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오늘도 운전석에 앉는가

매일 같은 길을 달리는 이유

by 운작 박성민

오늘도 시동을 건다.

차고지의 공기는 늘 비슷하다. 새벽이든, 낮이든, 해가 기울 무렵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 익숙한 냄새, 익숙한 소리, 계기판 위에 하나둘 켜지는 불빛들이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이 일을 오래 한 사람에게 하루는 새로운 날이라기보다, 어제의 연장처럼 다가온다.

가끔은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나는 왜 아직 이 자리에 있을까.’

버스 승무윈은 고마운 말을 자주 듣는 직업이 아니다. 정시에 도착하면 당연한 일이 되고, 조금만 늦어도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민원은 빠르고, 감사는 조용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질문을 받고, 같은 불만을 듣는다. 화장실 하나 마음대로 갈 수 없다는 사실도, 몸에 밴 피로도 이제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만두고 싶었던 날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미끄러지는 도로 위에서 사고가 날 뻔했던 순간. 이유 없이 날 선 말을 던지던 승객을 만난 날. 집에 돌아와서도 운전석의 긴장이 풀리지 않아, 소파에 앉은 채 한참을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던 밤.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일을 계속할 이유가 있나.’

솔직히 말하면, 거창한 이유는 없다.

사명감이라는 말은 때로 너무 크다. 누군가의 삶을 책임진다는 문장은,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된다. 나는 영웅도 아니고,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능력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


다만 분명하게 느끼는 사실이 하나 있다.

아침마다 이 도시 어딘가에는 반드시 버스가 필요하다는 것.

누군가는 그 버스를 타고 병원에 가고, 누군가는 출근을 하고, 누군가는 학교에 간다. 누군가는 하루를 시작하고, 누군가는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들은 대부분 나와 말을 섞지 않는다. 이름도, 사연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의 하루는, 내가 시동을 걸지 않으면 시작되지 않는다.

이 일은 늘 그런 식이다. 크게 티 나지 않지만, 멈추면 바로 드러난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간 하루가 사실은 수많은 사람의 역할 위에 올라가 있다는 걸, 우리는 종종 잊고 산다.


가끔 아주 사소한 장면들이 나를 이 자리에 붙잡는다.

조용히 인사하고 내리는 노인의 굽은 등, 잠든 아이를 안고 허둥지둥 오르는 보호자의 숨소리, 내릴 때 고개를 숙여 주는 젊은 사람의 짧은 눈 맞춤. 그 누구도 특별한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순간들은 분명히 남는다.

나는 그 장면들을 싣고 달린다. 사람들만큼이나 수많은 하루를 태운 채.

이 일은 누군가에게는 그저 ‘이동’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시작이고, 누군가에게는 유일한 바깥이다. 버스 창밖으로 스쳐 가는 풍경처럼, 그 사실은 조용히 지나간다.

나는 그 사이를 운전한다.


대단하지 않게, 소리 없이.

오늘도 같은 길을 달린다. 신호는 제자리에 있고, 정류장은 늘 그 자리에 있다.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가 또 시작된다. 때로는 그 반복이 지루하게 느껴지고, 때로는 그 반복 덕분에 하루가 버텨진다.

그래도 나는 안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이유가 아직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누군가는 반드시 이 자리에 있어야 하고, 오늘은 내가 그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운전석에 앉는다.

도시가 제시간에 움직일 수 있도록, 누군가의 하루가 무사히 이어질 수 있도록. 그리고 내 하루 역시, 그렇게 이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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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이유를 붙잡으려 하면 금세 무거워지고, 이유를 내려놓으면 오래갈 수 있다는 걸 이 일을 하며 배웠습니다.

나는 오늘도 아주 사소한 이유 하나로, 그러나 충분한 마음으로 운전석에 앉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