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우주 Dec 14. 2023

동화 구연으로 전달한 입학식 축사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아마 아이들은 기쁨과 설렘, 그리고 긴장감을 안고 학교에  것입니다. 저는 학교구성원을 대표하여 1학년 아이들에게 축하하고 환영한다우리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전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축하해, 괜찮아, 잘할 거야'라는 직접적인 말을 대신하여 최숙희 작가의 그림책 『괜찮아』를 구연동화로 각색하여 이야기하는 것으로 축하와 격려의 말을 전했습니다.


저는 1학년이 되는 아이들에게 따듯한 메시지를 담아 자신감 있게 학교 생활을 출발하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요. 그리고 입학하는 아이들이 유치원 과정을 막 벗어난 나이임을 고려하여, 형식적이고 묵직한 입학식 축사나 격려사보다는 교장 선생님이 직접 들려주는 구연 동화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 인상 깊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벌써 몇 해 전 일이 되었지요. 해마다 학교 체육관에서 진행된 입학식에서 그림책 『괜찮아』를 구연했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입학식은 학교로서는 큰 행사이고, 아이들과 보호자들에겐 의미있고 특별한 날인 만큼 저도 두루마기까지 잘 갖추어 한복을 입고 무대로 올라갔습니다. 체육관에는 300 명이 넘는 1학년 아이들이 한껏 멋을 내고 긴장한 채,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서 있었지요. 이윽고, 대형 화면에 그림책 표지 그림이 나오면, 모두 숨을 죽인 채 집중하며  바라보았습니다.





"어머나, 이 야무지고 귀여운 친구는 누구일까요? 아하, 이 친구도 오늘 1학년이 되었대요. 그럼 여러분들과 친구네요. 그런데, 저 그림책 속의 친구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 함께 들어 볼까요?"



"흐음, 동물들은 다 이상해. 난 이렇게 멋지고 씩씩한데 말이야."


" 아휴! 개미는 너~무 작아."



(개미) "괜찮아! 이거 봐. 영차영차! 나는 이렇게 힘이 세잖아?"



"에고고, 저걸 어째. 고슴도치는 온몸에 웬 저렇게 가시가 많아."



(고슴도치) "괜찮아! 뾰족뾰족 가시 덕분에 난 사자도 무섭지 않아! 누구든 물리칠 수 있어."



"애걔걔~ 뭐야? 뱀은 다리도 없네."



(뱀) "괜찮아! 사사사삭~~ 나는 어디든 잘 기어가거든."



"맙소사! 저렇게 큰 새가  날지도 못하다니!"



(타조) "괜찮아! 다다다다~~ 나는 얼룩말보다 빨리 달려."



"우와! 기린 너는 참 불편하겠다. 기린은 목이 길어도 너무 길어."



(기린) "괜찮아! 길쭉길쭉 나는 저만큼 높은 데까지 닿을 수 있어."



"뭐야? 모두 이상하게 생겼는데. 나같이  잘하는 게 있다고?"



(모두들) "그럼, 너는? 넌 뭘 잘하는데 그래?"



"나? 어어... 괜찮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크게 웃을 수 있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대상 아이들과 상황에 따라서 밑줄 친 부분을 (세상에서 가장 크게 웃을 수 있어) 다르게 말해 주면 좋아요. 예를 들어, "우리 반에서 제일 큰 똥을 쌀 수 있어.", "1학년에서 김치를 제일 잘 먹을 수 있어.", 우리 반에서 글씨를 제일 잘 쓸 수 있어.", 우리 집에서 제일 일찍 일어날 수 있어.", "혼자서도 책가방을 챙겨 올 수 있어." 등등.)


"그리고, 난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야. 엄마아빠 말씀도 잘 듣고, 치카치카도  잘하고,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내고, 급식도 골고루 잘 먹고, 책도 많이 읽고, 줄넘기도 잘하고, 공부도 잘할 거야."  (* 여기에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듣고 있는 아이에게 바라는 것을 담아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 1학년이 된 친구들도 잘할 수 있는 거 많지요? 우리 1학년 친구들, 뭐든지 열심히 하고, 착한 어린이가 되길 바라요."  [전우주]

작가의 이전글 베토벤 교향곡 제5번, 그 운명적인 첫 만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