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험이 끝난 자리에서

by 이사벨라

여는 문단


학기말시험을 마친 이른 오후, 책상 앞에 앉아 있으니 마음이 오랜만에 고요를 허락받은 듯하다. 긴장으로 조여 있던 숨이 천천히 풀리고, 몸의 통증도 한순간 잠잠해진다. 해야 할 일정들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오늘만큼은 멈추어 앉아 이 조용한 평안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 이런 순간이 바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작은 쉼의 선물임을 되새기며, 나는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한다.



시험이 끝난 자리에서


긴 시험을 마치고

책상 앞에 다시 앉으니

가라앉은 호수처럼

내 마음도 조용히 평온을 되찾는다.


뻐근하던 어깨와 손목의 통증은

잠시 눈을 붙인 사이 사라지고

마치 보이지 않는 손길이

내 몸을 부드럽게 정돈해 준 듯하다.


해야 할 일들은 여전히 줄지어 있지만

오늘만큼은 서두를 마음이 없다.

이 고요함을 깨지 않도록

천천히 숨을 고를 뿐이다.


지나온 시간 위에

하나님의 은근한 인도가 머물렀음을 생각하면

설명하기 어려운 평안이

내 안에 조용히 내려앉는다.


그저 이렇게 잠시 멈추어 앉아

쉼을 선물처럼 받으며

무사히 한 학기를 마치게 하신 은혜를

고요 속에서 천천히 되새겨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막막함을 지나 다시 펜을 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