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 아저씨도 이제 심장이 딱딱해지고 싶어

소녀 감성은 이제 그만요

by 근곰이

"앞으로 쓸(계속 쓸지 말지도 사실 모름) 글들이 상상해서 쓴 것인지 아니면 직접 만나고 쓴 것인지는 독자님들의 판단에 맡긴다." (ChatGPT 생성 일러스트 사용)



내 마음이 주체가 안 된다. 사실 이렇게 감정을 내버려두는 것은 자해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머리로는 안다. 다만 제멋대로인 내 감정은 이미 이성 같은 건 신경 안 쓰고 미쳐 날뛰기로 마음을 먹으셨다는 게 문제지.

일러스트(롤러코스터).png


사실 애초에 도파민이 시키는대로 삶을 살았던 게 문제다. 감정을 통제하는 습관이 하나도 안 들었으니까. 아니 그래도 그렇지 한 시간에 기분이 천 번은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이게 가능한 건가? 감정 변화가 너무 심하다보니 신체적으로도 무리가 오는지 눈앞이 휘휘 돈다. 어지럽다.


지금 내가 이렇게 감정이 어쨌느니 저쨌느니 주절거리는 건 결국 남자 때문이다. 아니 요즘 같은 저출산 및 환경파괴 시대에 한국이 없어진다, 아니 지구가 50년 내에 없어진다 하고 있는 판에, 정치나 환경 문제에 화를 내는 것도 아니고 나이 먹어도 개 아니면 애라는 남자 때문에? 38살 먹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긴 하다.


내가 상상한 30대 후반 게이의 모습은 어플, 원나잇, 연애 등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남자들을 만나서 웬만한 일에는 눈썹 하나 안 흔들리는 성숙한(?) 남자였다. 뿐만 아니라 외모 평가나 기싸움, 뒷담화 등 온갖 고난을 겪고 나서 일종의 정서적 해탈의 경지에 이른 그런 모습도 기대해봤다.


지금처럼 3살 어린 남자한테 홀딱 빠져가지고 일은 안 하고 회사 책상에 앉아서 카톡이 언제 오나 워치 알람에만 신경이 곤두서 있는 모습은 절대 상상한 적이 없다. 얼굴은 아저씨면서 왜 마음 속엔 소녀가 사냐고. 비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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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사람한테 약한 게 문제야.’


남자답고 몸 좋고 그런 남자들 물론 보기에는 좋은데 결정적인 끌림은 못 느낀다. 반면 다정하고 섬세하고 건실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아 그냥 내 인생 다 이 사람한테 맡겨버릴까' 하는 강한 충동을 느낀다.


게이들은 가정환경이 불우한 경우가 많다느니 그래서 아빠 역할을 해주는 사람을 원해서 그런 거라느니 하는 말들이 많다. 난 꼭 내가 게이라서가 아니라 어떤 대상에 대해서도 고정관념을 만드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런 이야기들을 인정하긴 싫긴 한데, 나한테는 사실 그 말이 맞다. 다른 게이들은 아닐 거다. 저만 그런 거니깐 편견 가지지는 마세요. 하여튼 나이가 들면서 내 모든 정서적 문제의 원인을 가정환경으로 돌리는 습관은 극복하게 됐지만 어쨌든 내 남자 취향 하나만큼은 가정환경으로 그 원인을 돌려도 될 것 같긴 하다.


어쨌든 이 3살 연하남은 흔히 그렇듯이 어플로 만났다. (모 프로그램들을 보면 서장훈님이 항상 어플 만남을 극혐하시는데, 근데 사실 우리는 어쩔 수가 없어요.) 만나서 재밌게 놀았고, 헤어지면서 또 보기로 약속했다. 그때부터 내가 좀 마음이 있었나보다. 또 보는 거 맞죠? 라고 재차 물었다.


사실 남자들에게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소울리스한 ‘당연하죠 연락할게요’ 정도 대답을 기대했다. 뭐 그 정도로도 잠깐 설레는 마음 잘 달래주기에는 충분했을텐데.


그런데 갑자기 앞도 안 보일 정도로 꽉 안아주면서 ‘불안해 하지 마세요.’하는 그 목소리, 그 상태로 5분 동안 가만히 안겨 있으면서 두근거렸다. 덩치는 나보다 작으면서 품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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