 얘기 다.

스스로도 황당한 사내였지만,

저 경비원에게 걸리면 뭔가 대단히 복잡한 변명이 필요할 것 같다는 판단이 문득 들었다.


사내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무 통증이 없다.

그리고 사내는 이내 인적이 드문 빌딩 골목을 향하여 미친 듯이 달렸다.

뒤에서 경비원이 부르는 소리와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오고, 멀리서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 아, 이게 뭐지. 왜 이렇게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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