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그곳에는, 거의 반년 전 회사를 떠난 이후 한 번도 볼 일이 없던 우부장이 서 있었다.
알아보기도 힘든 모습으로.
우부장은 깡마른 상태였으며, 머리카락은 한 올도 없었다.
한때 자동차 타이어 광고 캐릭터에 비교되어 놀림을 당하던 우부장은 없었다.
깡마르고, 피부는 탈색이라도 된 듯 비현실적으로 새하얗고,
두 눈은 퀭하게 들어가 깊은 눈 우물 속에서 눈동자만 번쩍 거리고 있었다.
그는 낡은 작업복 같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헐렁헐렁 한 옷 인지 옷이 안 맞는 건지 모르지만,
여기저기 찢어져 있었고 그 틈으로 언뜻언뜻 피부가 드러났는데.
어두운 복도에서 그의 피부들은 엷게 푸르스름한 형광 빛을 띠고 있어서 기괴했다.
대표는 놀랐던 가슴을 진정시키고, 우부장을 향해 활짝 미소를 지었다.
“ 야~우부장! 이게 얼마만 이야? 정말 반갑구먼. 잘 왔네. 잘 왔어.”
엉거주춤 몸을 돌려 있던 관리이사와 영업팀장도 우부장에게 엉겁결에 인사를 했다.
우부장은 휘청대는 걸음으로 그들이 모여 앉은 탁자 주변에 도착했다.
그가 가까이 오자 묘한 탄 냄새와 같은 냄새가 났다.
그는 잠시 테이블 옆에 멈춰 서서 셋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리곤 만면에 미소를 지었지만, 알아보기 힘들 만큼 비쩍 말라버린 데다 머리칼 한 올 없는 그네의 얼굴에 기괴한 호선이 하나 그어진 것 같을 뿐이었다.
그 호선이 비죽이 열리면서 빨간 혀가 보였다.
“ 오랜만입니다, 대표님. 이사님. 팀장님. 시간이 참 많이 흘렀군요. ”
나는 그들이 당황하며 하는 양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들은 내가 국가기관에 간 이후로의 행적을 당연히 모를 것이다.
내가 그 이후로 어떤 난관을 겪었을지, 아니면 그 이후 소멸이 되었다고 한들,
그들에겐 그저 지나간 기억, 잡담 거리 밖에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나란 존재는,
돈벌이에 필요한 샐러리맨이었으며 그 소용이 다 끝난 후 소모품으로 버리려던 패였기도 하고,
그럼에도 우연한 일을 기화로 다시 쓸모가 생겼고, 그 쓸모를 통해 많은 수익을 거두기도 했었던 그런 존재.
그러다 국가기관에 공출되다시피 해서 다소 아깝긴 하지만, 그게 전부 일 존재.
과연 그들이 나를 사람으로 보기는 하는 걸까.
대표는 우부장에게 말을 시키면서 한편으로 관리이사에게 눈짓을 했다.
그리고 관리이사는 대표의 눈짓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렸다.
잠시 화장실을 간다면서 관리이사는 자리를 벗어났다.
딱히 할 말이 없던 대표는 우부장에게 어찌 지냈느냐, 거기서 무엇을 했느냐,
어쩌다가 그렇게 살이 빠졌고 용모가 변해 버렸는가 하는 것 들을 물었다.
우부장은 묵묵부답. 대답을 하진 않았다.
우부장의 계속된 침묵에 좀 머쓱해진 대표는 우부장에게 담배를 권했다.
“ 아직도……. 실내 흡연이 가능한 건물이 있습니까?”
뜬금없는 우부장의 질문에 대표와 영업팀장은 반사적으로 얼굴을 마주 보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 에끼 이 사람, 여기 어차피 대표님 건물이잖아. 누구 눈치 볼일이 뭐 있나? 대표님 마음이지.”
우부장은 팀장의 말에 고개를 주억 거리며 담배를 당겨 물었다.
그러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담배를 피우면 죽을 수 있는 걸까? 죽도록 담배를 피워도 아무런 병도 없이 살 수 있다는 건 좋은 걸까?”
천정을 바라보며 실성한 사람처럼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우부장을 보며,
팀장과 대표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우부장이 문득 깨달았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 저희 집……. 이사했는가 보더군요.”
팀장이 깜박 잊었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부산스럽게 다급히 입을 열었다.
“ 아, 그게……. 기관에서 우리에게 연락이 왔거든. 우부장이 공무 중에 사망했다고,
그렇지만 그게 공식 공무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회사 소속으로 되어 있었으니까 회사에서 재해사망처리를 하고 회사차원에서 보상을 해주라고 말이지. 그래서 아마 이사한 걸로 알고 있고, 자네도 사망신고가 되어 있었을 거야.
근데 어떻게 이리 살아 돌아온 거지? 우리도 정말 당황스럽구먼.”
우부장의 눈빛이 반짝였다.
“ 사망이라. 그랬군요. 그럼 기관에서 보상처리도 해 주었겠군요. 식구들은 잘 있나요?”
