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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 Oct 15. 2024

당신 인생이 전부는 아니니까(1)

교권침해 가해자-학부모 편

오늘은 가해자들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이 주제를 쓰려고 마음먹는 이유는 

며칠 전 브런치 통계를 보게 된 데 있다.

독자들이 내 글을 읽는 통로는

브런치에서가 거의 대부분이고,

가끔 누군가의 공유를 통하기도 한다.

검색을 통해 들어온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누군가 '교권침해 가해자일 때'를 검색해 들어온 게 아닌가.

나는 사실 많이 놀랐다.

그 이유는 교권침해 가해자가 검색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교권이 나아지길 바라는 선생님들, 학부모, 학생들의 마음을

한 데 모으는 데 있었는데,

가해자일지 모르는 누군가가

내 글을 읽었다는 것이 충격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기회다.

나는 오래 걸리더라도

그들이 대화와 사과로 상황을 해결하는,

단 하나의 변화가 이루어지도록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시 어떤 교권침해 가해자가

내 글을 읽게 되는 우연이 생기면,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는 욕구가

불길이 치솟듯 생기고 만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교권침해 가해자 중

학부모 가해자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내가 만난 학부모 가해자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첫째, 권위적인 태도가 배어 있다.

자신이 무조건 옳기 때문에

타협이나 조율을 하려는 시도를

권위에 대한 도전이나 무시로 받아들인다.

("내가 학부몬데! 너 따위가 어디서 감히!" 이런 느낌이다.)


둘째, 공식적인 절차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것은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그 절차를 이용하는 것인데,

국민신문고, 언론제보, 교육청에 전화 넣기 등의 방법을 악용한다.

(대부분 자기만의 피해의식으로 상황을 다르게 해석한 내용)


셋째, 교사의 문제제기로 열린 교권보호위원회가

매우 공식적임에도 그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

(도리어 재심을 요청하거나 위원들에게 고함을 지르기도 한다.)


넷째, 교사의 사생활을 고려하지 않고

아무 때나 수시로 연락한다.

(새벽에 알코올에 의지해 보낸 장문의 문자는 온갖 욕설이 섞여 있기도 하다.)


다섯째, 자녀에게 벌어진 모든 문제의 원인을 교사에게 돌린다.

(졸업 이후의 문제까지도 탓을 하며 협박성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졸업했다고 끝이 아니었던 거다.)


다섯 가지의 내용을 다 적고 보니,

언론에서 말한 교권침해 학부모들의 행동과도 유사한 것 같다.

교사가 아닌 사람들이 보기에는 '어디에나 있는 유형'일 수 있다.

그 정도 갈등은 누구나 겪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교사가 보호받을 수 있는 범위가 매우 한정적이고,

아동학대로 무고를 당해도 빠져나올 재간이 없이

송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상대가 반복적으로 잽과 훅, 어퍼컷을 날리는데

제대로 된 방어도 한번 못하고 넉다운되는 느낌이랄까.


작년 서이초 사건을 겪으며 교육부는 개선을 약속했고,

실제로 바뀐 부분들(상담사전 예약제, CCTV가 설치된 상담실 마련, 교권침해 가해자 조치 강화 등)도 있다.

그럼 이런 학부모들에게 대응할 동등한 힘이 생긴 걸까?

그건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실질적인 법 개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 기사를 보면 개선을 약속했던 정부의 말들이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1005034100505


일주일 전 기사다. 그렇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서 교권침해 가해자인 학부모 중 누군가가 이 글을 본다면,

단 하나의 부탁을 하고 싶다.

권위의식을 내려놓고 천천히 대화해 달라고 말이다.

그거 하나면,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대화를 통해 자신의 잘못이 인정된다면,

꼭 진심 어린 사과를 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은 자녀에게 보여줄 좋은 본보기이자,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이니까 말이다.

가해자의 기분이 한 사람의 생명보다 귀할 리는 없으니까 말이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이미지

기사 출처 : 연합뉴스 [삶] "학부모에 총 주고, 교사는 꽃으로 막으라니" 숨진 女교사 남편, 2024-10-0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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