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오늘도 해가 떴습니다.

-일출 사진의 추억

by 강봉희

사진을 취미로 찍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 내가 먼저 시작했지만 사진에 진심으로 열심히 찍는 사람은 이년 전에 시작한 남편이다. 남편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직장에서 퇴직하고 퇴직금으로 고가의 카메라 장비를 구입했다. 남편의 멘토인 시아주버님은 20년 넘게 사진을 열정적으로 찍고 있으며 지금은 고수의 향기가 있는 분이다. 멘토의 추천으로 처음부터 좋은(비싼) 장비를 사야 다음에 다시 사지 않는다는 강력한 의견으로 남편은 엄청나게 고가의 카메라와 장비를 샀다. 그리고 멘토의 지도를 받아 열심히 사진을 찍으러 다녔으며 이젠 제법 분위기 있는 작품 사진이 나왔다.

나는 스냅사진으로 내 사진의 콘셉트는 일상의 기록 차원이며 내 사진에 만족했다, 욕심이 없으니 사진에 대한 발전도 그다지 없다. 열정 없이 그저 마음이 머무르는 장면을 남겨왔다. 그러다 남편의 사진 열정에 따라다니다 보니 의도성을 가진 사진을 찍는 기회가 늘어났다. 그중 하나가 일출과 일몰 사진이다.

대부분의 사진이 그러하지만 일출과 일몰만큼 일기의 영향을 받는 것도 없을 것이다.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갔더라도 구름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내가 생각하고 의도한 사진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평선에서 해가 빠르게 올라올 때 해의 빛 번짐도 선명한 사진을 찍는데 중요했다. 더 군다니 일출과 일몰 사진의 커다란 해를 찍으려면 대포라고 불리는 커다란 장거리용 렌즈가 필요하나 나는 중거리용 렌즈만 있으니 해는 아담하고 늘 귀여운 모습만 찍을 수 있다.

기억에 남는 일출은 2000년 1월 2일 왜목마을의 일출이다. 서해안 일출명소로 이름이 알려진 왜목마을의 1월 1일 일출은 사람이 너무 많고 길이 밀려 엄두가 나지 않아 2일에 갔었다. 새로운 이천 년이 시작한다고 시끌벅적한 행사가 많았으나 해는 어제나 오늘의 해가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날의 일출사진도 바다 아래에 깔려있는 구름으로 기대에 미치지 않는 사진만이 남았으나 그곳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지인을 만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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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잠이 많은 나는 일출을 보러 가는 일은 큰 마음으로 먹어야 가능한 일이다. 군산의 장자도 대장봉 일출이 멋있다고 1월 어느 날 남편은 일출사진을 찍으러 가자고 했다. 군산 비응도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하여 고군산군도 섬들을 다리로 연결한 길이다. 선유도를 지나 장자도 끝 섬까지 30분을 달려서 갔다. 그리고 대장봉을 올라가는 길을 찾지 못해 헤매었다. 아직도 컴컴한 새벽이었다. 등산로를 찾자 남편은 일출 모습을 놓칠까 봐 먼저 카메라 다리를 메고 뛰어서 올라갔다. 나와 둘째 딸은 핸드폰 불빛을 의지하며 천천히 올라갔다. 헉헉대며 힘들게 올라간 대장봉에는 추운 날씨에도 일출을 보러 온 사람들, 사진을 찍으러 온 사진사들, 대장봉에서 백패킹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검은 하늘이 남청색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주황빛이 퍼지며 하늘과 바다를 물들이며 해가 삐죽 오르기 시작하자 정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와! 해 올라온다’ 탄성을 터트렸다. 해돋이가 시작되면 금방 해는 쑥 올라온다. 함께 해돋이를 본 사람들은 모두 같은 마음으로 웅장함과 감동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힘들게 올라온 대장봉의 일출을 보며 올해 소원하는 일들이 잘 되기를 기원하면서 태양의 기운의 받아 가슴이 펴지는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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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다시 왜목마을에 일출사진을 찍으러 갔다. 남편이 알아본 정보에 광목 일출 사진의 길일이라고 했다. 길일은 맞았다. 많은 사진작가들로 일출사진 명소가 북적거렸다. 부끄럽게 나도 작은 카메라 다리를 펴며 구석에 섰으나 배터리가 고장 나 충전이 안되어 무용지물이 된 카메라로 더 부끄러워졌다. 사진대신 눈과 마음에 해를 담자는 의지로 끝까지 해돋이를 바라보았다. 그날의 일출은 사진보다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아있다.

매일 보는 해지만 어제의 해와 오늘의 해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장소에서 맞이하는 해돋이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25년도 더 지난 우리 딸들이 좋아했던 텔레토비 인형극에서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커다란 해돋이가 매일 똑같았지만 이제 나의 해돋이는 새로운 하루하루로 맞이하려 한다. 하루의 시작을 의식하며 의미 있게 보내고자 매일 나에게 오는 해님에게 오늘도 내일도 감사하며 더 멋진 일출사진을 남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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