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윤리
요즘에는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 또한 소설을 브런치스토리에다 쓴다. 누구나 소설을 쓴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사람들이 갖가지 간접 경험을 하게끔 유도하기 때문이다. 즉 소설을 쓰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렇기에 소설의 소재는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무엇이든 쓸 수 있어야 한다. 소설의 소재가 윤리적인 이유로 법과 제도적인 이유로 쓰는 것이 제약된다면 소설을 쓰는 사람들의 상상력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회 윤리적인 이유로 성범죄 특히 아동 성범죄 소재 자체를 쓰는 것이 터부시된다면 아동 성범죄를 비판하기가 어려워질 것이고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경각심을 갖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떠한 소재든 작가는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성범죄든 살인이든 재해든 어떤 소재이든 간에 말이다.
하지만 이런 소재들을 쓸 데 주의할 점이 있다. 성범죄와 살인 같은 범죄는 실제 피해자가 있는 범죄이기 때문에 다루는 데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소설의 흥행을 위해 성범죄 장면을 섹슈얼리티하게 그리거나 살인 가해자가 범죄 추적을 따돌리는 과정을 '스펙터클'하게 연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재미있게 연출한다면 실제 범죄를 추적하는 수사관들의 노고를 무시하는 것이 될 뿐만 아니라 범죄 피해자를 모욕하는 것이 된다. 특히 성범죄를 섹슈얼리티하게 다루면 그걸 보는 독자들이 성범죄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지켜야 할 것은 더 있다. 실제 범죄에 대해서는 범죄자의 서사를 부각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많은 작품들이 악역의 서사를 부각시킨다. 나 또한 악역의 서사를 부각시킬 때가 있다. 그것은 작품의 깊이와 흥행을 위해서이다. 악역의 서사는 항상 대중들에게 팔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실제 범죄를 모티브로 하지 않을 때 한정해서이다. 실제 범죄를 모티브로 할 때는 가해자의 행동 원리와 가해자의 인품 등을 '객관적으로' 조명하는 데서 멈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범죄에서 가해자의 서사를 부각시키면 피해자가 상대적으로 묻힐 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범죄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범죄 이외에도 재해 재난을 소재로 쓸 데도 신중해야 한다. 재해 재난의 죽은 피해자는 생존권을 박탈당했고 생존 피해자는 지금도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다. 그래서 재해 재난에 대해 다룰 때는 피해자들을 모독하거나 비하해서는 안된다. 그건 인간으로서 당연한 행위이다. 또한 재해 재난을 소설 진행을 위한 장치로서만 굴려서도 안된다. 예컨대 세월호 사건을 '이용해' 주인공의 각성을 위한 소재로 사용하거나 이태원 참사 사건을 '이용해' 주인공과 연인간의 사랑을 위한 소재로만 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실제 사건의 잔혹함을 축소하는 행위이자, 피해자의 피해를 소재로만 다루는 안이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작가로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제노사이드의 긍정이다. 제노사이드 즉 학살은 인류에 대한 범죄이다. 학살은 그 어떤 이유로도 긍정될 수 없다. 그 어떤 사상으로도 그 어떤 이유로도 그 어떤 역사적 배경이 있어도 결단코 긍정될 수 없는 인류에 대한 범죄이다. 제노사이드는 남녀노소 그 모두를 일괄적으로 죽이는 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중에서 제노사이드를 저지른 인물이나 단체는 절대로 미화되어선 안되고 작중에서 반드시 어떤 방식이로든 처벌되어야 한다. 그것이 실제 제노사이드를 당한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이다.
나도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올리는 작가로서 많은 웹소설들과 고전 문학들 패러디 소설들 학술서들 그리고 애니매이션까지 보았다. 좋은 작품들도 많았지만 임진록 같은 고전 전기소설, 그리고 수없이 범람하는 웹소설과 패러디 소설들을 볼 때 화자로썬 걱정도 느낀다. 제노사이드를 저지른 학살자가 예쁘다는 이유로 미화되고 학폭을 저지른 아이가 매력있다고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심지어 성범죄가 섹슈얼리티하게 그려지기도 한다. 이런 소설들은 사실 독자들의 이목을 끌어 조회수를 늘리고자 하는 마음에 그런 것이다. 하지만 실제 피해자들이 있고 그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을 안다면 최소한 조회수를 늘리기 위한 자극적인 소재 사용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자유롭게 쓸 수 있다. 하지만 그 자유는 책임 위에 존재하는 것이다. 작품을 쓰는 우리가 윤리를 지키지 않으면 그 자유는 방종이 될 것이다.
이 견해에 대한 작가님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생각이 드시면 자유롭게 댓글로 생각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