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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주 Dec 21. 2023

올겨울 첫 한파경보가 내려진 날

북극에서 내려온 찬 공기로 인해 오늘 낮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내려졌습니다. 내일은 올겨울 최강 추위가 찾아온다고 하지요. 서울이 영하 15도, 강원도 철원은 영하 20도까지 떨어지고 바람이 강해서 체감온도는 그보다 5~6도 더 낮을 것이라고 합니다. 더구나 한낮에도 서울이 영하 7도라니, 저는 내일 아침에 출근할 일이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눈발이 흩날린 오늘 아침, 교문으로 들어서는 경사로에서 제 차가 살짝 미끄러지는 바람에 화들짝 놀랐습니다. 까딱 잘못했으면 제 차의 꽁무니가 부서지거나 교문이 부서졌을 거예요. 큰길은 눈이 녹아 있었기 때문에 제가 이면 도로에서 주의하지 않은 탓이었습니다. 후륜구동 자동차의 겁나는 눈 쌓인 비탈길 운전이었지요. 노련한 운전자는 눈길, 빙판길에서도 운전을 잘하겠지만, 저는 너무 겁이 나서 눈이 조금이라도 내리면 자동차 운전을 포기하고 맙니다. 오늘 아침에는 제가 무리하게 차를 운전하여 출근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 잘못이었지요.



 운전 경력은 30년이 다 되어 가지요. 하지만 근래에는 눈길이 아니더라도 점점 속도를 늦추 운전하게 됩니다. 그리고, 주차장에서도 가끔 실수를 하지요. 사실은 제가 타던 차를 제 큰 아이가 가져가고, 저는 큰 아이가 놓고 간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면서부터 그런 것 같습니다. 큰 아이는 지붕이 열리기도 하는 자동차가 업무용으로는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제가 타던 자동차보다 전체적으로 낮고, 전장(全長; 차체 앞의 가장 튀어나온 부분에서 차체 뒤의 가장 튀어나온 부분까지의 길이)도 길어서 이 차는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이제 모든 감각이 점점 떨어져 가는 제가 운전하기는 쉽지 않지요. 제가 차를 끌고 다니는 동안 여기저기 긁히고 깨져서 큰 아이가 보면 속상해할까 봐 걱정이 됩니다.



요즘 학교는 크리스마스와 방학을 기다리며 들뜬 아이들로 시끌벅적합니다. 제 생각에는 사월 초파일에는 아이들이나 선생님들도 차분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지요. 제가 근무하는 학교도 학생자치회에서 현관에 제법 큰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워 장식하고, 교실에도 아이들마다 크리스마스카드와 양말 모형을 걸어두었습니다.



오늘 오전에는 꽤 많은 눈이 내려 쌓였습니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한꺼번에 운동장으로 몰려나와 온통 난리 법석을 떨었지요.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아이들, 눈을 뭉쳐 던지는 아이들, 눈사람을 만드는 아이들, 공을 차는 아이들, 내리는 눈을 향해 손을 저으며 뭐라고 소리치는 아이들, 그냥 무작정 걷는 아이들로 운동장이 가득 찼습니다. 제가 오후에 보건 선생님을 만났는데, 눈이 내려 쌓인 쉬는 시간 이후, 다친 아이들과 손이 얼었다고 찾아온 아이들로 보건실이 마치 전쟁터 같았다고 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급히 처리할 일이 있어서 다른 날보다 일찍 출근했습니다. 7시 30분에 도착했는데, 흐린 날씨 탓이었는지 어둠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침돌봄교실에는 열세 명 아이들 중 네 명그 시간에 이미 와 있었습니다. 방학 중에는 아침돌봄교실을 운영하지 않으니 저는 이 아이들도 걱정입니다.



조금 전에 단체 톡 방에서 어떤 교장 선생님은 내일 아침에 교문에서 아침맞이를 할 일이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추워서 힘들었는데 내일 아침이 더 춥다고 하니 걱정이 크다고 했지요. 그 교장 선생님은 오랫동안 등교시간에 교문에서 아이들을 맞이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물론 아침맞이가 교장 선생님의 의무는 아니지요. 단체 톡 방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내일은 아침맞이를 하지 말든가 아니면 아침맞이 알바를 구해 보라고 교장 선생님에게 농담을 던졌습니다.


북극에서 한파가 내려와서 기온이 떨어지는 것을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지요. 하지만, 좀 더 주의해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따뜻하게 겨울을 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는 오늘 밤에 난방비 걱정은 접어두고, 실내 온도를 쭉 올려서 보일러를 가동할 생각입니다.


[전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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