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대신 SRT를 타기로 한 날이었다.
용산이 아닌 수서역.
시간은 아직 넉넉했고, 플랫폼에서 멍하니 기다리기엔 마음이 조용하지 않았다.
그래서였다.
스마트폰을 꺼내어 손가락이 향한 곳,
‘노 타임 포 유’라는 이름의 카페.
무심하게 들리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끌리는 말이었다.
"너를 위한 시간은 없어."
하지만 그 말 안에 무언가 따뜻한 허용이 숨어 있을 것만 같았다.
수서역 근처에는 생각보다 숨겨진 길이 많다.
작은 먹자골목을 지나 언덕길로 접어들면,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친다.
어딘지 모르게 여행자 같은 기분.
잠깐 멈춰 배를 채워도 좋고,
천천히 올라가며 호흡을 고르기에도 괜찮다.
그리고,
그 끝에서 마주한 건,
양철 지붕을 닮은 이색적인 외관의 공간이었다.
언뜻 보기엔 폐창고 같기도 했지만,
낮의 햇빛을 받으면
한 편의 전시관처럼 반짝이겠지.
밤이 되면 그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노 타임 포 유’의 저녁은 조용한 전시회의 뒷편 같았다'.
시멘트 벽돌로 둘러싸인 내부와
불빛은 무드등과 간접등으로만 말한다.
테이블마다 작은 조명이 빛났고,
카운터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숨 쉬는 TV처럼 밝았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서로 말이 없어도 충분한 시간.
그저 앉아 있기만 해도,
사랑의 감정이 올라오는 그런 곳이
아닐런지?
2층으로 오르면 또 다른 세계가 있다.
작은 전시가 한 달에 한 번씩 바뀐다고 했다.
매번 새로움을 안겨주는 공간.
커피를 마시는 손끝에
예술이 스며드는 느낌이랄까.
빈백 소파에 앉았다.
그 위에 몸을 누이니,
마음까지 푹 꺼져버렸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 버렸으면.
"노 타임 포 유."
단순한 말. 하지만 그 속에는
어쩌면 수많은 설명이
생략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다고들 하지만,
정작 그 시간 안에 누구를
초대할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이다.
지친 나를 초대할 것인가,
보고 싶은 친구를 초대할 것인가.
모든 선택은 나에게 있고
모든 어둠도 나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