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는 없다, '디지털 노가다'만 있을 뿐

환상 가득한 부업 세계에서 벽돌을 쌓는 마음으로

by 디지털공구리

"잠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게 하라." "노트북 하나 들고 발리 해변에서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가 되라."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이끌었다. 월급만으로는 답이 없는 시대, 나도 그들처럼 우아하게 돈을 벌고 싶었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부업의 세계에 뛰어든 건 그 달콤한 환상 때문이었다. 하지만 티스토리 블로그를 개설하고, 워드프레스 서버를 만지작거리며 내가 깨달은 진실은 전혀 달랐다.


단언컨대, 디지털 노마드는 없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대신 눈이 충혈되고 거북목이 심해지는 '디지털 노가다꾼'만 있을 뿐이었다.


사람들은 '자동화 수익'이라고 말하지만, 그 시스템을 만들기까지 들어가는 노동은 결코 자동이 아니었다. 퇴근하고 돌아와 씻을 힘도 없는데 책상 앞에 앉는다. 돈이 되는 키워드를 찾기 위해 하이에나처럼 검색창을 뒤지고, 남들이 읽어줄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머리를 쥐어짠다. 이미지를 편집하고, 맞춤법을 검사하고, SEO(검색 엔진 최적화) 점수를 맞추기 위해 씨름한다.


이건 우아한 '유목민(Nomad)'의 삶이 아니다. 공사판에서 벽돌을 나르는 인부의 삶과 더 닮아있다. 포스팅 하나를 발행 버튼 누를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오늘도 벽돌 한 장 겨우 올렸다.'


처음에는 배신감이 들었다. 쉽다며? 누구나 할 수 있다며? 하지만 '디지털 공구리(콘크리트 타설)'를 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글을 쌓아가다 보니, 묘한 오기가 생겼다. 그리고 곧이어 작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직장에서 내가 하는 일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회사의 것이다. 내가 퇴사하는 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하지만 이 고단한 디지털 노가다는 다르다. 오늘 내가 쓴 글 하나, 내가 건 링크 하나는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땅 위에 내가 박은 '내 말뚝'이 된다.


비록 지금은 허허벌판에 벽돌 몇 장 놓인 초라한 공사장이지만, 이 노동은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이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억지 노동이 아니라, 내 집을 짓기 위한 자발적 노동. 그 사실이 이 지루한 단순 반복 작업을 견디게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나를 '디지털공구리'라 부르기로 했다. 요행은 바라지 않는다. 그저 정직하게 흘린 땀방울이 디지털 세상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내 손으로 증명해 보이고 싶을 뿐이다.


오늘도 나는 모니터라는 벽 앞에 서서, 묵묵히 나만의 벽돌을 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