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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체대생 Jun 15. 2024

내가 소융 복전생이 되다니

6화. 소프트웨어융합학과 복수전공 선택을 하게 된 이야기

체육학과로 대학을 입학하면서, 항상 마음 한 구석에는 걱정거리가 있었다.


"체육 하나만 배워서 어떻게 먹고살지?"


그래서 대학에 입학함과 동시에 '복수전공'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안 그래도 야구를 그만두고 어떤 것을 해야 하지 고민이 많던 나는 1년 간 재수 생활을 보내며 관심이 생긴 분야가 많았던 터.

(재수할 때, 수시로 지원했던 과는 경영, 정치외교, 국어교육, 통계, 체육으로 총 5개였다)

또한, 체육 하나만 배우는 것보다 함께 또 다른 분야를 배워서 내가 낼 수 있는 시너지는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 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요즘에는 복수전공이 취업의 한 수단, 스펙을 추가하기 위한 한 줄 정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복수전공이 수단이 되기보다는, 야구밖에 모르던 내가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을 더 넓게 찾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


그래서 웃기지만, 복수전공을 하는 것이 하나의 목표이자, 나의 대학 로망이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경희대학교에 합격해서 좋았던 점 중 하나도 복수전공을 학생들에게 권장하는 학풍인 데다가, 학교 안에 있는 학과도 학생도 매우 크디큰 대학이라는 것이었다.




이제부터는 내가 복수전공을 고민한 학과들을 차근차근 소개해보려 한다.


전공을 고를 때는 얼마나 내 본 전공인 체육 분야와 함께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했다. 그 후에 흥미, 경험, 미래 전망, 캠퍼스 위치(서울/국제) 같은 사소한 요인들을 고려해 전공을 선택했다.

(여기 있는 전공들은 모두 하나같이 배울 점이 많고 매력적인 학과들이지만, 기준은 오로지 '나'였다.)



1) 정경대학 - 정치외교학과, 미디어학과  


단순히 그냥 재밌어 보였던 분야이다.

세계의 정서를 알 수 있는 정치외교 분야나, 전망 좋은 스포츠 미디어 시장, 게다가 PD라는 직업은 어린 시절에 아주 잠깐이지만 장래희망으로 가져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생각했었다.


하지만, 단순히 이 일시적인 흥미만으로 나의 앞으로를 결정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2) 경영대학 - 경영학과  


문과는 경영이 아니면, 취업이 힘들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진지하게 고려했었다.

하지만, 내 흥미를 고려했을 때도, 앞으로의 공부나 미래를 생각했을 때도, 체육학과와의 시너지를 생각했을 때도 “문과=경영”이라는 공식 하나만으로 선택하기는 영 아니었다.



3) 호텔관광대학 - 문화관광콘텐츠학과, 문화관광산업학과  


학교에 이름 있는 학과이자 밀어주는 학과 중 하나이다.

스포츠가 앞으로의 (지금도 그렇지만) 중요한 문화 콘텐츠가 될 거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내 본 전공과 함께 시너지를 내기에는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뭔가 아쉬웠다.. 너무 추상적인 생각이었고, 그 학과에 가서 내가 어떻게 될지 잘 와닿지는 않았다.



4) 국제대학 - 국제학과, 외국어대학 -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국제캠퍼스에 있다는 장점이 확실했다.

또, 영어 하나만 완벽하게 배워도 대학에서 얻어가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대신, 이런 학과의 방향이 언어를 배우는 것 자체에 있지 않았고, 체육과의 연관성 부분에서 떨어진다 생각됐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영어는 꼭 복수전공을 해야만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5) 체육대학 - 스포츠의학과  


이 모든 복수전공을 떨어지거나, 지원할 자신이 없을 때 최후의 보류로 생각한 전공이 같은 단과대에 있는 의학과다.

그래도 트레이너나 재활치료사는 유망한 직업이지만, 내가 전혀 생각한 분야가 아니었기에 고려하지 않았다.



6) 소프트웨어융합대학 - 소프트웨어융합학과  


4차 산업혁명이다 뭐다 하면서 들은 얘기 때문에 관심이 있었다.

학과의 방향성이 학문 간의 융합을 추구하며, 체육과의 시너지를 생각했을 때도 미래를 생각했을 때도 좋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다만, 큰 문제가 있다면 내가 이과 공부는 생전 해본 적이 없다는 점.




이 중에서 나는 소프트웨어융합학과

특히 그중에서도, 데이터 사이언스 트랙을 신청하기로 정하고 복수전공 신청서를 작성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코딩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을 때였다.

복수전공을 준비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라 나 혼자 찾아보면서 해결했다.

체대에서 소융과로 복수전공을 신청하는 케이스가 그동안 없기도 했고

체대에서는 워낙 생소한 분야이기도 해서, 정보는 당연히 없었고,

포트폴리오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지식으로 보나, 나는 부족한 거 투성이었다.


당연히 한 번에 승인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고, 만약에 복수전공 승인이 되더라도 내가 공부를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가득했다.

그래서 사실 준비를 하면서도 많이 긴가민가 했다.

지원서에 텅텅 비어있는 내 포트폴리오와 실적들


이런 상황 속에서 복수전공이 승인되었다는 소식을 받게 된다.

부족한 나의 현재 실력보다는 지원서에 쓴 나의 학업 계획과 체육 전공과의 융합 가능성을 크게 교수님께서 봐주신 것 같다.

복수전공이 승인되었다는 화면을 본 순간. 나조차 두 눈을 의심했다.


이때부터 나는 코딩의 세계에 빠지게 되었다.


처음에 내가 이과 분야에 뛰어들고, 코딩을 배우겠다고 했을 때 내 머릿속이 의문투성이였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복수전공을 한 지금에서 그 결심을 후회한 적은 없다.

적어도 내가 그동안 걸어온 길을 생각했을 때, “야구하다가 그만두고, 대학에 입학해서 개발자의 꿈을 걷고 있는 나"는 도전적이고, 비범하고, 용감한 사람이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도전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삶. 내가 꿈꾸던 대학생활. 20대를 보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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