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골동맥

11화 경추의 회의, 말하지 못한 진실

by Unikim

1. 현실 – 고개를 돌리면 어지럽다

은서는 아침 출근길.
신호를 기다리며
차 안에서 고개를 살짝 돌렸다.

순간,
눈앞이 흔들리고
목 안쪽이 당겼다.

“왜 이렇게 조여 오는 것 같지...
아까는 괜찮았는데.”

특별히 무거운 걸 든 것도,
심하게 움직인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린 그 짧은 순간,
숨이 턱 막히고, 귀가 먹먹해졌다.

그녀는 조심스레
운전석 등받이에 몸을 붙였다.
“목 안에서,
뭔가가... 틀어졌어.”

2. 내부 – C1~C6 긴급회의 소집

추골동맥의 주요 통로,
횡돌공(transverse foramen)을 사이에 둔
경추들(C1~C6)이
긴급하게 모였다.

C1(환추)은 조용히 서 있었고,
C2(축추)는 날카롭게 말을 던졌다.

“우리 중 하나가,
추골동맥을 눌렀다.”

C4가 불쑥 일어섰다.

“내가 먼저라고?
너희 위쪽이 방향을 틀어서
혈관이 비틀린 거잖아!”

C5는 씁쓸하게 중얼였다.

“허용각도 이상 회전.
장기간 고정자세.
미세한 충격들...
우린 모두,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던 거야.”

3. 현실 – 손끝으로 전해지는 목 안의 감각

은서는 거울 앞에서
목덜미를 살짝 눌러봤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목 근육 안쪽, 뭔가가 단단하고
움직이지 않는 느낌.

왼쪽으로 고개를 돌릴수록
귀, 어깨, 팔까지 저릿함이 퍼졌다.

“이건 근육이 아니야.
안쪽 구조가... 뭔가 틀어졌어.
좁아진다, 조인다...
그런 느낌이야.”

그리고,
그 순간 떠올랐다.
C1부터 C6까지,
거기... 혈관이 지나간다는 거.

4. 내부 – 추골동맥의 침묵, 그리고 C3의 고백

회의실.
갑자기 조용해졌다.

C3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였어.”
“나는...
예전부터 부정정했어.
목이 살짝 틀어질 때마다
내 관이 추골동맥을 조이곤 했지.”



C1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침묵했지.
한 명의 불안정이
전체의 고장을 불러온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C2는 이를 악물었다.

“추골동맥은 우리를 지나
뇌로, 뇌간으로, 소뇌로 간다.
그 흐름을 막는 건 곧
몸 전체를 조이는 거야.”

그리고,
모두는 마주 보았다.
자신들 모두가
무너지는 원인이자 결과였다는 것을.

5. 현실 – 짧은 회복, 그리고 곧 닥칠 위기

그날 저녁,
은서는 자세를 바꾸어 목을 천천히 돌렸다.

기묘하게도
오늘은 어지럼이 적었다.

“괜찮아진 걸까...?”

하지만 그건
회복이 아니라
잠시 멈춘 불안정성의 쉼표.

안쪽에서는,
그 작고 중요한 공간에서...
혈류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에필로그 – 구조가 말을 하지 않는 순간

뼈는 말이 없다.
하지만
그 위치 하나, 각도 하나가
몸 전체를 뒤흔드는 언어가 된다.

경추 하나의 휘어짐은
혈관 하나의 압박이 되고,
그건 곧
신경과 감각, 생명력의
거대한 도미노가 된다.

말하지 못한 진실은,
움직일 때마다 드러난다.

다음 화 예고

제12화 – “림프, 흐르지 않는 경계”

몸은 점점 붓고,
열감은 도는 듯하면서도 손발은 차갑다.
림프계는 고요하지만
내부에선 노폐물과 독소의 순환이 멈춘다.
림프는 조용히 말한다.
“나는 쓰레기를 거두는 자.
하지만 지금, 나는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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