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을 품은 소설은 대개 그 거창한 반전이 드러나는 순간 모든 집중력과 몰입도가 훅 떨어진다. 하지만 이 책, <살인자의 기억법>은 좀 달랐다. 이미 많은 이들이 제목을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책이다. 하지만 첫 글자부터 마지막 한 자까지 온전히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자의 기억에 매달리며 오로지 그에게 서술을 맡기다 보니 진실과 사실이 깔끔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어 끝까지 긴장하며 읽게 된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페이지의 공백이 만드는 몰입감 덕분에 한숨에 읽었다. 그래서인지 앞과 뒤에 반복해서 나오는 구절과, 다른 의미로 치환되는 그 구절들이 책의 완성도를 더 높이는 듯했다. 주인공이 살인과 악에 일말의 죄책감과 수치를 느끼지 않으며, 요양사 은희의 죽음은 슬픔이 아닌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즉 수치라는 점에서 섬뜩했다. 반성하지 않는 그런 그에게 작가가 내리는 벌이 알츠하이머, 시간과 기억과의 싸움판에 내던지는 게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