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금융기관 (복원력 부분)
안녕하세요. 이제 한국은행 2022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의 마지막 순서입니다. 7편이면 꽤 짧지 않은 글이지만 워낙 보고서의 내용이 많다 보니 모든 내용을 다 다루지는 못했습니다. 가급적 중요한 내용은 한국은행의 자료를 충실히 옮기는데 노력했으나, 제 해석의 실력 및 position에 따른 개인적인 견해가 반영되지 않을 수는 없기에, 혹 시간이 되시고 더 이 분야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아래의 한국은행 원문도 한번 받아서 보시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분량은 170p 정도입니다.)
http://www.bok.or.kr/portal/bbs/P0000593/list.do?menuNo=200068
그럼 마지막 글을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금융기관의 안정성과 마찬가지로 3가지 지표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a) 자본적정성 b) 원화유동성 c) 외화유동성의 3가지인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한국은행은 아래와 같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일반은행의 복원력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였다. 손실흡수능력을 나타내는 자본비율이 감독기준을 크게 상회하였으며 유동성 대응 능력을 나타내는 유동성비율도 상승하였다.
비은행금융기관 복원력은 대부분의 업권에서 자본비율이 감독기준을 상회하는 등 대체로 양호한 수준이나, 증권회사, 여신전문금융회사 및 저축은행의 경우 유동성 리스크가 다소 높아진 모습이다
앞의 안정성과 마찬가지로 일반은행 - 비은행금융기관의 순서로 자세히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은행의 자본적정성, 원화유동성, 외화유동성
(1) 은행의 자본적정성
- 일반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 기준 총자본비율)과 보통주자본비율은 2022년 3Q말 각각 16.73%, 14.07%로 나왔습니다. 은행별로 보면 모든 은행의 총자본비율이 2022년 감독기준(10.5%, D-SIB3) 11.5%, 인터넷전문은행 9.875%)을 크게 상회하였다고 합니다. 예상손실에 대한 흡수능력을 나타내는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은 2022년 3/4분기말 228.1%로 나타났습니다. 은행들이 금리상승에 따른 채무상환부담 증가에 대비하여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1.2조원)를 늘린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들어가기 전에 몇 년간 계속 비관론자의 주요 떡밥이었던 '바젤3' 규제에 대한 내용을 조금 쓰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별론 : 바젤3_대체 왜 몇 년 지난 떡밥이 아직도 계속되는가?]
- 인터넷에 바젤3를 쳐보면 굉장히 재밌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3년 1월부터 바젤3 최종 시행이 되면 자본 시장에 큰 충격이 올 것이라는 것을 줄곧 주장하고 있는 몇몇 유명인들이 자주 보이지요. 여하튼 몇 년 전부터 아주 끊이지도 않고 고장난 녹음기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고 공포심을 주고 있습니다. (거 '21년 이전에 쓴 글은 쪽팔려서라도 좀 지우기라도 하시지 -_-)
- 가급적이면 오픈된 공간에서는 글을 정제해서 쓰고자 하지만, 위와 같은 작태에는 아연실색을 금할 수 없군요. 조금 거칠게 써 보겠습니다. 당초에 '23년 1월에 최종 시행되는 제도에 대하여 그들이 아는 내용을 우리나라 금융 당국과 금융 기관들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 바젤3 규제가 뭐 갑자기 튀어나온 것도 아니고 이미 10년도 더 넘은 2010년에 발표가 된 내용입니다. 한국은행의 2011년 1월 자료(좌상)를 보면 이미 해당 내용을 원문까지 친절히 실어 놓은 상태이고요. 그 뒤부터 금융당국에서 여차여차 작업을 해서 '19년도 금융감독원은(하단) 바젤3 규제개혁 마무리과제를 벌써 낼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20년에 이미 조기 시행(우상)까지 한 상태이고요.
- 위의 표에서 나온 바와 같이 한국은행도 2016년 금융안정보고서부터 바젤3 기준 자본비율을 감독기준까지 명시해서 계속 올리고 있습니다. (네... 이렇게 공개적으로 오픈된 자료가 몇 년이나 나오는데도 단 한 번도 찾아보지 않은 망가진 녹음기들이 많다는 것이죠)
- 물론 비관론이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의심하는 자세도 재테크로 살아남기 위해 중요한 자질 중 하나이지요. 하지만 이쯤 되면 애초에 기본적인 서칭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무능하거나), 뭔가 의도가 있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사악하거나)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제 '23년이고 본 제도가 최종 시행이 되니 앞으로 저런 정체불명의 괴소문들은 더 나오지는 않겠지요. (이렇게 생각하면 제가 괴소문의 체력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일까요 ㅎㅎ?)
