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혀놔 Feb 27. 2023

3일 내내 당근라페를 먹은 건에 대하여

난 한놈만 조져

나는 요리를 즐기지 않는다. 복잡한 조리 과정을 감당하기 벅차고, 간을 맞추는 것도 너무 어렵다. 요리뿐만 아니라, 생각해 보면 전반적으로 무언가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들었을 때의 결과물이 마음에 든 적이 드물었던 것 같다. 똥손이라는 뜻이다. 오히려 어질러진 것을 치우는 것이 내 적성에 더 맞는 것 같다.



애니웨이! 백수 3개월 차인 나는 요즘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 집에서는 숨만 쉬어도 좋지만 맛있는 음식과 함께하면 더욱 즐겁다. 하지만 나는 돈이 없다. 그래서 요리를 해 먹어야 한다. 최근엔 점심을 맛있게, 꼬박꼬박 내 손으로 챙겨 먹는 것을 루틴으로 잡으려 한다.



하지만 난 여전히 요리를 못한다. 그래서 유튜브 쇼츠 1분 안에 모든 조리과정과 완성이 끝나는 요리 위주로 도전해 보기로 했다. 한 번 성공하니 맛이 들렸고, 맛있으니 계속하게 되더라. 그렇게 꽂힌 요리가 3개 정도 되어 이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첫 번째 요리는 당근라페다.




당근라페 

1. 채칼로 당근을 썰어준다.
2. 홀그레인 머스터드소스1 : 올리브오일2 : 꿀1 : 식초(레몬즙)1 비율로 소스를 만든다.
3. 버무리면 끝.


잘 안보이지만... 베였다ㅠㅠ

조심!

채칼은 조심히 사용해야 한다. 아니면 다쳐용ㅠㅠ





첫째 날. 사워도우에 올려 먹기


집에 사워도우가 한 덩어리 왔다. 오전 10시부터 12시 사이는 사워도우 먹기 참 좋은 시간이다. 망설임 없이 빵을 살짝 데운 다음 나의 야심작을 이 위에 한껏 올려서 먹었다.

음, 사워도우도 맛있고 당근라페도 맛있는데, 사워도우의 쿰쿰한 발효 냄새에 홀그레인 머스터드의 자극적인 향이 더해지니 자극 그 자체다. 사이에 치즈를 넣었으면 각 재료의 맛이 중화되면서도 굉장히 어울렸을 텐데. 아쉬웠지만 첫 시도 치고는 훌륭했다.




둘째 날. 블루베리 베이글에 올려 먹기. 근데 이제 적겨자와 치즈를 곁들인.


* 두 번째 당근라페에는 적겨자 2장을 더해줬다.

냉장고에 마침 적겨자가 있어 가위로 쫑쫑 썰어 함께 섞어줬다.


** 오늘은 블루베리 베이글을 살짝 구운 다음 치즈를 두툼하게 올려줬다.

어제의 배움이다. 빵과 당근라페 사이에 치즈를 더해 풍미를 주면서 더욱 잘 어우러지게 만들었다.

아, 틀리지 않았다. 적겨자를 섞으니 겨자씨의 알싸함과 적겨자의 맵싸한 맛이 톡톡 튄다. 아주 짜릿한 맛. 여기에 치즈를 깔아준 덕에 빵과의 어울림이 좋다. 다 씹었을 때 즈음 블루베리가 톡톡 터져준다. 그저 사랑스러울수밖에. 정말 사랑스러운 맛이었다.




셋째 날. 김부각에 올려 먹기


야 이혀놔, 너 미쳤어!!!!! 이건 진짜 천재적인 맛이다. 어쩌자고 이런 생각을 해냈지! 어쩌면 나 맛에 재능 있을지도? 부각 위에 마요네즈를 조금 짠 다음 그 위에 당근라페를 올려 먹으면 ㅁㄴㅇ러ㅏㅣㅁ너라ㅣㅁ너;. 너무 맛있다. 부각이 없다면 크래커 위에 마요네즈와 당근라페를 올려도 맛있다.  

기름에 튀긴 김부각은 살짝 짭조름하면서도 크리스피 하다. 여기에 마요네즈를 더하면 장점에 장점이 더해진 맛인데, 많이 먹기에는 느끼하다. 그런데 여기에 당근라페? 그냥 끝. 말이 더 필요없다. 세상 사람들이 꼭 이렇게 먹어보면 좋겠다.



** [난 한놈만 조져]는 다음주에도 계속된다.

작가의 이전글 봉숭아 물들이기 6년차 마스터가 선사하는 노하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