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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 Jul 18. 2024

선생님의 잇 아이템

학교 6

학교 선생님들을 둘러보면, 많은 선생님이 공통으로 쓰는 잇 아이템이 있다. 한 선생님이 학교에서 사용하다 보니 좋은 물건은 입소문을 타고 점점 더 많은 선생님이 쓰게 되고, 자연히 대부분의 잇 아이템이 된다. 연예인들이 각자가 쓰고 입는 뷰티 잇 아이템을 홍보하듯이, 선생님들의 잇 아이템도 홍보해 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에서 ‘선생님의 잇 아이템’을 정리해 보았다(실제로는 ‘나’의 잇 아이템이다).


1. 도장: 사치하타    

사진은 사치하타의 여러 종류 도장 중 내가 쓰는 도장이다. 실제로 선생님들이 많이 쓰는 종류는 아래 사진이다.

사실, 도장은 단체 주문하는 경우도 있어서 모두가 사치하타를 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장에 진심인 선생님들은 대부분 사치하타를 쓴다. 사치하타는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선명하고 오래가는 잉크, 뜯어지지 않는 탄력 있는 고무가 장점이다. 다만, 그걸 모두 상쇄할 정도로 비싼 가격이 단점이다. 아는 선생님은 알아보고, 모르는 선생님도 ‘와, 이거 어디 거야?’하는 비싸지만 좋은 도장 브랜드.


2. 미니 크로스백: 캉골

미니 크로스백은 잇 아이템이라기보다는, 내가 이전 학교에 있을 때 선생님들이 단체 주문했던 건데 좋았기에 적었다. 시험 기간에 감독 들어갈 때 도장, 볼펜 등을 가볍게 넣고 다니기 좋았다.


3. 볼펜

(1) 프릭션 지워지는 볼펜

지필 시험을 치는 교과목 담당 선생님이라면 반드시 가지고 있는 잇 아이템.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빨간색 지워지는 볼펜을 서술형 점수를 채점할 때 활용하면, 틀릴 때마다 두 줄 긋고 도장을 찍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2) 유니 스타일핏

이건 대부분 선생님이 쓴다기보다는, 내가 쓰고 있는 걸 선생님들이 빌려 쓰고 나서는 하나같이 너무 좋다고, 어디 거냐고 물어봐서 적었다. 볼펜심 굵기가 다양하고, 굵기 0.5를 써도 볼펜똥이 안 생기고 시중의 0.5 볼펜보다 얇게 나오는 것처럼 느껴져서 좋다. 심지어 글씨도 예쁘게 써진다. 나는 4색 홀더를 구입해서 리필심을 넣기 때문에 리필심만 계속 교환 가능한 점도 장점이다. 4색 홀더에 샤프 리필을 넣으면 하나의 볼펜에 3가지 색과 샤프까지 쓸 수 있어 좋다. 유일한 단점은 홀더의 내구도가 약하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좀 덜하지만, 예전에 쓸 때는 한 달 쓰고 나면 몸체와 머리 연결 부분이 깨져 있고 그랬다. 볼펜을 자주 떨어뜨리는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4. 마이크: 마이커 프로

수업할 때, 체육대회나 진로체험학습처럼 야외에서 학생들을 지도해야 할 때, 그 외에도 크게 목소리를 써야 할 때 유용한 마이크. 마이크-스피커 일체형이라서 앰프와 연결선 등을 따로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어 편하다. 휴대가 편리한 만큼 성능이 좋지 않은 건 아닐까, 싶겠지만 생각보다 소리도 빵빵하다. 체육대회 날 운동장에서 학생들 지도할 때 다른 선생님이 쓰시는 걸 봤는데, 운동장처럼 넓은 공간에다가 여기저기 잡다한 소리가 많아 어수선한 환경에서는 소리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그건 마이커 프로의 문제라기보다는 휴대용 마이크 자체의 고질적인 문제인 것 같다. 수업할 때 사용하기에는 오히려 소리가 너무 크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로 성능이 준수한 편. 유일한 단점은 한 손에 마이크를 계속 들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목걸이 줄이 있긴 한데, 목에 걸기에는 마이크가 좀 무겁다).


5. 분필 홀더

요즘은 옛날의 초록색 칠판보다는 전자 칠판, TV 화면 등으로 수업하는 선생님들이 많아 분필의 수요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분필을 쓰고 있는 학교가 매우 많다.


(1) 일반 분필: 코이노어

질이 좋지 않은 분필 홀더는 칠판에 글을 쓸 때마다 분필이 안으로 조금씩 밀려 들어간다. 코이노어는 분필을 잡는 홀더의 힘이 강해 그럴 일이 없다. 묵직한 무게감도 있어서 글이 잘 써지는 편이다. 단점은 분필 가루가 자꾸 몸통에 묻어서 쓰다 보면 손이 더러워진다는 것이다. 아직 해결법을 찾지 못했다.


