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he O

정과 동의 공간

by 시작이 반이다

카페는 그렇게

정(停)의 시간을 펼쳐 놓는다.

최대한 움직임을 멈추고 스스로에게 말을 걸거나

내가 아닌 동행인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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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를 당겨 앉는 작은 움직임조차

조심스러워지고,

컵을 감싸 쥔 손끝에 체온이 천천히 스며든다.


찻잔이 살짝 부딪히는 소리,

책장을 넘기며 바스락 거리는 소리,

에스프레소 머신이 낮게 숨 고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렇게 서로에게 집중을 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받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누군가는 이별을,
누군가는 설렘을,
또 다른 누군가는 아무 말 없는 침묵을 선택한다.

카페는 모든 것을 받아 적을 뿐

이야기의 결말은 사람들이 만들어 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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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동(動)의 흐름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곳이 나오기도 한다.

그저 멍하니 거대한 자연의 모습을

보며 사랑에 빠지는 곳은 아니다.

이야기 다음의 이야기가 있는 곳,

끊어지기 쉬운 이야기의

다음 장이 만들어지는 쉬운 그런 곳이다.


잔이 비어 간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면

바람이 먼저 말을 건넨다.

짭조름한 냄새와 함께

조금 더 멀리 나가고 싶은 충동이

생길지도 모른다.


정과 동이 겹쳐지는 순간.

말이 많아도 괜찮고
말이 없어도 괜찮다.

이미 대화는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카페는 더 이상

건물 안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정원과, 바다와, 언덕이,

그리고 루프탑의 그네까지

하나의 장이 되어 이야기 책을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다시 천천히 안으로,

혹은 밖으로 걸어 나올 것이다.





말.


어쩌면 우리의 하루도

그중 하나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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