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
나는 서울 자가에 대기업에 다니는 26년 차 안부장이다.
지금은 직급 체계가 바뀌긴 했지만 안부장이다.
20대에 입사해서 열심히 일했고,
30대에 가족이 생겼고 회사에서의 성공을 의심 한 적 없었다.
40대에 서울 아파트도 좋은 차도 샀고, 임원의 희망도 꾸었고,
50대에 돌아보니 아이들이 대학을 갔고, 이리 쉽게도 회사에서의 나의 시간이 저물고 있다.
드라마에 나오는 김낙수 부장과 다를 건 없지만
임원이 안 된다는 것을 일찍 받아들이고 또 다른 커리어를 준비한다는 게 다르다고 해야 하나.
또 하나, 회사 내에서는 누구도 대단하거나 특별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
다른 사람을 질투하거나 부러워하지 않게 되었다.
(다만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미운 사람이 있다. 그건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다.)
회사 일을 하다 보면 놀랍게 머리가 좋거나 뛰어난 친구들이 있지만,
뛰어나다고 회사에서 성공하는 것도 아니었고, 높은 올라간다고 해서 사람이 뛰어난 건 아니다.
누가 봐도 과장이나 차장에서 멈춰야 하는 사람이 더 올라가 주변을 괴롭히는 상황 또한 많이 보았다.
내 주변의 사람들을 살펴보면,
이부사장
대리, 과장, 차장 시절 같이 일했고 임원이 되었을 때 내가 된 것처럼 기뻤다.
이후 상무, 전무를 거쳐 부사장이 되었고, 이전에 친한 선후배 관계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전상무
4년 후배이고 특별할 건 없지만 조용히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었다.
실적이라고 할 것도 없었는데 올해 임원이 되었다.
김&박 팀장
내 자리 반대편 사업부 김팀장님은 나보다 4살 많은데 아직도 하루하루 바쁘시고,
비슷한 연배의 박 팀장님 또한 신규 사업으로 정신없어 보인다.
두 분 다 모두 대리부터 알고 지냈는데 지난 20년간 업무 열정과 뛰어난 성과를
나도 알고 회사에서는 대리부터 부사장급 임원까지다 안다.
6년 전 인사팀장한테 전화를 받았는데 김팀장의 인물평가서와 임원추천서를 인사팀에서 만든 초안에서
좀 사례를 넣어 자세히 적어달라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 해 임원 명단에서 누락되었고, 그 이후로 계속 탈락했는데 회사의 미스터리이기도 하다.
박팀장님 또한 매년 실적과 임원 승진 명단에 오르내렸지만 진급하지 못했다.
최근 술자리에서 알게 된 두 분의 고민은 퇴직연금을 DC로 전환하고 나서 어떻게 굴릴까,
그리고 자식들이 다 대학을 졸업했기에 퇴직 후 부부 2명이서 어떻게 살아갈까였다.
장파트장
내 동기 장파트장은 10년 전부터 회사 내 커리어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4년 후 퇴직을 생각하고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 통해 들었다.
나와 동일한 날에 입사하여 유사한 삶을 살아왔는데, 다른 점은 신입사원 때부터 부동산에 관심이 많아
강남 아파트 2채, 강북에 1채, 그리고 지방에도 아파트가 있다고 한다.
주변에 보면 이런 친구들이 꽤 있다.
안/정/고 프로
30대 중후반이고 같이 일하고 있는 친구들이다.
이 나이대 친구들은 서울 아파트가 가장 큰 고민이자 인생의 목표이고,
30대 초반에 집을 사지 않은 걸 가장 후회하고 있다. 그리고 주식과 코인은 다 한다.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은 대한민국 어딜 가나 만날 수 있는 보통의 사람들이다.
그러나 가끔 나에게 특별한 사람들은 만났던 적이 있다.
나의 실수에 눈 감아 주고 성장의 기회를 주었던 특별한 분들이 있다.
나를 특별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남은 5년이라도 그리 되도록 노력하자.
s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