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과 진료일지 2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마터스’라는 고어 영화를 봤다.
상당히… 멘탈이 붕괴되는 영화다. 보면서 힘들었고 무서웠다.
사람 머리가 잘려나가고 도륙내고 이런 것도 별 감흥 없이 보던 나인데,
마터스는 심리적인 잔혹함이 너무 최악이다.
너무 잘 만들어서 힘들달까.
며칠 내내 악몽에 시달렸다. 내가 고문당하는 꿈.
일어났는데 내 머리카락이 주인공 안나처럼 마구잡이로 잘려있고,
또 깨서 다시 자면 사람들이 나를 붙잡고 내 팔을 막 긋고.
또 땀이 너무 나서 깼다가 다시 잠들면 내 손발목이 묶여있어서 너무 답답하고.
무튼 좋지 않았다.
컨디션도 너무 안 좋고 며칠 야근 아닌 야근도 했기에 피곤에 절어있는 한 주였다.
지금의 나는 흠뿐만 아니라 너덜 해진 삶을 사는 중.
병원에 내원한 지 근 1년 만에 ‘그’ 일을 이야기했다.
그 이후의 일까지 말하진 못했지만 거의 2주의 진료를 건너뛰는 바람에 다행히 할 말은 쌓였었다.
소비를 주체하지 못하는 나와
그렇다고 타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도움을 받기는 싫은 나
화목한 가족이라는 우리 가족의 자부심이자 타이틀을 나 때문에 깨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오늘은 엄마에게 전화해 울부짖고 싶은 날이었다.
내 삶이 왜 이렇게까지 망가졌냐고.
왜 화목한 가정, 소담스런 식구들 사이에서 나만 이러냐고 묻고 싶었다.
자꾸 쌓이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 중.
쌓이는 돈 걱정과, 해야 할 많은 도리들이 쌓이고.
회사에서 증명받고픈 욕심도 가득 쌓여 터지기 일보직전이며
방에는 쓰레기가 쌓이고 옷과 먼지가 쌓이고 있다.
두꺼워진 옷만큼 내 몸에 살덩이도 쌓이고
요즘따라 헤퍼진 눈물샘 덕에 젖은 휴지도 잔뜩 쌓이는 중.
쌓인 것들이 너무 부풀어서
바로 누운 내 몸 위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관으로 닫아 누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