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독학재수 이야기 (2)
노력한 만큼 성적은 올라갔다.
처음으로 내 인생에서 온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었을 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운동을 했을 때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실력은 잘 늘지 않았고, 주기적으로 통증은 찾아왔으며, 제한된 출전 기회, 불리한 신체조건 속에서 내가 아닌 남 만을 원망했었던 나였다.
"어차피 재능이 있는 사람들만 잘하는 거잖아"라는 타협으로 내 노력도 갈수록 소홀해져만 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 스무 살은 달랐다.
미치도록 노력했고,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을 즐기자고 암시했다.
힘든 일도 정말 많았다.
독학재수생 신분에 혼자 보내는 시간을 견디기 힘들었다.
가끔은 오르지 않는 성적에 좌절도 많이 했다.
나 스스로 의구심도 많이 가졌다.
그렇지만 결과론적인 이야기로,
결국은 내가 희망하는 대학에 진학을 할 수 있었고 재수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
"독학재수 안 했으면 어떡할 뻔했지?"라는 생각이 지금도 가끔 든다.
이 시기에 내가 국영수 같은 학업적인 지식보다도, 학업 외적으로 더 많은 배움을 얻었기 때문이다.
"과연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의문으로만 가득했던 내 머릿속에 "하면, 정말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더해지게 된 것은 바로 이때다.
지금의 내가 끊임없이 다양한 도전을 하고, 노력을 기울이는 까닭도 이때 느꼈던 배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거다.
내가 대학에 온 후 가장 많이 궁금했던 것이,
"만약, 내가 재수를 하지 않고 현역 때 적당히 성적에 맞는 대학으로 진학했으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개발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찾아 도전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살았을까?"
"어차피 되는 사람만 되는 거니까"하면서, 내 상황을 한탄하고만 있지는 않을까? 같은 질문들이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내가 이 혹독했던 재수 생활을 겪지 않고 대학에 그냥 입학했더라면, 이런 교훈도 도전할 용기도, 내 인생에서의 교훈도 얻지 못했을 거라는 것이다.
정말 노력하면 되더라.
마지막으로, 내가 재수를 했던 2019년 마지막 날.
다이어리에 적어둔 1년 회고글의 일부를 발췌해서 글을 마무리한다.
20대의 출발에 서있었던 지난 1년.
스스로 가장 독해지기로 다짐했었고, 결국 마침내 꿈을 이뤄낸 1년.
나에게 재수를 했던 2019년은
모순적이게도 가장 힘들고 절망도 많이 한 해이자 가장 행복했던 한 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