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문단
학기말시험을 마친 이른 오후, 책상 앞에 앉아 있으니 마음이 오랜만에 고요를 허락받은 듯하다. 긴장으로 조여 있던 숨이 천천히 풀리고, 몸의 통증도 한순간 잠잠해진다. 해야 할 일정들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오늘만큼은 멈추어 앉아 이 조용한 평안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 이런 순간이 바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작은 쉼의 선물임을 되새기며, 나는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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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험을 마치고
책상 앞에 다시 앉으니
가라앉은 호수처럼
내 마음도 조용히 평온을 되찾는다.
뻐근하던 어깨와 손목의 통증은
잠시 눈을 붙인 사이 사라지고
마치 보이지 않는 손길이
내 몸을 부드럽게 정돈해 준 듯하다.
해야 할 일들은 여전히 줄지어 있지만
오늘만큼은 서두를 마음이 없다.
이 고요함을 깨지 않도록
천천히 숨을 고를 뿐이다.
지나온 시간 위에
하나님의 은근한 인도가 머물렀음을 생각하면
설명하기 어려운 평안이
내 안에 조용히 내려앉는다.
그저 이렇게 잠시 멈추어 앉아
쉼을 선물처럼 받으며
무사히 한 학기를 마치게 하신 은혜를
고요 속에서 천천히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