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리더의 의미, 그리고 꼰대가 필요한 이유
백수가 가장 좋은 부분은 NBA 플레이오프를 그 누구의 눈치 볼 필요 없이 집중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올 시즌 NBA 플레이오프는 전문가들의 예측과 다른 결과들이 나왔고 NBA사무국의 한숨을 느낄 수 있는 파이널 대진이 완성되었다. 서부는 전형적인 스몰 마켓 덴버가 동부는 올드스쿨 향기를 진하게 풍기는 마이애미가 올라오게 되었는데… 흥행 측면으로 빅마켓인 LA와 보스턴을 기대하지 않았을까?
마이애미의 플레이오프 여정을 보며 그 한 편의 드라마에 여러 번 즙 짤 뻔했다. 마이애미는 8번 시드(플레이오프 턱걸이 순위)로 1위팀인 밀워키를 이기고 뉴욕, 이번에 2위팀 보스턴까지 잡으면서 전설을 쓰고 있는데, 8번 시드가 NBA 파이널을 진출한 경우가 NBA역사상 두번 째라고 하니 나같은 올드팬들은 열광할 수 밖에 없다. 해설위원도 아니고 경기에 대한 설명 보다는 마이애미의 ‘지미 버틀러’를 보며 느낀 리더십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대기 만성형 선수(?) 난 이런 스포츠 선수를 어릴때부터 좋아했다. 대기 만성형이자 사연이 많은 선수 ‘지미 버틀러’를 좋아한지는 꽤나 오래되었다. 그는 불행한 유년시절을 보냈는데, 어린 나이에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그는 13세 때 어머니마저 그를 버리고 떠났다고 한다. 친구들 집을 전전하며 홈리스 생활을 하면서도 농구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던 그는 고등학교 농구부 친구 어머니의 호의로 그 집에서 살게 된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꾸준한 노력으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거치면서 기량이 급성장하였으며 결국 드래프트 1라운드 30번으로 NBA에 입성하게 된다. 1라운드 선수라고 하더라도 5번 밖 선수가 NBA에서 주전으로 자리잡기는 쉽지 않은 것이 일반적인데 버틀러는 그런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고 팀 시카고 불스에서 에이스로 성장하게 된다.
단순히 그의 서사때문에 좋아하게 된 건 아니다. 그는 요즘 선수들에서 느낄 수 없는 특유의 올드스쿨 향수를 느끼게 만드는 그런 선수다. 평소에 잘 못하다가도 꼭 4쿼터 클러치 타임만 오면 조던이 되는 에이스 기질, 끄거운 심장을 가진 선수다. 중요할 때 팀을 위해 해주는 선수, 그게 ‘지미 조던 버틀러’다.
그는 계속 성장하는 기량과 실력에도 여러 번 팀을 옮기게 되는데 항상 본인의 의지는 아닌걸로 기억한다. 팀 훈련에 소홀한 팀원들을 대놓고 비난하기도 하고 허슬을 강요하는 등 꼰대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팀내 영건 스타들과의 불화가 있어왔다. 그 덕분에 타의로 팀을 여러 번 옮기게 되었지만 결과는 항상 그가 옳았다. 그가 떠난 후 시카고, 미네소타, 필라델피아 모든 팀들은 내리막길을 걷거나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 팀과의 경기에서 항상 그는 더 열심히 뛰며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승리한 후 카메라를 쓱 쳐다보고 인터뷰에서도 본인이 옳았음을 대놓고 이야기하는 상남자다. ^^; 자신을 떠나 보내고 데려온 선수를 향해 “쟤가 나보다 위라고?” 외치며 들어가는 남자.진짜 개 멋있다.
내 글을 봤을 때는 악동, 꼰대의 이미지가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는 책임감과 자부심이 엄청난 선수며, 젊은 마이애미를 하나로 묶는데 성공한 진정한 리더다. 컨퍼런스 파이널 6차전에서 패배한 후, 패배는 본인 잘못이라며(그날 4쿼터에서도 그는 에이스 다움을 보여줬다) 팀원들을 감싸주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줬고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서도 경기 내내 쉬지 않고 열심히 뛴다. 조던의 외모와 승부에 대한 집착이 닮아 시카고 팬들 사이에서 조던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진짜 조던 아들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는 진짜 조던 아들이다.
좋은 리더란 무엇일까(?) 꼰대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데 난 꼰대력이 조직을 끌고 가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 빠르게 방향을 설정해서 혼란을 줄이는 부분(고집?), 책임을 두려워 하지 않는 모습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조직원들에 대한 격려와 칭찬까지 곁들여지면 그나마 좀 괜찮은 리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지미 버틀러’를 보며 내가 추구해야 할 리더의 모습을 배우는 중이다. 중요한 상황에서 보여주는 에이스 다운 모습, 남을 탓하지 않는 그 책임감과 결과를 만들어 내는 그 멋진 리더십을 갖추고 싶다.
파이널 우승까지 쉽지 않은 길이지만 꼭 그가 우승 반지를 끼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열심히 응원하자 ! 지미 조던 버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