(2) 두꺼운 분필: 하고로모

하고로모는 분필 자체가 유명하다. 그런데, 하고로모 분필은 학교 칠판의 코팅 상태에 따라 안 써지는 경우도 있다. 이전에 학교에서도 칠판 코팅 때문에 하고로모 분필이 써지지 않아서 가지고 있던 하고로모 분필 3박스를 다 버려야 했다. 하고로모 홀더는 하고로모 분필 규격에 맞춰져 있는 홀더라서 일반 분필은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 간혹 분필 중에 일반 분필보다 지름이 큰 분필이 있다. 지금 우리 학교가 쓰고 있는 분필이 그렇다. 그런 두꺼운 분필은 코이노어 홀더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하고로모 홀더가 제격인데, 하고로모 홀더 안에는 스프링이 있어서 코이노어와 마찬가지로 분필이 뒤로 밀려 들어가지 않는다. 또, 코이노어와 달리 하고로모는 가볍고, 볼펜을 쥐는 듯한 그립감을 가지고 있어서 코이노어와는 다른 의미로 글이 잘 써진다. 뚜껑이 있어서 코이노어보다 몸통이 더러워지지 않는다는 건 추가 장점. 단점은 앞에서 장점이었던 스프링. 분필을 앞으로 살짝 빼려고 무의식적으로 똑딱이를 눌렀다가 분필이 앞으로 튀어 나가서 깨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6. 브랜드 상관 없이 가지고 있으면 유용한 것

(1) 접이식 쇼핑 카트

이거 대체 뭐라고 검색어에 쳐야 내가 생각하는 물건이 뜨는지 한참을 찾았다. 접이식이라 짐이 없을 때는 접어서 들 수 있고, 짐이 있을 때는 카트에 짐을 넣어 바퀴로 끌 수도 있다. 수업 자료가 많을 때, 시험 기간에 학생들 전자기기 수거할 때, 1년마다 다른 부서로 짐을 옮길 때 등 다양한 곳에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2) 모니터 받침대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자세는 주로 두 개 중 하나이다. 칠판 앞에 서 있거나, 모니터 앞에 앉아 있거나. 그러니 선생님들은 업무 시간의 반을 모니터를 보고 앉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모니터가 내 눈 시선보다 너무 아래에 있으면 긴 시간 동안 목이 숙어져서 아프기 때문에 받침대가 필수다. 받침대를 두면 받침대 아래로 자질구레한 물건을 수납할 수 있어 공간 활용에도 유용하다.


(3) 블루라이트 차단 필름 *자매품: 사생활 보호 필름

모니터에 붙이는 필름이다. 블루라이트 차단 필름은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 게 좋았고, 사생활 보호 필름은 일반 필름 재질도 무난하다. 모니터를 오랜 시간 보니까 눈이 너무 아파서 블루라이트 차단 필름을 모니터에 붙였는데, 조금이나마 눈이 덜 아픈 느낌이 들었다. 사생활 보호 필름의 경우 특히 시험 문제를 낼 때 유용하다. 교무실 문 가까이 앉은 선생님들은 시도 때도 없이 문을 벌컥 열어대는 학생들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곤 하는데, 사생활 보호 필름이 그 부담을 약간은 덜어 준다.


(4) 탁상용 미니 가습기

겨울철 히터 바로 아래에 책상이 있는 사람은 가습기가 필수다. 예전에 내 자리가 히터 바로 밑이었는데, 결막염에 피부염까지 걸려서 고생한 적이 있다. 전부 건조가 원인이었다. 이후 병원 치료와 함께 가습기를 쓰고부터는 증상이 호전되었고, 결막염과 피부염이 재발하지도 않았다.


(5) 발 받침대

책상에서 업무를 볼 때 다리를 살짝 올려주면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가 수월하다. 특히 나처럼 다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여성의 경우 발이 땅에 닿으려면 의자 앞으로 엉덩이를 당겨 앉아야 해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이때 발 받침대가 발을 살짝 올려주면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가 쉬워진다. 또, 다리가 살짝 올라가서 그런지 피로도 약간 해소되는 느낌이다.


이외에도 선생님들의 다양한 잇 아이템이 있다. 태블릿과 TV를 연결하는 것과 관련된 물품들, 커피 머신과 원두 등의 카페 용품들, 서류 및 데스크 정리 용품들, 심지어는 옷과 화장품까지. 너무나 많은 잇 아이템이 있지만, 막상 정리하려고 보니 오롯이 기억나지 않는다. 또 다른 잇 아이템들은 다음에 마음이 허락한다면 정리해 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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