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모자를 벗어 인사하던 어르신

우리는 그렇게 품격을 배운다

by 운작 박성민

작년 9월의 어느 날이었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운행이었다. 정류장마다 익숙한 풍경이 이어지고, 사람들은 타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다.

그 정류장에서 두 분의 어르신이 버스에 오르셨다.

두 분은 나란히 서서, 손에 만 원짜리 한 장을 꼭 쥐고 계셨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미안해요… 두 명만 계산해주세요.”

그 말에는 어딘가 조심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부탁이라기보다, 혹시라도 폐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이 먼저 느껴졌다.


하지만 시내버스는 잔돈을 백 원짜리 동전으로만 준비하고 있다. 만 원짜리를 받으면 거슬러 드릴 수 없는 금액이 대부분이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씀드렸다.

“어르신, 주민센터나 복지센터에 가시면 교통카드를 발급받으실 수 있어요. 그걸로 무료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두 분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셨다. 처음 듣는 이야기인 듯했다.

나는 다시 말씀드렸다.

“오늘은 그냥 타세요. 다음에 꼭 발급받으시면 됩니다.”


그 말이 끝나자, 두 분은 동시에 고개를 숙이셨다.

“고맙습니다.”

그 한마디가 버스 안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두 분은 버스 중간쯤 자리에 나란히 앉으셨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셨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 대화에는 익숙함이 있었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편안함이었다.

나는 운전석에서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앞을 보았다.

친구라는 건, 언제까지 곁에 남아 있는 걸까.


젊을 때는 친구가 많다. 같은 시간을 살고, 같은 속도로 걷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각자의 삶이 생기고,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끝까지 남는다.

그날 버스에 나란히 앉아 계시던 두 분처럼.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셨을까. 얼마나 많은 계절을 함께 지나오셨을까.

버스는 정류장을 하나씩 지나갔다. 두 분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장면은 오래 눈에 남았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두 분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오셨다.

내리시기 직전, 한 분이 쓰고 계시던 빵모자를 살짝 들어 올리셨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며 말씀하셨다.

“잘 타고 왔습니다.”

그 인사는 짧았지만, 충분했다.

나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밖에.

문이 닫히고, 두 분은 나란히 걸어가셨다. 같은 속도로, 같은 방향으로.

나는 다시 시동을 걸었다.

버스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음 정류장을 향해 움직였다. 하지만 내 마음에는 조금 전의 장면이 조용히 남아 있었다.

우리는 종종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노력한다. 더 잘 말하는 법, 더 잘 살아가는 법,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법.

하지만 어떤 배움은 아주 짧은 순간에 찾아온다.

모자를 벗어 인사하던 그 장면처럼.

그날 이후로 나는 가끔 생각한다.

품격이라는 것은 거창한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그리고 세상은 여전히, 그런 장면들을 조용히 품고 있다는 것을.

나는 오늘도 버스를 운전한다.

혹시 또 그런 장면을 만나게 될까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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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운전석에 앉아 있으면 수많은 사람을 스쳐 지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어떤 만남은, 스쳐 지나가지 않고 마음에 오래 머뭅니다.

그날의 인사는, 내가 오래 기억하게 될 장면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