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이 많은 보드게임으로 보는 세상
보드게임은 많다. 많은 만큼 다양하고 그 다양한 보드게임을 하는 아이들의 반응도 다양한다.
보드게임 <드랍 더 네트>는 네트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게임이다.
아이들의 반응은 작고 색깔이 선명하고 반짝이는 물고기 모형들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게임을 하려고 보드게임을 제공하면 아이들은 아주 작은 모형 물고기들을 보고 이름을 말한다. 자신들이 아는 이름을 말하는데 그 이름이 뻔한다. 오징어, 복어는 알겠는데 나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상어인가? 열대어인가? 피라니아가 나오기도 한다. 알고 있는 이름을 다 말하는 듯하다. 규칙서에도 물고기의 이름에 대한 언급이 없으니 나도 추측만 할 뿐이지 실제로 어떤 물고기인지는 잘 모른다. 그러니 아이들이 말한 게 정답이다.
네트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아야 하니 모양이 다른 네트들이 있다. 세모, 네모, 다섯 모, 그리고 동그라미 모양이다. 이 중에 한 개를 골라 돌아가면서 낚시를 한다. 네트를 들어 물고기가 모여있는 곳 중에서 자신이 가져올 곳에 네트를 내린다. 그 네트 안에 물고기가 쏙 들어가야 한다. 네트 안에 들어가는 물고기뿐 아니라 밖에 있는 물고기조차 네트에 닿으면 안 된다. 이 규칙 때문에 소소한 다툼들이 자주 일어난다.
"물에 닿았어."
"안 닿았어!"
"이 하얀색에 닿았다고!"
"아니야 안 닿았어."
"왜 너 2개 옮겨."
"아니야, 한 개 옮겼어."
"너 이것 빨간색도 옮기고, 다시 하얀색도 옮겼잖아."
"아니야 빨간색은 원래 여기 있었는데, 이것 옮기려다 다시 처음 원래대로 두고, 하얀색을 옮겼어."
"아니야, 빨간색이 네가 두 번 옮겼어."
(이번에 차례인 친구가 물고기를 한 개 움직이는 동안 주위에 있던 친구들은 자신의 물고기를 세느라 잘 못 본 것 같다.)
"선생님! **가 물고기에 닿았는데 안 닿았다고 그래요."
드랍 더 네트 게임은 이렇듯 민원이 많이 접수되는 게임이다. 자기들끼리 작은 다툼은 서로 해결을 보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해 억울하면 선생님을 찾는다. 그런데, 어떻게 하나. 그때 선생님은 그 자리에 없었으니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기도 한다. 누구는 네트에 물고기가 닿았다, 누구는 안 닿았다고 한다. 내가 못 보았으니 판관 역할을 할 수 없는데도 선생님을 부른다. 이 두 아이 외에 다른 아이들은 잘 모르겠다고 한다.
이젠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보지 못했고 둘의 의견이 팽팽할 때는 나도 난감하다. 네트에 닿지 않았는데 닿았다고 하지 않았을 것 같지만 또 네트에 닿았는데 닿지 않았다도 우기지도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누군가는 분명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가위바위보를 한다. 사실을 말한 아이가 졌다면 억울하다. 둘 다 사실을 말한 경우(절대 그럴 수 없지만 그럴 수도 있다. 미세하게 움직인 경우 건드린 아이가 그걸 인지 못할 수도 있다)에는 한 명은 억울한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위바위보로 결정하라고 하는 선생님 입장에서는 이긴 아이가 의도한 거짓말을 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의도해서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면 다음에 또 이런 상황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끔 불똥은 옆에 있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튄다. 게임을 하면서 다른 친구들이 차례 진행할 때도 잘 봐주라고 한다. 이런 경우 잘 봤다면 누구의 말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고, 여러분도 혹시 이런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사실 게임을 하는 도중 대부분 아이들이 집중해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 보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지만 말이다.
어디 승부를 가르는 게임에서만 이런 상황이 생길까? 우리의 세상 속에서도 작은 다툼들은 생기고 둘 다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분명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기도 하다. 거짓말을 숨기고 있든지 아니면 자신이 잘못 기억하고 있든지 말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 누군가에게 해결해 주라고 도움을 청하고 결국 해결을 하지 못해 가위바위보를 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둘 다 진실을 말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삶에서는 누군가가 절대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또 누군가 거짓말을 숨기고 어떤 일을 행했다면 손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익은 절대 보지 않기를 바란다. 그 사람은 분명 아니면 말고라고 생각하고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너무 작고 귀여운 구성물로 인해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보드게임을 하면서 난 세상을 보게 되었다. 어쩜 이곳에서 우리 아이들도 세상을 알아가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니 게임하는 곳이지만 억울하지 않고 정의롭게 플레이를 하고 승리를 했으면 한다. 정정당당하게 게임을 하고 멋진 승리자와 패배자가 나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