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애 리얼리티, '연애'를 넘어선 '인간 탐구' 내지 '인류학'
<나는 솔로>를 보면 단순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아닌 인류학 보고서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나는 솔로>의 원류가 되는 <짝>. 남규홍 피디의 긍정적인 면만 살펴보자면 개인적으로 피디보다 인류학자에 가깝지 않을까 라는 경이로움이 들기도 한다. <짝> 역시 장르적으로는 예능이 아닌 SBS의 시사교양으로 분류됐다. <신들린 연애> 도 마찬가지로 SBS가 런칭한 시사교양. 예능과 교양, 그리고 쇼양 등 장르적 구분이 무색한 현실이긴 하지만, 시사교양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의미 또한 있다.
'인물' 간의 감정선과 '연애'라는 감정에 엮인 관계성을 감정적으로 다루는 여타 연애 프로그램과는 달리 인물을 탐구하는 오히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방식을 차용하겠다는 기획 의도가 보인다. 각자 모시는 신이 됐던 종교가 됐던 '점술'로 연결된 이들이다. 그 만큼 '감정'에서는 거리를 둔 후 그보다 더 큰 존재, 각자의 '무언가'의 역할을 하는 이들의 뜻에 귀를 기울이며 관계를 발전시켜가겠다는.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큰 차별화 지점을 살리기 좋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역술가'라는 특이점이 있는 인생을 살아온 인물들의 연애사를 살펴본다는 것 만으로도 'something new'가 충분하다. 여기에 서로 기싸움을 한다던지, 점을 쳐 자신의 미래를 보려는 등. 보편적인 정서인 사랑. 이를 쟁취하기 위한 이들의 노력과 과정 속 싸움을 보는 것은 확실한 관전 포인트다.
인류의 역사는 악인과 선인을 빼놓고는 논할 수 없다. <나는 솔로>가 명불허전 인류탐구보고서라고 불리는 이유는 예상치 못한 기이한 개인들의 출연이 있기 때문. 예상치 못한 영역을 건드리는 기인열전과도 같은 캐릭터의 수급은 존재만으로도 시사교양의 장르를 예능으로 바꿔버린다. 그런 점에서 <신들린 연애>는 명확한 선인과 악인이 나오지는 않는다. 모 감독은 이 지점이 재미가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또 다른 감독은 짝짓기에 있어서는 서로의 존재 자체가 악인이라는 반박을 하기도 했다. 일리가 있는 부분들. 하지만 <신들린 연애>가 확실히 다른 점을 관과하지 말아야 한다. 그냥 인간들의 짝짓기가 아니라, 인간 그 너머에 존재한다고 믿는 / 믿어지는 초월적인 존재와 함께 하는 짝짓기라는 것. 따라서 선인과 악인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인 구분은 힘을 잃을 수도 있기에 선택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도 혹은 선택할 필요가 애당초 없는 것일 수도 있다.
2) 더이상 '하이리스크' 소재가 아닌 샤머니즘, '마니아'들의 전유물이 아닌 오컬트
연애와 점술의 만남. 신들린 연애의 정체성이다. 우후죽순 나오는 연애 프로그램 중 어떤 다른 한 끗을 확보하느냐. 그게 전부가 되어버렸다. <연애남매>가 '남매'를 내세웠던 것 처럼 그 하나가 전부이다. 일전에 나왔던 <환승연애>와 <체인즈데이즈>도 마찬가지. 시리즈를 연속해서 내보내고 있는 <돌싱글즈>도 마찬가지다. 애당초 '돌싱'이라는 차별점을 내세워 런칭을 했지만, 이후로 시즌이 거듭될 수로는 '미국판' 뒤이어 이번 시즌에는 'MZ돌싱'이라는 요소를 추가적으로 더했다. 연애라는 요소가 이미 충분히 포괄적이고 보편적이고 대중적이기 때문에 플러스 알파적인 요소는 그렇지 않아도 되지만 <신들린 연애>가 택한 점술의 영역은 다른 영역에 비해 확실히 더 마이너하고 마니아틱한 요소이긴 하다. 동시에 눈 여겨봐야 할 대중문화의 새로운 흐름은 더이상 마이너한 영역이 음지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같은 '오덕'들의 산유물로 여겨지던 콘텐츠 마저 수면 위로 올라온지 오래다. 샤머니즘에 포함되는 타로? 사주? 신점? 환장하는 이들이 더 많은 게 현실. 불확실한 현실이 계속될 수록 사람들은 답을 원핸다. 답이 없는 현실이기에 쉽게 답을 얻어낼 수 있는 존재에 의존하게 된다. 그 존재가 어느 신이든 귀신이든은 중요하지 않다. 영화 <파묘>를 비롯해 이미 오컬트가 대중문화의 전면에 내세워진지도 꽤 됐다. 그 흐름을 영리하게 잘 캐치한 기획이다.
연애와 점술의 만남 - 이라는 이질적인 연결고리이기 때문에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다. 출연진들이 각자가 주장하는 존재하는 초월적인 '어떤 존재'에 의해 본인들의 감정이, 관계가 점쳐진다는 걸 설득한 구석이 전무하다는 것. 쇼잉할 요소는 많다. 신비로운 현상처럼 보여지는 꾸며지는 소품이라던지 전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기에 어떻게 설득시키고, 이해시킬 것인가가 문제로 남는다. 우리는 보이지도 알 수도 없는, 감히 경험조차 하지 못할 미지의 어떤 존재의 신묘한 힘이 작용한걸지. 아니면 방송국 놈들의 편집질이나 연출진들의 장난질일지. 어떤 연출로 이야기를 풀어가느냐. 연출자의 힘과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게 남겨진다.
기존에 없던 '연애' 프로그램임은 분명하다. 6부작이 예정되어있는 걸로 들었는데, 6부작이라는 서사 동안 그래서 어떤 결말을 도출해낼지가 기다려진다. 불확실성의 세계 속에서, 그리고 감정 중에 가장 불확실한 '사랑'이라는 감정 안에서 답을 찾겠노라! 는 심정. <신들린 연애>에서 느껴졌다. 그 답을 찾아야 프로그램이 가진 의미의 끝지점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운명을 점치는 남녀들의 기묘한 로맨스 라는 부제에 걸맞게 그래서 어떤 운명을 점쳐낼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운명은 그 안에 존재하는 기묘한 남녀들에게 뿐만 아니라 그 밖에 있는 범인의 남녀들에게까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