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삼 가

말의 무게

by 쥬디

‘차조심해’

‘조심해서 들어가’

‘불조심’

‘개조심’

우리는 살아가면서 조심이라는 말을 은근 많이 쓰고 듣는다. 조심이란 말에는 걱정과 염려를 담아 살피라는 뜻이 있지만 왠지 그 말을 들으면 위축되고 실제로 그 조심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지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다. 그래서 별로 이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차라리 ‘안전운전’ ‘안전귀가’ 등 안전이란 말을 들으면 위축되는 느낌이 없고 말 그대로 울타리를 쳐주는 느낌이라 듣기에 훨씬 부담이 없다. 그러면 자기도 모르게 말을 막 하고 다닐 때 쓰는 ‘말조심’은 어떻게 바꿔 말할까? 엊그제 지인에 대해 너무 흥분한 나머지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해버렸는데 그 말이 돌고 있었고 지인이 알게 되고 말았다. 아뿔싸! 말조심해야는구나. 그런데 스스로 그 생각을 떠올리고 혼잣말하는 순간 나는 진짜 큰 말실수를 한 사람이 된 거 같고 조심이란 말에 금세 위축되고 갇힌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다르게 표현할 말을 떠올려본 것이 ‘말삼가’이다. 말을 삼가야겠다. 말은 이상하다. 감정이 마구 솟구쳐 타인에게 말로 해버리는 순간은 후련한 느낌인데 그 후에 책임져야 하는 무게를 갖고 있다. 아무 말이나 마구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래서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하나인 게 아닐까. 말하기 전 생각이 얼른 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어제 아들이 대학 재학 중에 일어난 일 한 가지와 인턴 할 때 있었던 일 한 가지를 언급하며 억울해서 주변사람에게 말한 게 결과적으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2차로 피해 입은 상황으로 돼버렸다고 했다. 내 감정을 내가 다듬지 않고 타인에게 공감을 바라 꺼내는 말에는 가격표가 붙기도 한다. 즉 그 값을 치러야만 하는 경우가 발생할 때가 있다. 말은 내뱉는 순간 온전히 나만의 것이 아니게 된다. 공신력이 붙는다. 그래서 말을 신중히 해야만 한다. 당신한테만 말하는 거예요. 소문내지 말아요.라고 신신당부해도 우주가 듣고 있고 사방으로 삽시간에 퍼져나간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말이 명언이다. 지금은 지구촌 곳곳으로 수초만에 퍼지는 세상이다. 그냥 퍼지기만 하면 다행이다. 왜곡돼서 이상하게 변질되어 나가니 문제가 커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속상한 말을 듣거나 일이 생겼을 때, 억울함을 혼잣말로 털어버리거나 종교의 대상에게 호소하면 아무 부작용이 없다.

타인에게 말하면 당장은 시원한 듯해도 푸념이 될 뿐이다. 침묵은 금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물론 말해야 할 것은 당당히 말해야 한다. 어떤 말을,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책임지지 못할 말, 타인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말은 삼가야 한다.

이것도 단련이 필요하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그냥 있는 게 아니다. 말 한마디로 하늘을 오르기도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기도 한다. 수십 년 우정과 애정이 무너지기도 다시 화해하기도 한다.


‘말 삼 가’

말의 무게와 가치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말이 입에서 나오는 순간 파동이 되어 타인의 귀로 들어가고 뇌에 정착해 오래오래 되새기게 하고 가라앉았다가 떠올리곤 하며 2차, 3차 자신만의 각본을 쓰기 시작한다.

오늘 건네는 말의 무게는? 말은 휘발되는 듯 하지만 퍼져나가고 힘을 가지고 있다.



#침묵은금 #말삼가 #말무게 #말씀 #말파동 #기원 #푸념 #말의책임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음의 미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