우부장의 질문에 대표와 팀장은 다시 약속한 듯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 어, 그게…….
실은 사망 절차 처리와 보상까지는 회사 이름으로 하긴 했는데, 그 이후는 잘 모르겠네.
뭐 우리가 직원들의 식구 근황 까지는 잘 모르니까…….”
대표의 머뭇대는 대답에 우부장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화장실에 간다던 관리이사는 한참 후 에야 돌아왔다.
그리고 그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처음 울트라맨 작전의 시작이 되었던 사람 들.
임묘한, 기이한. 그 둘이었다.
두 명의 요원이 우부장을 보는 시선은 그야말로 죽은 자 가 살아온 것을 보는 눈이었다.
당혹해하고, 불신하는 듯한, 그러면서 약간의 공포가 어린 듯한.
임묘한 과장의 뒤에는 열 명은 넘어 보이는 건장한 양복 부대가 똑같아 보이는 슈트를 입고 정렬해서 서 있었다.
두 요원은 말없이 우부장의 맞은편으로 가고,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대표와 팀장은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 두 요원이 앉은자리 뒤에 가서 섰다.
마치 그 모양은, 두 명의 요원과 그들이 데려온 덩치들, 그리고 회사 대표와 이사, 팀장까지 셋을 포함한 무리가 우부장과 대치하고 있는 것 같은 형국이 되었다.
임 과장이 입을 열었다.
“ 우 부장님. 살아 있었군요. 설마 했는데……
꽤 오랜 시간이었는데 전혀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돌아오시면 우리에게 오시지 왜?”
임 과장의 말에 우부장의 창백한 입가에 다시 호선이 그려졌다.
그리곤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듯 대답을 했다.
“ 거기가 어디인지 제가 어떻게 압니까.
절 데려간 이후로 외부를 본 일이 없는데……. 그리곤 바로 투입되었잖아요.”
잠시 말을 멈춘 우부장의 눈빛이 어둡게 변하면서 임 과장을 향했다.
“ 그리고, 어차피 그 통제실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 출입구든 환기시설 이든 다 차단된다는 거,
당신들은 이미 알고 있었을 거 아니오?”
늘 무표정에 가깝던 임 과장과 기대리의 얼굴에 당황한 낯빛이 어렸다.
“ 뭐, 아무튼 이미 나도 그렇고 그쪽에 보냈던 요원들은 이미 다 버린 패였겠지... 당신 들 에겐.
나를 태워다 준 잠수함 요원들은 살아있긴 하나요? ”
우부장의 말이 계속되자 기이한 대리가 손짓을 했고,
뒤에 서 있던 덩치 두 명이 대표와 이사, 팀장을 밀다시피 밖으로 내보내고 출입문을 막아섰다.
잠시 한숨을 쉬던 임 과장이 어두운 눈빛으로 잠시간 우부장을 건네 보았다.
“ 우 부장님. 정말 미안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군요.
별로 기대는, 아니 기대한 대로라면 당신은 거기서 그대로 죽었어야 했습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살아났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것이지만,
당신과 같은 존재가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엔 오히려 문제 에요.
우리나라가 핵 항공모함을 못 만들어서 못 가진 건 아닙니다. 핵무장도 마찬가지 고.
오히려 그런 군사무장이 주변 강대국 들 에겐 위협이 되거든요.
우리가 그들에게 도전할 깜냥이 안 되는 거 알지만,
우리 같은 소국이 그런 걸 갖고 있으면 거슬리는 거죠.
힘없는 사람이 재산을 잔뜩 가진 것처럼 말입니다.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에겐 당신도 마찬가지 존재입니다.
어차피 우리나라에서는 보유해선 안 되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다른 나라에 넘길 수는 없는.”
잠시 말을 멈춘 사이 임 과장이 눈빛을 둘러싼 사내들에게 보내자,
사내들은 사전에 약속한 듯 질서 정연하게 우부장을 중심으로 둘러쌌다.
“ 그냥 그대로 어딘가 숨어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
이렇게 돌아오리란 생각도 안 하긴 했지만, 우리 같은 기관에서는 늘 ‘플랜 B’가 있는 법이거든요.”
우부장의 깊은 우물 같은 눈에서 빛이 번뜩이는 걸 순간적으로 임 과장은 본 듯했다.
“ 그렇군요. 그런데 우리 가족에겐 내가 사망한 걸로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은 어디 있습니까?”
임 과장은 다시 한숨을 쉬었다.
“ 우리 같은 기관은 늘 흔적과 꼬리를 남기지 않죠.
게다가 대상이 당신처럼 핵폭탄만큼 위협적인 존재와 관련된 것 일 경우에는.
안타깝지만 당신은 예전에 회사에서 이미 실험했던 것처럼,
모처에 파묻히는 걸로 하려 합니다.
어차피 죽지 않는다면 봉인이라도 해야지요.
다행인 건 당신이 죽지만 않을 뿐, 다른 힘은 없다는 게 우리에게 행운이지요.”
사내들이 우부장의 팔을 양쪽에서 잡아 일으켰다.
우부장의 충혈된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