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골동맥

10화 시야의 균열, 소뇌의 절규

by Unikim

1. 현실 – 중심이 사라진 하루


은서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려다

순간 휘청하며 벽에 부딪혔다.


“어...?”


바닥이 울렁거렸고,

머리는 붕 뜬 느낌이었다.

눈앞엔 짧은 흔들림과 낙차,

멀미 같은 파동이 스쳤다.


“계단 내려가기가... 두렵다.”


정확히는,

내려가는 ‘행동’보다

균형을 잃을까 봐 오는 공포였다.


회사 복도에서도

한쪽 벽에 살짝 손을 댔다.

그것만으로 불안한 중심을 붙잡는 느낌.


2. 내부 – 소뇌 회의, 무너지는 정렬


소뇌 중앙 센터, CB-Lobe.

모든 균형, 미세조정, 조화의 중심.

그곳에선 지금

혼란이 덮쳐오고 있었다.


“시각 피드백 왜곡 발생!”

“고유수용감각 일치 실패!”

“평형감각 지연 0.3초 초과!”


지휘관 아틸라(Atilla)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신경 회로들은 엉켰고,

신호는 서로 충돌하며 무의미해졌다.


“시야는 여전히 움직이고,

몸은 그에 반응하려 하지만,

우리는 균형의 좌표를 잃었다.

... 추골동맥,

또 네가 문제군.”


3. 현실 – 세상이 움직이는 것처럼


은서는 지하철 창밖을 바라보다

갑자기 멀미 같은 감각에 휩싸였다.


세상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기울어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눈앞의 고정된 물체도

가끔씩 흔들리는 환시처럼 보였다.


“멀미도,

이젠 집에서도 느껴져.”


어릴 때는 회전 그네를 탈 수 있었는데,

지금은 눈만 굴려도 어지러웠다.


4. 내부 – 소뇌의 절규


아틸라는 균형중추 지도를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지도는

점점 불균형한 좌표로 왜곡되고 있었다.


“혈류 공급이 끊기면

우리는 판단을 잃는다.

좌우를 구분하지 못하고,

위와 아래를 혼동하며,

... 결국 ‘나는 어디에 있는가’

자체를 잊는다.”


그는 명령을 내렸다.


“모든 전정계 통로에 긴급 보조 신호 투입.

눈, 귀, 다리 근육에 강제 피드백 제공!”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신호는 늦었고,

몸은 현실을 해석하지 못했다.


5. 현실 – 걷기가 두려워진 밤


은서는 퇴근길,

지하 주차장의 경사로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걸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한 발 내딛는 게 무서웠다.


내가 지금,

앞으로 넘어질지 옆으로 쓰러질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몸은 움직이지만

‘방향’은 자신을 배신했다.


그녀는 속으로 읊조렸다.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심리상담이 아니라,

... 피야.

혈류.

추골동맥의 숨결.”


에필로그 – 균형이 무너진다는 건


균형이란

머리와 귀와 다리 사이의

신호와 신뢰로 만들어진다.


그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몸은 세상을 오해한다.


그리고 그 오해는

넘어짐, 어지럼, 두려움이 되어

우리를 뒤흔든다.


그 시작은, 늘

가늘어진 혈관 속

침묵에서 시작된다.


다음 화 예고


제11화 – “경추의 회의, 말하지 못한 진실”


추골동맥을 감싸고 있는 C1~C6 경추들.

그 속의 협소한 관, 휘어진 관절, 그리고

매일의 미세한 충격들.

경추들은 지금 서로를 탓하고 있다.

‘누가 먼저 무너졌는가’

...그리고 그 속에 비밀을 품은 단 하나의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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