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과 자기 성찰을 통한 삶의 기술, 사랑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를 돌보고, 책임을 지고,
존중하며, 알아가는 것이다."
-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에서는 사랑을 감정이나 운명이 아니라 배움과 훈련이 필요한 ‘기술(art)’로 바라본다.
프롬은 진정한 사랑은 ‘주는 것’에서 시작해서 돌보고, 존중하고, 책임지는 과정 속에서 성장한다고 한다.
그는 사랑을 돌봄, 책임, 존중, 앎이라는 네 가지 기본 요소로 설명한다.
사랑은 상대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도록 돕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모가 자녀를 사랑한다는 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아이가 가진 고유한 개성과 길을 존중하고, 책임감 있게 함께 하며,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이 곧 ‘사랑의 기술’이 아닐까?
내가 사랑하는 아이를 어떻게 더 이해하고, 지지하고, 존중할 수 있을지 곱씹어 보게 된다.
사랑은 노력 없이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연습과 자기 성찰을 통한 삶의 기술'임을 기억하면서..
“너를 너무 사랑해서 항상 내 품에 안고 살을 비비며
사랑의 온기를 느끼면서 살고 싶은 게 엄마의 마음이야.
하지만, 너의 큰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도록 지지하며
엄마의 좁은 품이 아니라 더 넓고 광활한 세상으로
높이 날 수 있도록 보내는 거야.
그곳에서 자유롭고 마음껏 날아오르길 바란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품 안에 자식을 두고 싶어 한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떠나보낼 수 있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기술이며, 훈련과 실천이 필요한 행위다”라고 말했다. 사랑은 단순히 주는 마음만이 아니라, 상대가 성장하도록 돕는 의지와 책임의 태도다.
몇 년 전, 큰딸의 미국 대학 방학을 맞아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미국 동남부를 함께 여행한 적이 있었다.
큰딸은 누구보다 어른스럽고 책임감 있는 호스트로서 한국에서 온 우리 대가족을 맞이했다. 미리 숙소를 예약하고 여행 코스를 짜며 주도적으로 우리를 이끌어주었다.
낯선 곳에서 삼대가 함께 하는 여행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취향도, 체력도, 리듬도 다 달랐으니까.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서 흩어져 우왕좌왕하기도 하고, 서로를 기다리다가 시간이 지체되거나 길을 잃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자 큰딸은 그날밤 가족회의를 열었다.
"내일부터는 두 명씩 짝을 지어서 다녔으면 해요.
짝꿍끼리 서로를 챙기고, 책임지고 기다려주기로 해요."
라는 제안을 했다.
그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
서로를 책임지고 챙기며, 돌보고, 배려하자는 그 말 한마디에 그날 이후의 여행은 훨씬 더 편안하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누군가의 속도에 맞추는 일은 자연스러워졌고, 친정 부모님께서도 안심하신 듯했다.
나는 그 과정을 보면서 묘한 뭉클함을 느꼈다.
어릴 적 아이는 내가 사랑하고 돌봐줘야 할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이렇게 자라 함께 책임을 나누고 배려하며 이끌어가는 주체로 성장한 것이다.
사랑은 이렇게 순환하고 성장해 가는 것이라는 걸 배웠다.
이것이야말로 프롬이 말한 ‘성숙한 사랑’의 모습이었다.
사랑은 의존이 아니라 자율 속에서 피어나며,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고 책임지는 관계에서 더 단단해진다.
그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 개강을 하루 앞두고 분주한 캠퍼스를 둘러볼 기회가 생겼다.
대학에 입학해서 학교 홍보대사를 맡고 있던 큰딸은 넓디넓은 대학 교정 곳곳을 설명해 주었다.
기숙사 룸메이트와 친구들을 소개하는 딸의 모습은 든든한 ‘호스트’ 그 자체였다.
우리는 그 친구들의 환대와 밝고 따뜻한 인사 속에서 안도했고, 큰딸이 이렇게 멋진 환경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그 자체에 감사함을 느꼈다.
이별의 순간에 우리는 서로서로에게 여행에서의 고마움을 표현하고,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며 꼭 안고 등을 토닥였다. 매번 한국에서 미국으로 떠나는 딸을 배웅하다가, 이번에는 딸을 혼자 미국에 두고 온 가족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색다른 이별을 경험했다.
공항으로 돌아오는 귀국길, 나는 조용히 창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손을 흔들던 큰딸의 모습은 점점 작아졌지만, 서로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은 점점 커져감을 느꼈다.
프롬은 이렇게 말한다.
"사랑은 주는 것이다.
사랑은 주면서 동시에 살아 있는 자신을 느끼는 행위이다."
큰딸과 이별을 할 때마다 내 사랑은 더 이상 '소유'가 아니라 '주기'가 되어야 했다.
아이를 품에 두려는 내 욕망을 내려놓고, 세상 속에서 아이가 자유롭게 날개를 펼 수 있도록 보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지와 사랑의 행위임을 깨달았다.
큰딸과의 이별은 단순한 상실이 아니라 '성숙한 사랑의 또 다른 형태'가 되었다.
사랑은 붙드는 것이 아니라 내보내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부모도, 자녀도 함께 성장한다.
우리의 이별은 그래서 안타깝고 아프지만 아름다웠다.
사랑은 품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품 밖에서 완성된다는 것임을 큰딸과 여러 번의 이별을 통해 배웠다.
인문학적 울림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를 돌보고, 책임을 지고,
존중하며, 알아가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돌보고, 책임지고, 존중하며 책임지는 “능동적 선택”이라고.
사랑은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라,
그가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곁에서 묵묵히 지지해 주는 힘이다.
우리의 사랑이 기술로, 습관으로, 태도로 스며들어
딸이 자신의 세계에서 당당히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켜줄 뿐이다.
Support란,
사랑을 품은 신뢰이며,
자유를 허락하는 용기이다.
삼대가 함께한 여행에서,
지금까지 아이와의 수많은 이별에서,
나는 에리히 프롬이 말한 '사랑의 본질'을 깨달았다.
사랑은 기술이며, 배움이고, 실천이다.
그리고 나는, 아이를 통해서 매 순간 그 기술을 배우고 있다.
그것이 부모로서, 인간으로서 배워야 할
가장 위대한 '사랑의 기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