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시간,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다가 문득 며칠 전 일이 떠올랐다.
아들이 아껴 먹으려고 따로 챙겨두었던 아몬드 빼빼로를 딸이 꺼내 먹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거 오빠가 안 먹고 아껴놨던 건데? 그거 먹고 싶어서 학교 다녀오자마자 찾는데 니가 먹어버리면 얼마나 속상하겠어?” 하고 타일렀다. 딸은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지…” 하고 중얼거렸다.
나는 조용히 아이 옆에 앉아서 물었다.
“만약 누가 네가 아껴둔 걸 아무 말도 없이 가져가 버리면 기분이 어때?”
아이는 조금 머뭇거리더니 “속상하지…” 하고 대답했다.
“그렇지? 너도 속상한데, 오빠라고 속상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 우리가 스스로 잘못할 수 있다는 걸 먼저 인정해야 다른 사람 마음도 제대로 볼 수 있어.”
그 대화를 하고 나서, 아이는 부끄러운 얼굴로 빼빼로를 내려놓고 다른 간식을 골라서 제 방으로 가져갔다.
자기 행동을 돌아보고 “내가 틀렸구나” 하고 인정하는 게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참 어려운 일이다. 이번처럼 누군가에게 지적을 받으면 더 그렇다. 나도 잘못할 수 있구나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을 표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선착순으로 뛰어와 줄을 서라고 했더니 두 아이가 서로 자기가 먼저 서겠다고 다투고 있었다. 둘 다 목소리가 커지고, 결국 서로 밀치기까지 했다. 나는 둘을 데려와 차분히 이야기했다.
“너희는 둘 다 상대가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혹시, ‘내가 먼저 양보할 수도 있었나?’라고는 생각해 봤어?”
두 아이는 동시에 나를 바라보며 말이 없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그런데 내가 실수할 수도 있겠다고 인정하는 겸손이 없으면, 상대 마음을 이해할 기회도 없어져. 남을 존중하는 건 결국 내 마음부터 돌아보는 데서 시작돼.”
그날 아이들은 서로에게 “먼저 서.” 하고 양보했다.
누구나 내가 맞다는 마음을 갖기 쉽지만, 사실 진짜 강한 사람은 자기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는 사람이다.
내가 부족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다른 사람도 존중할 수 있게 된다.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줄 때마다 나 또한 겸손한 태도로 사람들을 대하는지 나를 다시 돌아본다.
겸손은 스스로를 낮추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넓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