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사회

진짜 나를 향한 첫 번째 질문

by 도이룬

우리는 너무 많은 기대 속에서 살아간다.

사회가 바라는 나, 부모가 원하는 나, 조직이 요구하는 나. 딸로서, 아들로서, 학생으로서, 직장인으로서, 누군가의 친구이자 연인으로서.

그 모든 관계 속에서 내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가 늘 앞선다.


사회는 늘 ‘성공한 괜찮은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불편한 감정은 티 내지 말 것.

피곤해도 성실할 것.

억울해도 조용히 감내할 것.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다시 일상에 섞일 것.

그 모든 걸 ‘잘 해내야’ 인정받는다고 배운다.

그래야 사회에서 살아남는다고.


그 안에서 우리는 나를 어떻게 다뤄왔을까.

진짜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바라는 감정,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언제부터 뒤로 밀려나 있었을까.

무엇이 옳은 감정인지, 어느 정도 표현해야 하는지조차 주변의 눈치를 보며 결정하게 된다.

기뻐도 너무 티 내면 유난스럽고,

힘들어도 너무 말하면 예민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한국 사회는 참는 사람을 성숙하다고 말한다.

속마음을 쉽게 꺼내는 사람을 “감정적이다”, “유난스럽다” 하고, 자기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을 “이기적이다”라고 부른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말수를 줄이고, 표정을 줄이고, 감정을 줄인다.

버텨야 하니까.

혼자서라도, 별일 아닌 척하고 지나가야 하니까.


하지만 감정은 없던 일이 되지 않는다.

참는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안으로 숨어든다.

말하지 못한 감정은 몸 안 어딘가에 저장되고,

결국 어느 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터져버린다.

감정이 감정으로만 끝나지 않고, 관계를 망치고, 내 삶을 흔들고 나서야 우리는 돌아본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된 걸까?”


그제서야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진짜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이 질문은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내 안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단지 들으려 하지 않았고, 들을 여유도 없었고,들을 용기도 없었다.


“다 힘들고 그렇게 살아.”

“힘든 티 내면 안 돼.”

“뭐 하면서 지내고 산대?”


사회에서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가 중요하다고 믿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덜 중요해진다. 그리고 그게 익숙해진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해볼 때다.

사회의 기대보다, 조직의 평가보다, 타인의 시선보다

내가 나에게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먼저, 감정부터.

내 감정은 지금 어떠한가.

나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불안한가?

지친가?

슬픈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오히려 무서운가?


이 질문은 어쩌면 불편하다.

피하고 싶고, 뾰족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외면한 감정은 끝내 나를 외면하게 만든다.

그걸 마주하기 전까진, 어떤 변화도 시작되지 않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그 질문 앞에서 멈춰 서는 용기,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큰 변화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