* 바젤3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바젤위원회가 대형 은행의 자본확충 기준을 강화하는 등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여 위기 시에도 손실을 흡수할 수 있도록 새롭게 고안한 은행규제법입니다. 종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 규제를 세분화하고 항목별 기준치를 상향조정하여 자본의 질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완충자본, 차입투자(레버리지) 규제를 신설한 것이 특징입니다.
기존 바젤 Ⅱ에서는 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으로 유지하되, 이 중 보통주 자본비율은 2% 이상, 기본자본(tier 1) 비율은 4% 이상으로 정했습니다. 그러나 바젤 Ⅲ는 BIS 비율 기준은 그대로 두되, 보통주자본비율을 4.5% 이상, 기본자본비율 6% 이상으로 강화하고, 총자기자본비율 기준과는 별도로 2.5%의 보통주자본을 추가로 쌓도록 하였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 자료 기준, '22.3Q 기준으로 일반은행의 총자본비율은 16.7%, 보통주자본비율은 14.1%, 기본자본비율은 14.6%네요.
여하튼 일반은행의 각종 자본비율은 강화된 국제기준을 적용하더라도 기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반은행의 레버리지비율 역시 (그놈의 바젤3 기준인 3%를 충분히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2) 은행의 원화유동성
- 일반은행의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 Liquidity Coverage Ratio)은 2022년 10월 중 110.7%로 3월(106.4%) 대비 4.3% 포인트 상승하였습니다. 코로나 이전 규제 비율이 100%라는 점을 볼 때, 역시 규제 수준을 충분히 충족하고 있습니다.
- 다만 은행들이 LCR비율 규제 복귀에 대비하여 LCR비율을 공격적으로 확대한 결과, '22년 9월 레고랜드 사태 때 한전과 같이 자본시장의 블랙홀 역할을 한 적이 있습니다. 또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정기예금을 경쟁적으로 유치하니 금리 인상의 효과에 더불어 예금 금리가 급상승했고, 그에 따라 대출 금리가 급상승하게 되었지요. 결국 2022년 10월 이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의 LCR 규제비율을 2022년 10월~2023년 6월 중 92.5%로 유지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3) 은행의 외화유동성
- 외화 LCR은 2022년 10월 중 133.4%로 3월 (111.5%) 대비 21.9% 포인트 상승하였습니다. 이는 환율변동에 대비하여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외화예금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 영향이 큽니다. 은행별로 보면 모든 은행들이 감독기준 (80%)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외화 LCR은 바젤3 공식 규제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7년 1월부터 공식 규제로 도입하였습니다. (우리나라가 내부에서 봤을 때 너무 XX 같아 보일 수는 있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라는 아닙니다.) 수출입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및 외화부채 규모가 작은 일부 지방은행(광주은행, 제주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은행에 적용되고 있으며, 규제비율은 2017년 이후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되어 2019년 최종 80%에 도달하였습니다.
- 다만 글로벌 금리 인상 추세 및 경기침체 우려가 강해지다 보니 외화조달 여건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해외 외화차입 가산금리는 장, 단기 모두 상승 추세입니다. 이 부분은 장기적으로 은행의 비용 상승으로 복원력을 제한할 것 같습니다. 각종 메크로 우려가 빨리 완화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2. 비은행금융기관의 복원력
-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비은행금융기관 복원력은 대부분의 업권에서 자본비율이 감독기준을 상회하는 등 대체로 양호한 수준이나, 증권회사, 여신전문금융회사 및 저축은행의 경우 유동성 리스크가 다소 높아진 모습입니다. 한국은행 또한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동 업권의 유동성 리스크가 재차 촉발될 수 있는 상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 증권회사의 경우 대다수 증권회사 (58개 중 40개)의 유동성비율이 '19년 말 기준 즉 코로나 이전 대비 하락한 상태입니다. 여신전문회사(카드사, 캐피탈사)의 경우도 3개월 내 즉시가용유동성비율이 100%를 하회하는 곳은 '19년 말 19개에서 '22년 3Q말 21개로 증가했습니다.
