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강하다? 그 이유에 대하여

지독한 외로움을 견디는 일

by 몰리


‘엄마는 강하다’라고 했는가? 소위말하는 임출육의 터널을 건너고 있는 입장으로서, ‘엄마’에게 씌워지는 모성에 대해 말하려는 게 아니다. 엄마는 왜 강해지는 가를 돌이켜 봤을 때, 아마 지독한 외로움의 파도를 수도 없이 겪어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외로움은 파도처럼 밀려온다. 말 그대로 덮치는 파도와 같아서 아무리 애써도 도망칠 곳이 없다. 그래서 임신, 출산을 겪는 엄마라면 무조건 겪을 수밖에 피할 방법이 없다. 그 파도가 누군가에게는 조금 부드럽고 잔잔할 수도 있고, 누구는 거센 파도에 휩쓸려 수심 깊은 곳까지 끌어내려질 수도 있겠지만, 생을 끝내는 결단을 하지 못하는 이상 우리는 결국에 어떻게 하든 물 밖으로 나와 숨을 쉬어야 한다. 그렇게 한 차례의 파도를 겪어내고 견뎌내는 것이다. 이것이 엄마가 강해지는 이유일 것이다.



불행 배틀을 하듯 힘듦 경쟁을 하기도 한다. 유아차를 끌고 가고 있던 어느 날, 어르신 세분이 아이들이 예쁘다며 다가왔다. 한차례 인사치레를 하고 나서 갑자기 나와 아이들을 둘러싸고 쌍둥이 vs 연년생 배틀을 하는 게 아닌가. '쌍둥이 얼마나 힘들어 그래? 그래도 연년생보다 낫지 뭐~'가 시작이었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일장연설을 할 수 있는데?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냥 나 좀 내버려 두세요 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다행히 아이가 칭얼대기 시작해 그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



누가 더 힘드냐 싸움을 할 필요도, 할 수도 없다. 자기 손톱에 낀 가시가 가장 아픈 법이니까. 나도 어디 가면 뒤지지 않는 스펙을 지녔다. 쌍둥이, 노산, 고위험산모, 조기수축, 디스크, 임산부가 느끼는 고통의 대부분을 극한의 수치로 느껴보았다. 출산은 어떠한가? 초산, 우량아, 조산, 두 번의 수술, 혈전, 수혈 그리고 니큐.. 출산하면 고통이 끝이라고 했는가? 육아가 헬이라는 말도 있지. 9개월의 쌍둥이 임신이 몸에게 부과한 고통은 고스란히 그대로 회복되지 않은 채로 여전히 몸에 남아있다. 내 몸은 출산과 함께 마법처럼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았다. 통상 조리원에 가는 기간인 2-4주 정도의 ‘산후조리’ 기간이면 어느 정도는 회복이 되는 줄 알았다. 나의 경우엔 출산 5개월까지 스테로이드와 진통제를 달고 살았고, 정형외과 치료를 매일 받았으며, 치골통에 막달 임산부의 속도 이상으로는 걷지 못했다. 6개월 넘어서 강한 진통제를 조금 줄여도 되었고, 그래도 여전히 매일 같이 몸살과 오한을 달고 살았다. 출산한 지 8개월 넘어서야 매일 먹던 진통제 끊을 수 있었다. 9개월쯤엔 정상인의 속도로 걸을 수 있게 되었고,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서야 조금씩 회복이라는 것을 시작하고 있다. 몸살도 한 달에 한두 번으로 줄었다. 최근에는 통증을 간헐적으로 느낀다. (내가 말하는 통증은 출산과 육아로 겪는 손목, 어깨, 무릎 관절통과 , 근육통, 결림은 논외로 하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상 내 손톱의 가시를 아주 응축해서 적어보았다. 물론 현실은 더 지지부지 구질구질 진흙탕이다. 이 구구절절 하지만 매일, 매 순간순간의 겪어야 하는 고통을 누구와 이야기하겠는가? 누구에게 하소연하겠는가? 병원에서나마 안타까움의 위로와 격려를 받으면 그때 조금 어디가 아파요 힘든 티를 내고 웃고 말 뿐이지. 이런 날들이 쌓이고 쌓여갈수록 말문을 닫는다. 내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꼭 해야할 말들을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에. 그렇게 멀쩡한 척 살아낸다. 밀려들던 일들이 한차례 멈추고 나면, 그때서야 고독이 밀려온다. 고통보다 더한 지독한 외로움.



신체적인 고통과 좌절감은 별개로 육아.. 생명을 키우는 데 있어서의 이슈들은 끝이 없다. 나처럼 운이 나빠 건강을 통째로 잃지 않아도, 한 생명의 주양육자가 되면 디폴트로 겪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참 징글징글하게도 끊임없이 온다. 물론 파도가 잦아드는 시기도 분명 있다. 하지만 잔잔하게 어루만지는 것 같다가도 순식간에 거세게 덮친다. 그것도 뒤에서.



아이를 낳은 후로 나는 1년 동안 몇 번의 큰 파도와 마주했을까? 파도에 휩쓸려 저 심해로 가라앉았다 물 밖으로 올라간다. 가끔은 너무 깊이 내려와 해가 들지 않아 까마득한 위를 바라볼 때면 떠오르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열심히 발버둥 쳐 올라가기가.. 지겹다. 지금이 그런 것 같다. 그래서일까, 최근에 한동안 심해 저 아래에서 진공상태로 멈춰있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눈을 뜨지 않은 채 생각해 본다. 나의 고통은 어디에서 오는 건지. 하나씩 따져본다. 다행히 우리 아이들은 '대부분' 통잠을 잔다. 다시 말해 나도 어느 정도 잠자는 시간을 확보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힘든가? 체력적, 신체적, 정신적 어떤 이유로 힘든가 물어본다면 그냥 알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그냥 힘들다. 아.. 어휘가 부족한지도 모르겠다. 마치 표현할만한 단어를 찾고 싶지도 않은 무력감이 찾아온 것 같다. ‘힘들다’는 단어 밖에 모르는 바보인가. 가끔 아니 자주 죽음에 대해서도 떠올리고 어느 순간에는 입에도 올린다.



슬프게도 나란 인간은 책임감이 강하다. 내 양손에 올려진 소중한 생명.. 그 무거운 책임감에.. 결국 나는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깊이 내려온 만큼 다시 저 멀리 수면 위로 올라가 숨을 쉬어야 할 것이다. 잠시만 멈춰있을까. 잠시 잔잔해진 파도에 몸을 맡기고 내가 굳이 헤엄치치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수면가까이 표류해 올라갈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어차피 언젠가 수면 위로 되돌아갈 것이다. 그러니 조금만 쉬고,



나는.. 강해지는 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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