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 속에서

생각을 쓰다

by 은지

나는 종종 결과보다는 기대에 더 다친다.

과정이 그럭저럭 괜찮았어도, 내가 기대한 만큼이 아니면 마음이 찝찝해진다. 어쩌면 그걸 욕심이라고 부르는 걸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건 내 마음뿐인데 자꾸 다른 것도 내 마음과 같기를 바란다.

요가만 해도 그렇다.
마음은 잘 해내고 싶지만, 수년간 운동하지 않은 내 관절과 근육은 마음처럼 팍! 하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건 수년간 다져온 뻣뻣함인데.

처음에는 내가 요가를 해낼 것이라는 기대가 없었다. 그러다가 한 달을 채우고 은근한 재미를 맛볼 즘 욕심이 났다. 뭔가 내가 첫날보다 잘한 것 같기도 하고, 내 몸이 의외로 잘 해낼 것이라는 기대가 쌓였다.
그러다가 내가 얼마나 못하는지 깨달았을 때의 그 실망감이란.

기대가 없던 첫 달에는 작은 움직임이 행복했는데 기대가 쌓인 두 번째 달에는 실망만 쌓여갔다.
게다가 거의 매일 내 모습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어서 보여지는 것에 대한 욕심이 더 생기니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어느 날 고민하다가 선생님들께 말씀드렸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서 속상하다고.
그랬더니 오랜 시간 수련을 쌓아온 선생님들, 그리고 요가 수련생분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해 주셨다.

처음 요가를 시작하던 날 얼마나 못했는지, 잘하고 싶은 욕심에 얼마나 무리하고 마음이 속상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더디게 성장했는지.

욕심을 내려놓고 지금 내가 느끼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영상 속 내 모습은 여전히 어설프지만, 그 속에서 어제보다 나아진 한 장면을 찾아보았다.

'그래도 오늘은 이런 감각을 느꼈어!'

'지난달 보다 조금 더 움직였어!'

이런 생각을 하니 요가가 다시 즐거워졌다.


내 몸을 움직이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그렇다.


당장 사람과의 관계만 해도 그렇다.
처음에는 기대가 없다가도 어느 순간 내가 잘해준 만큼 내게 잘해줄 것이라는 기대, 내가 좀 더 특별할 것이라는 기대가 쌓인다. 그러다가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 속상함이 혼자 밀려온다.


나는 나고, 너는 너다.
내가 기꺼이 마음을 내어주었던 순간의 즐거움,
그리고 네가 내게 건넨 고마운 마음만 기억하기로 했다.

세상에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너무 많다. 모든 것이 내 맘과 같다는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것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는 또 무언가에 기대하게 될 테니까.

역설적이게도 나를 가장 많이 다치게 하는 기대가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앞으로도 종종 나는 기대에 다치고 시무룩해질 것이다.
그럴 때마다 그런 나를 잘 안아주고, 조금씩 그 정도를 조절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