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마음, 아이들이 도마뱀에게서 배운 것들
크림이도 마음이 있을까?
딸아이가 사육장 앞에 앉아 크림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조용히 물었다.
나는 잠시 말이 막혔다.
어떻게 대답해줘야 할까 생각하다가,
그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응, 있다고 생각해. 다만 우리가 아는 방식과는 조금 다를 뿐이야.”
그 말에 딸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조용히 크림을 바라봤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이는 지금 단순한 질문을 던진 것이 아니라,
이미 그 마음을 느끼고 있었던 거라고.
말이 없는 존재와 마음을 나누는 방법
도마뱀은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지도, 고양이처럼 골골거리며 다가오지도 않는다.
그저 조용히 우리 곁에 있는 존재다.
표정도 없고, 소리도 거의 없지만
아이들은 그 안에서 크고 작은 ‘신호’를 읽어내기 시작했다.
“써니는 지금 졸려서 가만히 있는 거야.”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놀라움과 함께 감동을 느낀다.
감정을 명확히 표현하지 않는 존재에게
공감하는 법을 아이들은 스스로 배워가고 있다.
감정은 언어가 없어도 전해진다
언어가 없는 존재와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들은 감정이라는 것이 꼭 말로만 표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고 있다.
눈빛, 행동, 몸의 움직임, 숨소리.
이 모든 것이 도마뱀의 ‘감정’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가끔은 아이들이 도마뱀을 쓰다듬으며
“오늘 하루 잘 있었어?” 하고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그 말에 반응하지 않더라도,
그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연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음은 조용히 닮아간다
도마뱀을 돌보며 아이들은 마음을 쓰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 마음은 조용히, 천천히 우리 가족 전체를 닮아가고 있다.
무심한 듯 다정한 눈빛, 말 없는 위로,
함께하는 그 자체로 충분한 존재.
크림이도, 써니도, 밤이도
아이들의 손끝과 눈빛을 통해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따뜻하게 살아가고 있다.
도마뱀에게도 마음이 있을까?
이제는 아이가 아니라,
내가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그리고 역시, 이렇게 대답하게 된다.
“있다고 생각해. 아주 깊고 조용한 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