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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더독 Nov 12. 2022

나는 어떻게 800만 원을 갖다 버렸나.

후우..

결론 : 800만 원 갖다 버리고 끙끙 앓다가 주식 투자 중수가 되었다.

작년 봄인가 그럴 거다. 전략화한 투자전략에 따라 매매를 하던 중 팔아야 하는 시점이 왔었다. 이때 나는 중수에 가깝지만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중수였다. 파는 게 계획이었지만 팔기 싫었다. 팔면 800만 원이 날아가게 생겼었으니.
매도 버튼을 눌러야 할 때 많은 아저씨들의 얼굴이 머리를 스쳐갔다. 벤저민 버튼.. 아니 그레이엄, 맥너겟 든 워렌버핏, 권총 든 피터 린치, 레이 달리오인가 마리오인가 뭔가랑, 보글보글 존 보글. 그 사람들 하나같이 나보고 계획대로 매매하라 그랬다. 그렇게 활자를 읽어 재꼈는데도 진짜 팔기가 싫더라. 하루 이틀만 더 버티면 다시 오르지 않을까 싶고.

허공에 멍멍이, 시베리아 육두문자 날리고 매도 버튼 눌렸다. 팔 때가 되었는데 안 판다면 그간의 공부는 뭐였겠는가. 그렇게 800만 원 날린 기억에 설레서 두세 달 동안 가슴이 시렸다. 지나고 생각해 보면 잘한 일이었다. 그렇게 했으니 더 안 맞았고 추후 저가 매수도 했다. 워시 세일도 되었고.

사람 심리가 이렇다는 것이다. 아무리 읽고 공부해도 실전만 한 게 없다. 오직 실전만이 당신을 중수 반열에 오르게 할 것이다. 당신이라고 다를 것 같은가. 그렇지 않을 확률이 아주 크다. 사과나무 밑에 있다 사과로 뚝배기 맞고 만유인력 법칙 만든 뉴턴도 주식으로 죽 쒀 잡쉈다. 영국 남해회사에 투자했다가 9할 날렸다. 그러고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하겠다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 못하겠다 그랬다.

90% 면 갈 때 예술로 갔다고 볼 수 있다.

나는 800만 원을 갖다 버리고도 돈을 벌게 된 경험을 한 것이다. 지금은 2-300만 원 손절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게 되었다. 전략을 이해했고 수긍했고 믿기 때문이다. 겪어보니 실력은 이렇게 늘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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