증권사와 여신전문회사의 경우 수신 기능이 상대적으로 열위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받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증권사는 주식 시장의 급락 시 영향을, 여신전문회사는 조달금리 인상의 영향을 강하게 받습니다. 5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동산 PF 채무보증에 대한 우려도 '23년 상반기(어쩌면 그 이후까지) 계속 이들을 압박할 것입니다.
- 저축은행의 경우 그동안 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여 경쟁력을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22년 금리 상승에 따라 은행의 예금 금리가 상승하면서 저축은행의 차별성이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자산시장의 경색으로 대출 수요도 줄어든 상태에서 저축은행이 무한정 예금 금리를 높일 수도 없습니다. ('22년 9월 중 저축은행의 정기예금(1년 기준) 금리(3.77%)가 '98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3.84%)를 하회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18년 이후 예금자보호가 적용되지 않는 5천만원 초과 거액예금이 저축은행으로 크게 유입되었습니다. 고액의 자산가일수록 0.X%의 금리 차이에도 민감하니 저축은행의 수요가 있었는데, 역시 돈 냄새에 민감한 자산가의 자금은 당연히 저축은행의 부실 징후가 보이면 빠르게 빠져나갈 우려가 있습니다.
3. 대외지급능력 추가 확인
- 금융기관에 한정된 내용은 아니지만 IMF의 아픈 기억이 있는 우리나라에 중요한 지표인 대외지급능력을 추가적으로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a) 해외에서 받을 돈(대외 채권)이 b) 해외에 줄 돈(대외 채무) 보다 많은 국가입니다. '22년 들어 그 폭이 축소되고 있는 것은 우려할 요인이지만 아직 당장 위험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물론 위의 채권이 러시아에 대한 채권이거나 남아메리카나 아프리카 등의 신흥국 관련 채권이라면 조금 우려스럽긴 합니다. 생각하지도 않았던 국가의 모라토리움이 우리나라에 Risk를 가져올 수도 있겠지요. 다만 이 자료는 본 보고서에는 자세히 나와있지 않아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 외환보유액은 '22년 내내 줄어들다가 하반기에 조금 고개를 들었습니다. 워낙 트라우마가 강하다 보니, '22년에는 제2의 IMF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요구 등이 강해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원/$ 환율이 1,500원이 간다. 외국인 자금의 탈출이 시작된다는 비관론자들의 주장이 대세이기도 하였지요.
- 다행스럽게도 원/$ 환율도 아직 높은 수준이지만 어느 정도 용인 가능한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당연하지만 우리나라가 모든 외환을 미국 달러화로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요. (물론 기축통화인 달러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입니다.) '22년은 달러 외 대부분의 통화가 가치가 떨어졌으니, 달러 환산 외환보유액의 감소는 외환보유고의 순 감소 외에도 평가액 감소의 영향도 꽤 크지 않았을까 생각 중입니다.
<글을 접으며>
이것으로 한국은행의 2022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의 주요 내용들을 살펴보았습니다. 1편에서 말했듯 제가 금융안정보고서부터 보기 시작한 이유는 '정말 지금의 상황이 대중의 심리만큼 위험한 상황인가?'를 고민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어느 지표는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어느 지표는 생각 이상으로 우려를 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많은 이들이 당연시하는 것들이 생각보다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글로 쓰는 인식과 숫자로 나오는 통계의 괴리도 꽤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고요.)
'23년의 자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시장의 중론은 '22년과 마찬가지로 어려울 것이라는 것에 모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은 상정 및 대응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상황이긴 했지만, 저 또한 '23년에도 생존하기 위해서 마음을 굳게 먹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 알고리즘 효과 또한 무시하지는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상황이 좋을 때는 부정적인 면은 무시가 되고 긍정적인 면만 보인다고 합니다.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그 반대가 되는 것이 합리적이겠지요. 식자우환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을 가능한 파악하고 스스로의 기준과 전략을 수립하는 것 또한 의미가 없는 행동은 아닐 것입니다.
투자자에게 Risk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 말을 가슴에 담고 '23년을 또 열심히 살아남아 보겠습니다. 길고 재미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너구리팬더 올림.