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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경아 Feb 12. 2023

직소퍼즐 속에 숨은 인생사

퍼즐을 수업하다 퍼즐 속에 숨은 인생을 맛보았다.

보드게임 수업 시간에 퍼즐을 가져갔다.

난 우리 집 아이들이 어느 정도 그림을 인식하고 무언가를 맞추는 데 흥미를 보이기 시작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이 그려진 판퍼즐을 사다 주었다. 나와 같이 대부분의 부모는 그러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우리 아이들은 퍼즐을 해봤을 것이라고 믿었다. 



처음 퍼즐 맞추기를 수업에 가지고 갈 때는 너무 쉬우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3/2 정도의 아이들은 49개 조각으로 된 퍼즐을 어려워했다. 아니 처음에는 '어렵다'라고 말을 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판이 있거나, 아래 그림을 두고 맞출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판도 없고, 보고 맞춰야 할 그림도 작은 그림이었다. 그리고 조각 49개를 주고 맨바닥에 맞추라고 하니 어쩌면 아이들은 황당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렵다고 말했던 학생들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어려운 것 같지만 선생님이 낯설어서, 안 해봐서 어렵게 느껴질 뿐이고 한번 해보자고 하니까 그냥 해보는 학생들이 있다. 그런 반면에 그저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조각들만 만지작 거리는 학생도 가끔은 있다. 가장자리부터 맞추거나 그림이 눈에 확 들어오는 경우 그림부터 맞춰도 된다고 하고, 옆에서 도움을 주는 데도 말이다. 


그냥 한번 해보는 학생은 금방 방법을 익히고 더 많은 그림이 맞춰지면서 그림을 완성하는데 속도가 붙는다. 두 번째 그림은 훨씬 더 빠른 시간에 끝내게 된다. 한 개를 완성하면 더 많은 조각의 퍼즐도 맞춰간다.


하지만, 못한다고 말을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친구는 스스로 하도록 하는 데까지가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 그 시간에 이미 다른 친구들은 두 번째 그림을 맞추고 있는데 말이다. 어려울 게 뭐란 말인가? 어쩌면 주어진 50분. 그 시간에 못 끝낸다고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고, 한 개의 그림만 맞췄다고 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을 건데 말이다.


다행히 수업하는 아이들은 주어진 시간 안에 한 개의 그림 이상은 모두 완성했다. 처음에는 어렵다가 쉬운 거였네라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자신이 못한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잘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별게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다. 


퍼즐을 맞추는 데는 각자 자신의 방법이 있다.

가장자리부터 맞추기도 하고, 가운데 그림부터 맞추기도 한다.

사각형 그림의 틀을 만들어서 안으로 채워가는 학생도 있고,

중앙에 눈에 띄는 그림부터 차근차근 맞춰가는 학생들도 있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든 상관은 없다. 그림이 완성된다는 것이 중요하지


어렵다고 겁을 내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맞출까?

이런 것들을 모아서 가장자리부터 만들까?

아니면 여기 배가 있는 데 배부터 맞출까?


학생들이 자신들이 찾은 답을 가지고 한 개 한 개 맞춰간다.

같은 색깔로 된 조각들은 직접 한 개씩 맞춰보고, 아니면 다른 조각을 맞춰보고 해야 한다.

여러 개의 조각을 맞추면서 우연히 현재 자신이 원하는 부분이 아닌 다른 부분의 그림을 맞추기도 한다.

자신이 원하는 부분의 조각은 한참 후에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림이 완성되는 부분이 커질수록 그림 맞추기는 속도가 붙는다.

어떤 조각이 어디에 들어가야 할지 예상도 된다.


이제 자신의 맞춰야 할 그림이 정확해지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마지막 조각이 놓이면서 그림은 완성이 된다.



그렇구나. 우리가 살아가는 삶, 인생도 그렇구나를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느꼈다.

전체 그림을 알고 시작하는 그림 맞추기와 어떤 그림인지 모르고 시작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어떤 그림인지 모르고 시작한 경우는 눈에 보이는 조각들 중에 맞출 수 있는 그림들을 군데군데 맞춰가야 한다. 그게 그나마 그림이 눈에 띄는 경우에는 조금 쉽겠지만 비슷한 색깔과 그림들만 있다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크기로 밑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면?

또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조각을 한 개 들어서 그 밑그림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된다.

그림을 맞춰가는 게 아니라 조각조각을 올려놓으면 자동으로 그림이 맞춰지는 것이다..

인생의 큰 그림! 그 그림을 정확하게 알고 움직이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운인가? 그 그림에 맞는 조각을 찾아 놓기만 한다. 자신의 그림에 있는 일들을 하기만 하면 된다. 

그나마 큰 그림 알고 가는 사람은 또 얼마나 행운인가? 가장자리부터, 아니면 가운데 그림부터 맞춰 자신의 일을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면 될 일이다.

문제는 어떤 그림인지 모르고 가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는 흩어져 있는 조각들로부터 작은 단서들을 찾아 그림을 맞춰가면 된다. 조금 더 더디고 더 시행착오가 있을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인생의 큰 그림을 맞추며 간다. 밑그림이 있는 곳에 조각을 올려놓기만 하면 되든, 큰 그림을 보고 움직이든, 아니면 현재 보이는 작은 조각들을 이어가며 그림을 맞춰가든 그림을 완성하면 된다.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하지 말고 나 자신의 속도에 맞춰가다 보면, 그림의 많은 부분이 맞춰지면 속도가 붙게 될 것이다.


그러니, 어렵다고만 하지 말고 우선 해보는 것이다. 처음 조각과 두 번째 조각이 만나는 순간이 오래 걸렸다고 그림 맞추는 게 오래 걸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맞추다 보면 우린 그림 맞추는 게 익숙해지고 방법을 알아갈 테고 속도가 붙으면 빨리 끝낼 수 있다. 한 번의 그림이 완성되면 다음 그림의 완성은 조금 더 빨라질 것은 뻔하다. 우리는 실제로 퍼즐처럼 한 조각 한 조각 맞춰가며 인생을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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