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레터의 인생 조언을 배달합니다.
정말 다니고 싶은 회사에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됐는데 사수가 너무 별나요.
디자인업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꼭 가고 싶었던 회사에 들어오게 된지 6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너무 꿈만 같은데 사수 선배가 너무 까칠합니다. 그 선배 때문에 디자이너들이 계속 그만뒀다고 하더라고요. 배울 점 많고 일도 잘하시는데 자기밖에 몰라요 자기가 정한 선에 안 맞춰오면 서류도 집어던지고 인신공격도 했었데요. 지금은 하도 사람들이 많이 나가서 좀 고쳐졌다고 하는데 배열에서 1mm 만 차이나도 기본도 모른다고 저를 바보 등신 취급을 합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표현이 많이 거칠어요. 저도 다 참는 성격은 아니라서 나름 둘러둘러 제 할 말하니 저한테는 좀 덜 그러시는데 한 달 전 들어온 막내한테 그 공격이 다 가는 것 같아요.. 회사에서도 알고는 있는데 워낙 일을 잘해서 못 내치시는 것 같고 사적으로라도 좀 친해져볼까 해서 회식 몇 번 했을 때 친한척해도 안 통해요. 그냥 자기 자신만 소중한 분이세요. 며칠 전엔 너무 말도 안 되는 걸로 꼬투리 잡으시길래 저도 욱해서 그러면 선배가 해보시던가요라고 했어요. 저도 그렇게까지 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걸로 억지 부리시니 저도 못 참았던 것 같아요. 그 후로는 뭔가 터치를 덜하시는 거 같은데 이런 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정말 다니고 싶었던 회사고 만족도도 좋은데..
닉네임의 조언
같은 업계 종사자이신 것 같아서 조언을 드려보기로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말씀하신 사수분이 미친놈 중 최하위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업계 중 특히 디자인업계 그것도 의상디자인업계는 예민하고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하고 그것도 남들이 알기 어렵게 확고한 성향의 사람들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고 단언해서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말씀하신 사 수분 같은 성향은 성격도 급하고 본인이 말하는 대로 돼야 직성이 풀리고 작은 것 하나에도 평가가 하늘과 땅을 오고 가는 것 같은데 높이 평가한 것을 한 번에 깍아내리는 일은 있어도 한번 낮게 평가한 것을 다시 높게 평가하는 일은 결단코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분들을 보자면 자존심이 판단력을 잃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고는 합니다. 제가 봐온 케이스로는, 대부분 그런 성향이신 분들이 일로서는 인정받긴 하나 본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해내신 건 히스테리 부리신 것 말고는 딱히 없더군요. 대게는 밑에 사람들을 딱따구리 나무 쪼듯 쪼아서 얻어낸 결과일 뿐 속 빈 강정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정말 본인이 해낼 수 있는 일을 지시하는 경우는 거의 못 본 것 같습니다. 어쨌든 결론은 만약 그분으로 인해 회사를 옮기실 고민 중이시라면 아예 직종을 바꾸시지 않으시는 한 다른 곳에 더한 미친놈이 없을 거라는 장담은 못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디자이너가 있는 회사라면 일 자체도 힘이 드는 지경에 멘털 공격까지 있는 환경이기에 거의 디자이너 양성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열악하지 않나 생각이 들기 때문에 글 쓴 분께서도 얼마나 힘드실지는 예상하고도 남습니다. 제 초년 시절 동기중 두 사람을 예로 들자면 한 사람은 사수 등쌀에 못 이겨 여러 회사를 돌다 세 번째 직장에 정착해 커리어를 쌓은 후 원하는 회사의 실장으로 들어가게 된 케이스가 있고 또 한 사람은 여의치 않아 의류업종이긴 하나 여러 다른 (프린트, 원단 등) 회사로 돌다 적성이 잘 맞는 회사에 정착해 재직 중입니다. 후자의 말로는 같은 의류업계라 해도 다루는 것에 따라 모이는 사람들의 성향도 다른 것 같다고 하더군요. 저는 반신반의 중이긴 합니다만... 저 역시 전공 시절에는 꿈꾸던 회사에서 꿈꾸던 것들을 잔뜩 이룰 수 있으리라는 환상이 있었지만 학교 밖은 현실이고 현실은 잔혹하고 냉정하더군요. 제가 감당할 수 없는 미친놈 역시 많고 말이죠. 현실이 꿈을 악몽으로 바꾸지 않도록 도피가 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겪어보니 미친놈은 하루아침에 보통 인간이 되지 않고 보통 인간이 미친놈에 맞추다간 돌 수도 있겠더군요... 자신을 지키세요. 자신이 지켜야 꿈도 지키시지 않으실까요.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달뜬의 조언
어디나 있죠. 그런 사람. 근데 그분은 크게 착각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본인 스타일대로 해서 성과가 좋았다고, 본인 스타일만이 정답은 아닐 거니까요.
작성자님은 이미 잘하고 계시는 것 같지만, 인신공격성 발언에는 바로 재재를 가하셔야 합니다. 후배한테 그럴 때에도 따로! 꼭 사수에게 말씀 지나치시다고 알려 드리세요. 할 말하니 작성자님에게 덜한다는 것은 약자한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면모와 다르지 않아요.
회사니까 일로 예민할 수 있고, 일이 우선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함께 일하는 곳입니다. 아무도 이유 없이 거기 앉아 있지 않아요. 그러니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서 구성원 모두 좋은 태도,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회사 팀장님이나 상사들이 일 잘한다며 사수를 두둔한다면 회사의 시스템이 한 사람의 능력을 소모적으로 쓰고 있는 거예요. 사수의 성장을 생각한다면 후배에게 존중 없는 사수의 태도가 여럿을 퇴사시키는 원인이 되는데도 유지될 수 없어요.
그러니 잘못된 사수의 행동에 감정적으로 흔들리거나 휘둘리지 말고, 배울 것 배우고 본인의 능력을 개발하는데 쓰셨으면 해요.
앞으로 이상한 사람들 진짜 많이 보게 될 거예요. 다 사연이 있고 이유가 있죠. 상대방 입장에서 이해가 될 때도 있을 수 있어요. 근데 그래도 그게 내게 무례하게 굴어도 되는 이유는 아니니 아니다 싶을 때에는 그냥 넘어가지 마세요. 후배한테도 그렇게 말해주시고요.
그와 별개로 일 잘하는 사람들은 또 그들 나름 너무 힘듭니다. 본인 만족 때문에 본인과 주변을 괴롭히니까요. 늘 일이 그 사람에게 몰려 있고, 그 사람한테 지친 사람들은 또 엮이기 싫어 거리를 두는걸 본인도 완전히 모르진 않거든요.
그러니 기회가 될 때면 도와드릴 일 없는지 물어봐주세요. 마이너 한 실수들과 별개로 내가 업무적으로 부족하거나 개선했으면 하는 것들이 없는지 본인의 성장 상황을 사수에게 확인해보세요. 사수가 마이너 한 실수만 고치면 된다고 해도 잘하고 있는 거고, 다른 것들이 있다면 좋은 후배 동료로 팀 업무 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니 서로에게 윈윈일 거예요.
덧, 일은 연차 낮을 때 배운 게 앞으로 업무 성장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연차 낮을 때 일 잘하는 사수 만난 건 큰 복이에요. 일 못하는, 일안 하는, 뭐하는지 모르겠는 사수도 참 많거든요 :) 행운을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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