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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 Jan 09. 2024

생물적으로 생각한다는 것

생물 0

생물(life)이란 ‘생명을 가지고 스스로 생활 현상을 유지하여 나가는 물체’를 뜻한다. 즉, ‘살아있는’ 것을 우리는 생물이라고 한다. 이러한 생물의 구조와 기능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있는데, 바로 생물학(biology)이다. 고등학교 교과서 표지에 적혀 있는 생명과학(life science)은 생물학보다 좀 더 범위가 넓어서, ‘화학, 물리학, 의학,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과 연관하여 생명에 관계되는 현상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과학’이다. 둘 다 생명 현상을 연구한다는 것은 같지만, 생명과학은 생물학의 지식을 기반으로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을 더 중점으로 둔다. 아무튼 생물학도, 생명과학도 모두 생물을 연구한다. 살아있는 생명을 관심 있게 다룬다. (앞으로 편의상 생물학과 생명과학을 아울러 [생물]이라고 지칭하고자 한다.)


[생물]은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는 다른 생물들과 자연환경의 관계를 잘 설명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의 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생리 현상을 잘 설명한다. [생물]이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생물과 우리를 잘 설명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우리의 관심이 우리 자신, 즉 인간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에 대한 다양한 의문에 대한 답을 [생물]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왜 아플까, 우리는 왜 늙을까,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서 왜 단백질을 먹어야 할까, 다른 생물들과 자연을 왜 보호해야 할까 등이 그 의문들에 해당한다. 우리는 우리의 생로병사와 관련된 신체 활동의 상당 부분을 [생물]로 알아낼 수 있다. 나의 신체에 대한 의문은 웬만하면 [생물]의 영역이다.


그런데 [생물]은 신체 활동에서 나아가 우리의 심리와 행동의 원인도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아이가 반항적인 행동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아이가 왜 반항적인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생물] 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 미시적으로는 뇌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도덕성과 충동의 억제에 관여하는 전전두엽은 청소년기 이후에 완전히 발달하므로 아이들은 아직 전전두엽의 발달이 미숙해 충동적으로 반항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거시적으로는 진화심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불안정한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진화적으로 공격 기제를 가질 수 있으며, 특히 본격적으로 생식 연령 시기에 접어드는 사춘기에는 그 공격 기제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더욱 강할 수 있다. 간단하게는 타고난 기질이라는 유전적 측면과 양육과 교육 환경이라는 환경적 측면에서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생물]은 눈에 보이는 신체 현상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특정 행동의 숨어있는 원인도 이해하도록 도울 수 있다.


[생물]을 통한 이러한 이해는 또한, 우리를 불안의 늪에서 꺼내줄 수 있다. 나를 공격하는 타인의 행동에 생물학적 원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우리는 타인을 좀 더 잘 이해하고, 타인과 편안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나를 공격하는 나의 행동에 깔린 생물학적 원인을 알면 우리는 우리가 왜 우울한지 좀 더 잘 이해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원인을 알면 무지에서 오는 불안을 해소할 수 있고, 원인을 알면 문제의 해결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생물]을 통해 타인과 조화를 이루고, [생물]에서 마음의 위로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생물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인간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생물]은 오묘하고 아름답다. [생물]은 인간을 이해하는 도구이자, 인간이며, 인간이 살아가는 지구 자체이기 때문이다. 생물과 [생물]의 신비는 단순히 활자만으로는 담을 수 없는 광활한 바다와도 같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생물]을 가장 비중 있게 배우는 고등학교에서는 시험 때문에 [생물]을 단순히 암기 과목, 계산 과목으로 기억하게 된다. 시험에 쫓겨 허겁지겁 외웠던 용어와 등급을 내기 위한 킬러 문제 풀이법이 [생물]의 대부분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생물]은 그게 다가 아니다. [생물]은 우리를 이해하는 아주 강력한 도구이자, 모든 생물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핵심 그 자체이다. 그래서 좀 더 많은 사람이 이 [생물]의 정수를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좀 더 많은 사람이 우리의 일상을 생물적으로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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