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8. 미국 UXUI 석사과정 첫 수업은 어떨까?
Major Studio 과목 첫 수강 후기
**모든 등장인물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수업 첫 시작일의 버프를 받아 아침부터 학교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엔 넓은 테이블이 있는 구역과 창가의 1인 소파가 있는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창가 소파에 앉아있으니 뻥 뚫린 유리 창문에 반대편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글도 쓰고 강의 계획서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시간을 보내고 다시 돌아간 기숙사엔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났는지 'ELEVATOR BROKE :(‘이라는 종이가 붙어져 있었다.
아직은 창밖에 보이는 맨해튼 빌딩들도 엘리베이터 고장문도 다 특별하게 느껴지는 일상이다.
내가 듣는 석사 과정은 선택 과목 하나를 제외하곤 다른 과목들은 필수로 들어야 하는데, 수업이 오전에 있는 경우도 있고 오후에 있는 경우도 있었다. 늦게는 저녁 7시에 시작하는 과목도 있을 정도로 들쭉 날쭉이었는데, 오늘 수업 역시 그 시간에 시작하는 ‘Major Studio’ 과목이었다.
‘메이저'라는 이름답게 이 과정 중 학점도 가장 높고 가장 중요한 과목이라 수업을 듣기 전부터 부담감이 앞섰다. 두 분반으로 나누어 진행되는 Major Studio 과목엔 다행히 Wennie를 포함해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담당 교수님인 Clarina는 긴장하신 것처럼 보였지만 항상 미소를 띠시며 친근하게 학생들에게 다가가려 하는 것이 느껴졌다.
첫 수업답게 우리는 자기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때 UXUI 디자이너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툴 중 하나인 ‘피그마(Figma)’를 활용하신 것이 인상적이었다. 중요한 툴인만큼 학생들이 자연스레 피그마에 접근할 수 있게끔 신경 쓰신 것 같았다.
어디서 왔는지, 오늘 기분이 어떤지, 피그마는 어느 정도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러 질문들이 있었지만 가장 고민이 많이 됐던 질문은 ‘What’s one funny/unique/interesting fact about you?(너에 관한 재미있는/독특한/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말해줘)’였는데, ADHD가 있었다고 고백하는 친구도 있고, 냅다 자기 이름만 적어놓은 친구도 있었다. 'Still thinking…(아직도 생각 중…)’이라고 적은 친구도 귀여웠다.
나의 경우엔 3개의 학사 학위가 있다고 밝혔다. 철학과, 국어국문학과, 시각디자인학과가 그것인데, 배우고 싶은 건 다 배우고 싶어서 공부하다 보니 20대의 많은 시간을 대학에서 보내게 됐었다. 또 내가 배우고 싶어서 선택한 전공이다 보니 세 전공 평점 모두 4점대를 유지할 수 있었다. 리서치와 스토리텔링 기술 또한 UXUI 디자이너에겐 아주 중요한데, 이에 잘 맞는 전공들이었던 것 같다. 결국 이 길로 오려고 그렇게 전공하게 된 것이 아닐까…!
자기소개 마지막엔 수업시간에 지켜야 할 룰에 대해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명씩 돌아가며 말을 했어야 했는데 영어에 대한 자신감도 없고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아서 결국 떠오르는 게 없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Love each other이라는 개드립이라도 칠걸. 다들 왜 그렇게 참여적인지, 한국 대학은 정적인 분위기가 강했다면 여긴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라 이렇게 계속해서 답변을 넘기다가는 교수님께 잊힌 제자가 될 것 같아 겁이 났다.
첫 수업이라 조금 일찍 마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미국 대학이 원래 그런 건지 석사 과정이라 그런 건지 얄짤 없이 수업에 바로 들어갔다.
Major Studio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바로 튜터링 웹사이트 리디자인하기였다. 교수님께서 가상으로 만드신 튜터링 웹사이트가 있는데 각 페이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에야말로 나서야 할 것 같아서 *라디오 버튼을 사용해야 하는 곳에 *체크 박스를 사용했고, 체크 박스를 사용해야 하는 곳에 라디오 버튼을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교수님께서는 정확히 짚어냈다고 칭찬해 주셨고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해냈다는 뿌듯함이 들었다.
앞으로의 수업도 너무 졸지 말고 잘 해낼 수 있기를.
*라디오 버튼: 보통 옵션을 하나만 선택해야 할 경우 사용한다.
*체크 박스: 보통 옵션을 여러 개 선택할 수 있을 경우 사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